Exposure visit to Cambodia (캄보디아 탐방기)

관리자
발행일 2011.04.28. 조회수 1144
스토리

Exposure visit to Cambodia (캄보디아 탐방기)


 
이강원 경실련 (사)갈등해소센터 소장



지난 2월 28일 킬링필드, 앙코르와트 사원 정도로만 알고 있는 캄보디아에 10박 11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AFSC(America friend service committee)와 독일의 EED(Evangelischer Entwicklungsdienst)가 후원하고 캄보디아 NGO포럼이 초청한 프로그램이었는데 한국에서는 경실련,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지구촌나눔운동, ODA watch, 국제민주연대, 에너지기후정의연구소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국제적으로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AFSC와의 친분도 있었고 경실련차원에서 국제적인 NGO와의 네트워크 형성도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캄보디아에는 2000년도부터 한국기업의 민간투자 규모가 증가추세이다. 2009년을 전후로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승인된 투자 규모가 2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규모도 증가하면서 캄보디아사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Exposure visit" 프로그램은 한국의 민간 투자와 ODA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갈등을 극복하고 한국의 NGO와 캄보디아의 NGO간의 교류와 연대를 도모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프로그램의 주최 측은 한국NGO의 여러 경험들이 캄보디아 시민사회와 공유되기를 기대했었다. "Exposure visit" 프로그램은 캄보디아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NGO포럼 관계자들과 주제별 미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프놈펜시의 강제 철거 현장 등을 탐방하고 원주민을 비롯한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개발도상에서 겪고 있는 캄보디아사회가 직면한 문제점을 이해하고 상호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강체 철거와 주거권, 산림파괴와 원주민의 생활권, 저임금과 노동권, 지역사회개발운동, 자원개발 및 환경보호 모니터링, 캄보디아 외국원조기구 및 ODA실태 등이 주요 이슈였다.


▲원주민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지역엔지오와의 미팅: 외국기업의 산림파괴로 인해 생계수단 및 문화를 박탈당한 원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캄보디아 사회는 크메르루즈 정권이 종식된 후 1980년대부터 국제사회의 원조와 외국 기업의 투자를 기점으로 개방과 경제발전을 도모하게 되었다. 1993년 최초로 선거에 기초한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찾았으나 정부 주도의 강력한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국가예산의 절반을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캄보디아사회는 부정부패와 빈곤, 취약한 사회적 인프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는 외국의 부동산개발업자들에 의해서 고층의 빌딩이 들어서고 도시가 정비되고 있는 반면에 강제철거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었다. 외국자본이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들과 외국기업의 영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지원하는 캄보디아의 경찰력 앞에서 현지인들의 주거권은 유린되고 있었다. 또한 외국기업들은 저임금과 최빈국 면세혜택을 활용하고자 캄보디아에 진출함으로써 노동권을 둘러싼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노동지도자가 암살되고 빈곤이라는 국내 상황과 맞물려 아동(미성년)노동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광산과 석유, 가스 등 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제적 차원의 자원  경쟁은 캄보디아의 산림과 해양 생태계를 훼손함으로써 원주민의 삶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자원개발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NGO활동가는 미팅에서 “자원이 재앙이 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Odong, 프놈펜시 중심으로부터 약 50㎞ 떨어진 곳에 강제철거로 이주된 정착마을. 이곳 이주민들은 식수, 공기, 위생시설도 없는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외국의 원조와 투자를 유치하여 강력한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극복하고자 캄보디아 NGO들은 다양한 활동들을 열정적으로 행하고 있었다. 사실 크메르루즈 시대에는 국제 NGO 활동만 인정되었으며 캄보디아 국내NGO활동은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3년부터 국내 NGO 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지난 20년간 국내 NGO들은 급격하게 성장해왔다. 정부의 주요 정책을 감시하는 NGO, 강제철거에 따른 주거권 확보 등 기본권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NGO, 정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NGO, 가난한 농촌 사회의 개발을 지원하는 NGO에 이르기까지 캄보디아 NGO활동은 다양하고 왕성해 보였다.
국제NGO의 지원과 자기 헌신으로 캄보디아 국내NGO들의 영향력은 증가하였고 캄보디아 주요 정책결정의 협의체인 ‘국제원조기구(Donor)와 캄보디아 정부 간의 정례회의’에 참석하여 개발의제와 협력방안, 주요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인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또한 국내 NGO 들은 캄보디아로 오는 국제 지원금이 정부관계자들에 의해서 부정부패자금으로 쓰이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 NGO에서 지원과 함께 정부에 조건(Conditions)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와 현지 NGO 간 정치적 긴장이 형성되고 있는데 캄보디아 정부가 NGO법을 개정하여 국내 NGO활동을 통제하려고 하자 NGO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 미약하며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고 캄보디아 정부의 정책과정의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국내 NGO들은 경제발전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하여 쉽지 않은 여정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강제철거에 따른 주거권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NGO가 마을 주민들을 만나 교육, 상담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강제철거를 중단하고 현지인들의 주거권인정과  토지관련 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캄보디아를 방문하면서 한국의 무역진흥공사(KORTA)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그리고 KOICA의 지원을 받아서 원조활동을 수행중인 민간인 관계자를 만날 수가 있었다. 한국형 경제발전을 모델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캄보디아사회에서 한국기업의 투자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는데 나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한 두 시간의 짧은 만남 속에서 한국기업의 투자실태나 한국의 ODA사업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민간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지원 그리고 공급자 관점에서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았다. KOTRA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의 80%는 부동산 개발업이고 20%정도가 봉제 및 의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기업유치를 통해서 캄보디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프놈펜시의 랜드마크인 골든타워 42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남아있다. 신도시개념으로 추진된 캠코시티 또한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채 부분 분양만 이루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이라는 것이 성공하면 사업이고 실패하면 사기”라고 말하는 관계자의 말처럼 한국의 민간투자가 캄보디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는 많지 않아보였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규모가 영세하고 저임금과 최빈국 지위에 따른 면세혜택을 주된 이유로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한 만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은 아직은 먼 이야기로 보였다. 한국의 ODA사업도 의욕은 있으나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ODA규모도 크지 않고 다른 나라 ODA 사업과의 차별성도 뚜렷하지 않다. 더욱이 현재 진행중인 사업을 영어로 발간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였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원조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의 민간기구 활동도 모범적인 사례도 드물었다.


▲씨엠립에 있는 다일공동체가 KOICA와 함께 수상가옥이 밀집에 있는 빈곤지역에 배를 대여하여 주민들의 자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를 만드는 조선소 앞에서 캄보디아를 방문한 한국NGO활동가들이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였다.

한국의 1970, 80년대 상황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캄보디아 상황을 보면서 한국의 NGO가 경험한 것들을 똑같이 권유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정부주도의 강력한 경제개발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캄보디아는 일면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면도 갖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한국의 ODA사업이 캄보디아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의 NGO가 캄보디아 NGO와 연대하여 공동의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빈곤, 환경문제, 분쟁사안에 대해서 한국인과 한국의 NGO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거 원조를 받아왔던 처지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위상이 바뀐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했다는 자부심도 괜한 억지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그에 걸맞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요청된다고 본다. 낮선 나라에서 캄보디아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묵묵히 헌신하는 AFSC, EED 활동가들이 한없이 감동적이었다.

※  이 글은 월간 경실련 3-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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