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창(窓) - 일본의 유사법제 통과 논란

관리자
발행일 2002.12.27. 조회수 2554
정치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일인 6월 6일에 유사법제가 일본 참의원을 통과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합니다. 왜 하필 노대통령의 방일 날짜에 딱 맞춰서 유사법제가 통과되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고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봅니다. 이때를 즈음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유사 법제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많은 언론기관에서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다루었지만 쉽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볼까 합니다.


1. 유사법제란?


유사법제(有事法制)란 특정한 법의 이름이 아니라 "유사시, 즉 비상사태에 대비한 각종 법과 제도" 라는 의미입니다. 이번에 참의원을 통과한 유사법제는 모두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무력공격사태법안, 2) 자위대법 개정안, 3)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 입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무력공격사태 법안은 "위기상황"을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위기상황이란, "무력공격사태(무력공격이 발생한 상황이나 무력공격 발생이 임박한 상황)" 와 "무력공격예측사태(무력공격상황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사태가 긴박해 무력공격이 예측되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러한 위기상황 때에 본 법안이 효력을 발동하게 됩니다.


자위대법 개정안은 유사시 자위대가 진지구축을 위해 토지를 수용하고 필요한 물자를 징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안전보장회의 설치법은 자위대, 방위청, 외무성, 경찰청이 함께 하는 "사태대처 전문위원회"를 총리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소집하는 국가최고대책회의인 안전보장회의 아래에 두도록 하는 것입니다.


2. 유사법제의 의미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이러한 유사법제는 2차 대전 전후 만들어진 일본의 평화헌법(일본헌법 9조: 군대를 두거나 전쟁하는 일을 금지함)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2차 대전의 전범국가인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화를 막기 위해 이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냉전시대에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당시 아시아 최고의 경제국가인 일본과 군사적으로 긴밀한 유대감(?)을 쌓아나가기 시작했지요. 그 결과 78년에 미-일 간 "가이드라인"이 체결되어 극동지역에서 소련의 공격에 대비하여 미군과 일본 자위대간 협력방식을 규정하기에 이릅니다.


문제는 탈냉전시대가 되면서 공공의 적(?)이 사라지게 되자 미일 군사 동맹의 개연성 역시 옅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일본의 우경화 바람은 미국과 동조를 맞춰 북한을 겨냥하기 시작하지요. 1996년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신 가이드라인"은 유사법제의 초석을 깔아준 것으로서 미일 동맹의 이름을 빌리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국가위기 관리 시에 독자적으로 군사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틀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일본 "주변" 지역의 유사시에 대처하기 위한 미일간 협력과 지원의 형태를 매우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는데 이 때 "주변"은 바로 한반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고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급격한 보수주의의 물살을 탄 미국과 경제가 힘들어질 때마다 호시탐탐 그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일본의 우경 세력이 북핵 문제를 틈타 만나면서 미일 군사 동맹이 강화되고 급기야는 유사법제가 통과한 것이지요.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만들자는 미국의 아이디어로 미국과 일본이 이렇게 긴밀히 군사적으로 협조하고 일본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맨 아래를 참조하세요) 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그만큼 MD 체제 구축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며 이것이 곧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평화에 위협이 되지나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으로 일본의 MD 편입을 검토하기로 합의하였고 6월 9일부터 쿄토에서 이를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되었으니 이미 많이 진전된 이야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MD 체제 편입 관련 기사 보기)


군사나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그리 깊은 지식이 있질 않아서 조심 조심하면서 글을 썼는데 그래서 오히려 그닥 심도있는 글이 되지 못한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ㅡㅡ;; 다음 회에는 좀 더 깊이 있는 글이 될 수 있도록 심기일전!!!! 여러분들도 힘을 주세요!!!!

적극적인 답글을 기대하며.....





* MD(Missile Defence) 체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일명 "스타워즈"로 불린 "전략방위구상(SDI)"에서 시작된 MD 계획은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위성과 레이더로 탐지해 공중에서 요격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적국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조지 H. 부시 행정부(1989~92)에서 전지구적제한공격방어계획(GPALS),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전역미사일방어(TMD) 및 국가미사일방어 (NMD) 계획 등으로 명칭이 바뀌어 왔다. 이 계획은 당초 부시 대통령이 2007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내세운 주요 공약이었지만 지난 해 6월, 9.11 테러를 계기로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MD 체제를 조기 배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 시스템의 실전 배치가 완료되면 다른 나라가 섣불리 미국을 공격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 체제가 공격 무기의 개발 을 유발해 국제적인 군비 경쟁이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MD를 구축할 경우 미국은 다른 나라의 공격에서 안전한 반면 다른 나라는 미국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경향신문 2002년 12월 27일자 국제면에서 발췌)

 

<글 : 국제연대 김도혜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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