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야기] 월드컵 한 경기 중계권이면 한남동 고급빌라도 산다?!

관리자
발행일 2012.07.25. 조회수 685
칼럼

     


월드컵 한 경기 중계권이면 한남동 고급빌라도 산다?!
천정부지 치솟는 중계권료, 한 경기당 30억이 드는 현실


 


박지호 시민권익센터 간사
jhpark@ccej.or.kr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문제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을 하며 이번 호 스포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2012년 6월 19일 KBO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유보했다. 롯데, 삼성, 한화 등 기존 구단 사장단 덕분에, 내년부터 아니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당장 올스타전, WBC 보이콧 등 강경대응을 하고 있으니 올해부터 프로야구는 파행을 거듭할 것 같은 예상이 든다. 스포츠계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풍토가 우선시 되고 있는 듯 보여 씁쓸할 뿐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유보 결정만큼이나 필자를 분노케 한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바로 지상파 3사와 월드스포츠그룹(이하 WSG)의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권료 협상 결렬 문제이다. 시작은 이렇다. 2012년 6월 7일 축구팬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뉴스가 날아든다. 지상파 3사 스포츠 국장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그들은 WSG의 무리한 중계권료 요구 때문에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의 TV중계가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즉, 공중파 TV에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시아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마케팅 대행사인 WSG와 협상해야한다. 예전에는 자국의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진행됐지만 아시아 축구 전반의 공동 발전을 위해 아시아축구연맹이 WSG를 설립해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2014년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와 관련해 이들은 무리한 요구를 했다. 최종예선을 포함 4년간 20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으로 5,200만 달러(약 609억원)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 협상단에서는 1,7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제시하였으니, 차이가 3배 이상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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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그들의 원죄


 


지상파 3사의 기자회견은 축구팬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WSG의 무리한 요구에만 초점을 맞춰서 피해자인양 기자회견을 열어 하소연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중계권료 협상 결렬과 같은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3사간 이기적인 출혈경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0년 SBS는 지상파 3사 사장단 합의에도 불구하고 벤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월드컵 단독 중계를 추진했다. 2006년 지상파 3사는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협상 창구를 단일화 하는 ‘코리아 풀’을 구성했으며, 스포츠마케팅사와 어떠한 개별 접촉도 하지 않을 것을 서면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SBS는 당시 중계권협상을 담당하고 있던 IB스포츠와 별도의 비밀약정을 체결해 결국 월드컵 중계권료로 750억원을 지불하며 중계권을 독점했다. 단순 산술로 계산하면, 월드컵에서는 총 63경기가 진행되니 경기당 약 12억원에 중계권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서 SBS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500만 달러, 한화 약 65억원의 중계권료를 추가로 지불한 것을 감안하면, 경기당 중계료는 12억원을 호가한다. 이러한 SBS의 단독협상, 지상파 3사간 과도한 이기주의와 경쟁에 의해 유독 한국에 대한 스포츠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는 덕 본다?


 


이번 중계권료 협상 결별에 의한 지상파 중계 무산으로 수혜를 입은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다. 지상파 3사 스포츠 국장단은 2012년 6월 7일 오전 11시에 중계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9일 새벽에 열리는 카타르전 시작 1시간 전까지 협상을 계속할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9일 카타르전 중계 가 불가능하더라도 12일 레바논과의 2차전은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협상의 진전은 없었다. 높은 중계권료 수익을 예상했던 WSG 측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틈새를 종편채널인 JTBC가 파고 들었다. 2012년 6월 8일 JTBC는 WSG와 9일 카타르전과 12일 레바논전을 중계방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JTBC 측에서 정확한 중계권료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두 경기 합쳐 100만~12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당 한화 6억에서 7억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그럼 여기서 앞서 언급했던 WSG와 코리아 풀의 협상 중 오갔던 금액을 상기해보자. WSG가 최초에 제시한 금액은 20경기에 5,200만달러(약 609억)로 경기당 약 한화 30억이었으며, 협상 중 DMB와 IP TV 등 뉴미디어 중계를 제외시켜 4,300만달러(약 503억), 경기당 약 25억을 제시했다. 코리아 풀에서는 최초 1,700만달러(약 205억), 경기당 약 한화 10억, 뉴미디어 중계를 제외하고는 1천510만달러(약 177억원), 경기당 약 한화 8.9억원이었다. 최종 금액만 이야기하자면, WSG는 경기 당약 25억원, 코리아 풀이 약 8.9억원, JTBC경기 당 최소 6억원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JTBC의 중계권 협상은 WSG, 코리아 풀의 중계권료 금액보다 낮은 금액이니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JTBC의 이번 중계권료 협상행태는 한국 스포츠 업계는 물론 방송업계에 극단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방송사들의 이기적인 경쟁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중계권료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JTBC 덕분에 브라질리아로 날렸다. 국제 스포츠시장에서 한국 방송사는 ‘봉’이라는 인식(?!)과 혹평을 씻을 수 있는 기회마저 리우데자네이루로 ‘뻥’ 차버린 것이다. 결국 국제 중계권 협상 대행사들에게 한국의 중계협상 출구의 대상 선택폭을 JTBC가 더 확대시켜 준 셈이다. 2010년 지상파 3사의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반면교사 삼아 코리아 풀을 구성한 것이 결국 종편의 헛발질로 끝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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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4월 12일 '월드컵 중계권 관련 기자회견'에서 KBS는 SBS에 대해 월드컵 단독 중계권 확보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방송 3사는 SBS가 보유한 2016년까지의 올림픽 및 월드컵 중계권과 KBS의 아시안컵축구대회, 축구 A매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그리고 MBC가 보유한 2010광저우, 2014 인천 아시아게임 중계권을 공유하면서 SBS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소를 취하했다.


 


 


“대~한~민~국”을 라틴어로??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위기이다. 물론 현재 최종예선 1, 2차전에 승리하여 월드컵 본선 진출 확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현재 대표팀에는 영원한 캡틴 박지성도, 초롱이 이영표도, 테리우스 안정환도 없다. 월드컵 예선 진행 중 감독도 교체되었다. 여기에 간판 공격수인 박주영은 병역회피 논란 속에 사실상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있다. 프리미어리그 볼턴에서 활약 중인 이청룡은 지난 시즌 발목 골절 부상으로 인해 1년을 쉬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 어느 때보다 축구 국가대표팀에 국민들의 열성적인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하지만 마땅히 보내야 할 응원과 우리들의 함성이 자발적 거부되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번 종편 거부와 맞물려 일부 축구팬들의 월드컵 최종예선 시청 거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종예선 그리고 TV중계가 우리 모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이런 사소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의 판단과 선택의 기회를 조금씩 잠식하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라틴어로 중계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보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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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를 통해 카타르전 2.754%, 레바논전은 7.529%의 시청률로 종편 역사상 가장 높음은 물론, 지상파 통틀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종편의 새로운 활로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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