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부행장의 우리은행장 내정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14.12.08. 조회수 2413
경제

이광구 부행장의 우리은행장 내정은 관치금융의 결정판


정부는 정치개입·관치금융 즉각 중단해야
우리은행 이사회는 주주와 고객 입장에서 독립적·자율적 결정 내려야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 서금회(서강대출신 금융인모임)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을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행추위는 3명의 후보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한 후 ‘이광구 부행장이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은행 경쟁력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행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의 멤버인 점, 유력 후보였던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이 지난 1일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부행장의 내정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정치개입과 관치금융 논란을 기정사실화한 것에 다름 아니다.

경실련은 이번 이 부행장의 내정과정에서 드러난 정치개입과 관치금융이 개발독재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반시장적 행태라고 규정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관치금융 행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뿐 아니라 시장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번 이 부행장의 내정은 명백한 정치개입은 물론 관치금융의 전형적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은행장 내정과 관련해 그간 정치개입과 관치금융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이순우 현 행장의 연임은 무난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위선의 개입이 사실화되면서 지난 1일 이순우 행장이 갑자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결국 행추위는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을 은행장 후보로 내정했다. 문제는 최근 금융권에서 선임된 주요인사들이 서금회 멤버라는 사실이다.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사전 내정설 속에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임이 강행되었으며, 얼마 전엔 대우증권 사장에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부사장이 내정되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박지우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윤대 산업은행 부행장 등도 서금회 출신 멤버들이다. 이러한 관치금융의 행태는 금융위원회가 최근 관치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다양성, 전문성을 강화하고 대기업 오너들이 계열금융사 사장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내놨지만 이를 무력화시키게 되었다. 결국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금융권 인선과정이 정치개입으로 얼룩지면서 관치금융이 판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이러한 금융권 인사에 대한 정치개입과 관치금융은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다.
과거 개발연대 시대에 금융통제, 관치금융 등의 행태는 금융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전문적 경영기법의 개발을 억제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금융산업의 발전을 크게 저해했다. 이는 1997년 IMF경제위기를 초래했던 금융기관 부실의 근본원인으로 결과가 되었음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의 관치적 행태는 자본시장이 개방되었고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높은 금융시장을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신시켜 금융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금융시장이 법과 제도에 근거한 공정한 시장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관치적 행태가 횡행되는 상황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실련은 우리은행장 내정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정치개입과 관치금융 행태를 규탄하며 향후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정부는 대통령 인맥에 기반한 정치개입과 관치금융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세우고 불법행위를 근절시키는 것이지 자신의 기득권과 특권을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치개입과 관치금융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우리은행 이사회는 우리은행장 내정과 관련해 주주와 고객의 입장에서 외부개입없는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내일 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우리은행장 내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이 정치개입과 관치금융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사회가 이광구 부행장의 우리은행장 내정을 의결한다면 이사회는 정부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같은 결정은 우리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은행 이사회는 우리은행장 내정과 관련해 주주와 고객의 입장에서 외부개입없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려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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