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베토벤이 들려주는 봄의 선율을 만나다

관리자
발행일 2013.04.09. 조회수 447
칼럼



베토벤이 들려주는 봄의 선율을
만나다

      서울오케스트라, <베토벤 시리즈1> 음악회

 

이기웅 경제정책팀 부장 leekiung@ccej.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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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지난 3월 7일, 지인의 추천으로 한 음악회에 다녀오게 되었다. 퇴근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달려간 곳은 왕십리역 근처에 위치한 성동문화회관 소월아트홀이었다. 큰 플래카드 하나 없는 조그만 지역회관의 소규모 클래식 공연이었다. 공연 제목에 ‘베토벤’만 없었어도, 무슨 공연을 하는지도 모른 채 흘려버렸을 것이다. 공연시작 2분 전에 겨우 도착한지라, 저녁식사도 생략한 채 입장티켓을 받고 좌석으로 직행했다. 여느 클래식 공연처럼 소형 오케스트라 형식에 맞춰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연주자들은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와 자리에 착석했다. 간단한 음정 조율 후 지휘자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며 공연은 시작되었다.


  공연시간에 맞추느라 입구에서 프로그램 하나 구입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행이 첫 곡은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귀에 익숙한 곡이었다. 그러나 제목과 달리 연주되는 곡이 베토벤 곡이 아니라는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고, 그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어 초반에는 공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소위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유명 오케스트라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두 번째 곡부터는 처음 듣는 연주곡들이 이어졌다. 클라리넷 협연, 바이올린 협연 등이 이어졌는데 역시나 귀에 익은 베토벤의 곡은 아니었다. 1부가 끝난 뒤에 알게 되었지만, 크루셀의 <클라리넷 협주곡 2번 바단조 1악장>과 화려하고 애절한 멜로디가 아름다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나장조 1악장>이 연주되었다.

 
  그러나 초반의 어지럽던 나의 머릿속은 2~3곡이 지나가면서 편안해졌다. 클래식 공연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내 마음과 머릿속을 슬며시 지배하기 시작한 탓인지, 무대 위에 도화지를 펼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밖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공연장 안은 따뜻한 봄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포근했다. 아직은 꽃망울조차 오르지 않은 봄의 상징 개나리와 진달래, 무엇보다 감은 내 눈 속에서는 벚꽃의 만개한 그림이 반대편 무대 위에 그려졌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같은 대형 공연장에서 이름 있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즐기는 것과 어떤 면에서 다를지 모르겠으나, 클래식 문외한인 나에게 음악적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마지막 베토벤 연주곡 시리즈에 이르러서 머리 속의 그림은 화룡정점을 찍듯 마무리되었다. 연주되었던 곡을 통해 스스로 한 편의 봄날의 전경을 그렸던 것이다.


  ‘문화’를 기부하는 사회적기업 공연이 끝나고 뒤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공연을 주최한 곳은 「사단법인 서울오케스트라」였다. 2010년 오케스트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에서 지정하는 ‘서울형사회적기업’ 제1호로 선정된 곳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뮤지컬, 재즈, 발레, 오페라, 탱고 등 다양한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한 기획연주회 ‘오감만족 콘서트’와 오케스트라 음악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심포닉 사이언스 시리즈’ 등 새로운 기획 연주회를 시도해왔다. 뿐만 아니라, 음악회 티켓의 30%를 문화적 소외계층에게 기부하고, 서초구 내에서 아동정서발달 및 치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탐욕이 앞서는 자본주의 경제에 맞서 협동 경제학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운좋게 사회적기업이 주최한 공연을 감상하고나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최소한 나의 마음속에서만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과연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일반기업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와 같은 우려로부터 출발한다. 물론 베를린, 뉴욕, 빈 필 하모닉 같은 세계적인 교향악단 뿐만 아니라, 국내의 KBS 교향악단이나 서울시립 교향악단과 경쟁할만한 능력을 아직 갖추진 못했지만, 충분히 지역사회 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할 부분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클래식은 고급스럽고 사치스럽다는 인식으로 인해 대중, 시민들과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오케스트라처럼 대중과 함께하려는 노력으로 위와 같은 선입견을 하나하나 깨쳐간다면, 충분히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많은 비판 속에서도 자본주의가 활개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가 가진 장점, 즉 경제적 역동성이 있지 않은가? 그 속에서 사회적기업은 앞으로 자본주의 시장의 틈새를 헤치며,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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