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가주목하는이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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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5.31. 조회수 35758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3년 5,6월호-우리들이야기(3)]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 종교와 사회정의는 무엇인가? -


박지훈 기획연대국 간사


지난 3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색다른 콘텐츠가 실리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공개되자마자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기 자신을 신이라 부르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4개의 종교단체[△JMS(기독교복음선교회)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의 실체를 8편에 걸쳐 공개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2년이라는 제작 기간과 함께 200명이 넘는 관계자 심층취재, JMS 정명석 씨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계획의 전면수정과 중단 등 험난한 터널을 지나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원래는 MBC에서 제작·기획했지만, 한번 엎어진 뒤 조성현 PD가 넷플릭스에 제안하여 공개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도입부에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 묘사에 대한 경고, 피해자 메이플씨의 녹취록 공개 관련 안내와 정 씨의 녹취록이 흘러나온다. 40초 동안의 녹취록이 끝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과 같은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어렵사리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메이플씨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분노를 안겨준다.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한 유사종교(사이비)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한국에서 유사종교(사이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명칭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유사종교는 ‘종교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종교라 할 수 없는 것’1)을 통칭하는 사례로 사용된다.


시간을 거슬러 일제강점기, 독일과의 통상조약을 맺는 과정에서 종교 행위의 자유를 인정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조약문의 번역을 담당하였던 일본인 관리가 『법화경』에 나오는 구절을 따서 ‘종교’라는 용어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용어는 곧 조선과 중국에 널리 퍼져서 그대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15년 8월 공포된 「포교규칙」은 1945년 해방까지 기독교를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통제의 기본법이었다. 신도, 불교, 기독교만을 종교로 인정하고, 유교는 사회규범이나 도덕으로, 신종교들은 종교 유사 단체로 규정하였다. 2) 조선총독부가 종교단체를 감독·통제하기 위하여 만든 용어로 시작된 유사종교는 해방 이후에도 아무런 고민 없이 계속 사용되었다. 그렇기에 특정 종교현상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사종교나 사이비 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정 종교는 어떻게 한국 사회 깊숙이 곳곳으로 침투할 수 있었을까? 다큐멘터리에서는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암울한 정치적 상황과 문화적 억압 속, 현실 도피성 희망을 찾는 젊은이들의 수요와 종교축제의 화려함을 장착한 교주의 공급이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사이비 종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짧게나마 분석하고 있다. 사회가 혼탁할수록 사람은 쉽게 유혹에 빠지기 쉽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이러한 특정 종교는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1517년 마틴 루터킹의 95개조 반박문을 시작으로 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났다. 교황 중심의 서유럽정치와 서방교회의 면죄부 판매, 교황과 일부 성직자들의 도덕적 해이, 교회의 부패와 차별적 세금부과 등 권력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이 운동은 중세의 종말과 근세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 속에 종교는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었다.


종교는 힘없고 약한 자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특히 언급된 특정 종교들은 교주 본인을 신격화하여 신도들을 노예화하고, 노예화된 신도들은 부의 증대와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한 도구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악의 고리 속에, 교주들은 너무도 쉽게 감옥에서 나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특정 종교의 교주들이 대한민국 사회정의에 균열을 낸 것이다.


지난 30년간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탈퇴자 모임 ‘엑소더스’를 이끌며 치열하게 싸워온 김도형 교수(단국대 수학과) 같은 인물들이 사회정의를 바로 세웠다. 혼탁한 시대, 대학교수로서 끊임없이 사회정의를 외치는 김도형 교수의 헌신은 우리 사회의 사회정의가 남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영웅적인 한 개인의 희생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특정 종교가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고 있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이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학 캠퍼스부터 시작하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사회문제를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도록 관망만 하는 것이 아닌, 사회정의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 다같이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이들이 덫에 걸리기 전에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가 관망한다면 제2의 △JMS(기독교 복음선교회)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1) [네이버 지식백과] 유사종교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 한국기독교와 역사 제29호-일제의 기독교 통제정책과〈포교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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