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는 폐지가 아니라 유지, 보완되어야 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6.10.23. 조회수 2336
경제

공정위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만료되는 올해 말 이후에 적용할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의 기본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월 ‘대규모기업 집단시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였다. 공정위 TF는 23일, 10차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경실련은 공정위가 태스크포스의 논의를 토대로 경제력 집중 억제 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1. 지난 3년간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에 따른 ‘재벌개혁’은 실패했다.


1) 일관된 재벌개혁 의지의 상실은 재벌정책 실패를 초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0월 8일, 경실련이 주최한 대선후보초청토론회에 참여하여 ‘대기업집단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 불공정한 경쟁, 부당한 세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출총제 유지를 공약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11월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이 추진되었다. 이는 경제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특히,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큰 대기업집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시장개혁로드맵이 시작된 2003년부터 출총제에 대한 예외인정 범위를 넓혀 출총제를 누더기로 만들어 갔다. 올해 4월에도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예외인정을 확대하였다. 또한 올해 초부터 열린우리당 및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출총제의 조건 없는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근거 없이 재계의 불합리한 주장에 좌우되어 개혁의 의지와 정책적 일관성이 상실된 것이 재벌개혁의 실패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의 심화로 야기된 우리 경제구조의 폐쇄성과 불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혁의지와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뒷받침 됐어야 함을 지적한다.


2) 공정위의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이 발표된 당시, 3년 후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시장자율감시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되는지 여부를 평가하여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포함하여 정부 직접규율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하였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41개 상호출자제한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 따르면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대기업 집단의 의결권승수는 7.47로 재벌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었다. 이러한 소유지배구조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 형태이며 이 비율은 공정위가 당초 로드맵 추진 당시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9월 공정위는 국내 기업들이 경영의 건전성과 효율성 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내․외부 견제 시스템을 평가한 결과, 제도 및 운영에 의한 기업의 내부견제시스템 및 외부견제시스템의 제도적 수준은 2003년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견제시스템의 종합평가와 외부견제시스템의 ‘작동수준’은 2003년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총수가 있는 재벌의 경우 총수가 없는 재벌에 비해 외부견제가 형편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실련은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에 따른 ‘재벌개혁’이 목표달성에 실패하였고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존의 노력들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3) 변하지 않은 재벌행태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출총제의 핵심은 가공자본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강화하고 총수일가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행태를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것에 있다. 전경련에서는 출총제에 따라 기업투자가 저해된다고 하나 이는 출자가 투자를 규제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삼성, 현대, 두산 등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가 드러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문제로 사회적 홍역을 치루고 있는 등 아직도 재벌 총수들이 적은 지분을 가지고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행태나 소액주주의 재산권 침해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적대적 M&A에 대한 총수의 방어수단으로써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 악용될 시 가공자본에 의해 시장경쟁의 질서가 무너져 기업 스스로의 체질개선과 경쟁력제고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적은 지분을 가지고 상호출자, 순환출자를 통한 총수의 지배력장악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계열사와 개별기업 간 불공정거래, 연관성 없는 산업들의 상호출자를 통한 동반부실화, 소액주주들의 재산권 침해 등의 재벌행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재벌개혁 정책은 지속되어야 하며 출총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2. 출총제 폐지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현재의 출총제는 예외조항이 많아 생산적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재벌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90년대 초부터 출총제의 완화, 예외규정의 확대를 요구해 온 재벌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규제가 매우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재계는 출총제가 폐지되면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출총제 폐지의 경험은 재계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98년 2월에 출총제가 폐지되었다가 2년도 채 안되어 1999년 12월에 다시 도입되었던 것을 경험하였다. 출총제 때문에 투자가 저해된다던 재계는 출총제가 폐지되자 생산적 투자의 확대가 아니라 총수나 그 일가의 소유를 견고히 하기 위한 출자에 집중하였다. 출총제 폐지 전 2년간은 4조원에 불과했던 출자액이 폐지 후 2년 동안 28조원으로 무려 7배나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즉, 재벌들이 투자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재벌총수의 계열회사 지배력을 높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에 따라 출총제는 2년도 못되어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출총제 폐지가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왜곡된 지배구조를 심화시켰던 심각한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3. 경제력 집중 억제, 건전한 시장경제 선진화를 위해 재벌개혁은 지속되어야 한다.


1) 출총제는 폐지가 아니라 유지․보완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지난 3년간의 ‘재벌개혁’이 미진하여 목표달성에 실패하였음을 지적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재벌개혁’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 운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재계 등이 참여한 공정위 TF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출총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시켰지만 각계의 입장이 달라 좀처럼 의견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에 대한 평가는 시장개혁의 목표가 충족되지 못했으며 출총제가 추구하는 정책목표가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출총제는 폐지가 아니라 유지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특히 재계의 요구에 따라 각종 예외를 확대하여 출총제의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출총제를 누더기 제도로 전락시킨 예외규정의 대폭적 정비가 필요하다. 


경실련은 각종 예외규정으로 누더기가 된 출총제를 단순화시킬 것을 주장하는 바이다. 1986년 도입시점의 출총제처럼, 각종 예외규정은 모두 폐지하면서 비율을 재조정하여 출총제를 유지․보완하는 것이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2) 공정거래법 제9조(상호출자의 금지에 관한 법률)를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하라.


 공정위는 기존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3~5년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비환상형 순환출자도 중핵기업 대상 출자총액제한제도 또는 사업지주회사제도 등으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순환출자금지제도가 도입될 경우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으므로 순환출자 규제는 곤란하고 출총제는 조건 없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9조에는 ‘일정규모이상의 자산총액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어 제14조(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등의 지정)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여서는 안된다.’라는 상호출자의 금지에 대한 법령이 규정되어 있다. 


 경실련은 출총제 폐지의 대안으로써 순환출자를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출총제를 유지․보완하고 기존에 공정거래법 제9조의 상호출자의 금지에 대한 취지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순환출자를 금지시킬 것을 주장하는 바이다.


3) 시장시스템에 의한 사후규제를 강화하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와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각 경제주체들의 자율적인 이익추구와 더불어 불법․부당한 방법에 의한 경제행위에 대해 금전적 손실과 피해를 확실히 보상받을 수 있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우리 경제가 선진화로 가는 과정 가운데 필수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 경실련은 다음의 제도들을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현재 우리 경제의 구조에 맞지 않으며 과거 관치경제의 유물인 공정거래법상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불법․부당한 행위를 당한 개별경제주체가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에 이미 도입되어 있는 공정거래법상의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경쟁기업이나 하도급기업, 소비자들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하도급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손해액의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법 위반행위로부터 예상되는 기대수익보다 처벌을 통해 예상되는 기대손실을 크게 해 불공정하도급 행위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경실련은 역대 정부가 취임초기 강력한 재벌개혁정책을 천명했다가 정치논리에 따라 정권말기에 개혁을 포기하고 재벌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회귀하였던 점을 지적하며 참여정부가 역대정부의 잘못된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경실련은 현시점에서 재벌개혁을 후퇴시켜서는 안 되며, 출총제는 폐지가 아니라 유지, 보완되어야 하며 시장시스템에 의한 사후규제 역시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문의 : 경제정책국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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