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야기] 월드컵 한 경기 중계권이면 한남동 고급빌라도 산다?!
월드컵 한 경기 중계권이면 한남동 고급빌라도 산다?!
천정부지 치솟는 중계권료, 한 경기당 30억이 드는 현실
박지호 시민권익센터 간사
jhpark@ccej.or.kr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유보 결정만큼이나 필자를 분노케 한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바로 지상파 3사와 월드스포츠그룹(이하 WSG)의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권료 협상 결렬 문제이다. 시작은 이렇다. 2012년 6월 7일 축구팬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뉴스가 날아든다. 지상파 3사 스포츠 국장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들은 WSG의 무리한 중계권료 요구 때문에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의 TV중계가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즉, 공중파 TV에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시아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마케팅 대행사인 WSG와 협상해야한다. 예전에는 자국의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진행됐지만 아시아 축구 전반의 공동 발전을 위해 아시아축구연맹이 WSG를 설립해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2014년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와 관련해 이들은 무리한 요구를 했다. 최종예선을 포함 4년간 20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으로 5,200만 달러(약 609억원)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 협상단에서는 1,7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제시하였으니, 차이가 3배 이상 나고 있다.
지상파 3사, 그들의 원죄
지상파 3사의 기자회견은 축구팬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WSG의 무리한 요구에만 초점을 맞춰서 피해자인양 기자회견을 열어 하소연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중계권료 협상 결렬과 같은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3사간 이기적인 출혈경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0년 SBS는 지상파 3사 사장단 합의에도 불구하고 벤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월드컵 단독 중계를 추진했다. 2006년 지상파 3사는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협상 창구를 단일화 하는 ‘코리아 풀’을 구성했으며, 스포츠마케팅사와 어떠한 개별 접촉도 하지 않을 것을 서면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SBS는 당시 중계권협상을 담당하고 있던 IB스포츠와 별도의 비밀약정을 체결해 결국 월드컵 중계권료로 750억원을 지불하며 중계권을 독점했다. 단순 산술로 계산하면, 월드컵에서는 총 63경기가 진행되니 경기당 약 12억원에 중계권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서 SBS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500만 달러, 한화 약 65억원의 중계권료를 추가로 지불한 것을 감안하면, 경기당 중계료는 12억원을 호가한다. 이러한 SBS의 단독협상, 지상파 3사간 과도한 이기주의와 경쟁에 의해 유독 한국에 대한 스포츠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는 덕 본다?
이번 중계권료 협상 결별에 의한 지상파 중계 무산으로 수혜를 입은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다. 지상파 3사 스포츠 국장단은 2012년 6월 7일 오전 11시에 중계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9일 새벽에 열리는 카타르전 시작 1시간 전까지 협상을 계속할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9일 카타르전 중계 가 불가능하더라도 12일 레바논과의 2차전은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협상의 진전은 없었다. 높은 중계권료 수익을 예상했던 WSG 측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틈새를 종편채널인 JTBC가 파고 들었다. 2012년 6월 8일 JTBC는 WSG와 9일 카타르전과 12일 레바논전을 중계방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JTBC 측에서 정확한 중계권료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두 경기 합쳐 100만~12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당 한화 6억에서 7억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2010년 4월 12일 '월드컵 중계권 관련 기자회견'에서 KBS는 SBS에 대해 월드컵 단독 중계권 확보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방송 3사는 SBS가 보유한 2016년까지의 올림픽 및 월드컵 중계권과 KBS의 아시안컵축구대회, 축구 A매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그리고 MBC가 보유한 2010광저우, 2014 인천 아시아게임 중계권을 공유하면서 SBS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소를 취하했다.
“대~한~민~국”을 라틴어로??
▲JTBC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를 통해 카타르전 2.754%, 레바논전은 7.529%의 시청률로 종편 역사상 가장 높음은 물론, 지상파 통틀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종편의 새로운 활로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