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자산 구분계리 도입 없이 생보사 상장은 불가

관리자
발행일 2006.07.25. 조회수 2352
경제

- 구분계리 도입 여부 및 그 내용이 상장방안 마련과 별개로 진행되어서는 안돼
- 삼성생명이 유가증권평가이익의 87.8% 차지, 삼성을 위해 자산구분계리 왜곡 우려
- 조만간 상장자문위 발표안에 대한 이론적⋅실증적 비판 보고서 발표할 계획


1. 지난 13일(목) 개최된 공청회에서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이하 상장자문위)는 생보사의 구분계리와 관련하여 별도의 T/F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과 참여연대가 그동안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생보사 상장의 기본 전제조건은 ‘이익배분 등에 관하여 상법상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이 인정’(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35조 제2항)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배당계약자, 무배당계약자, 주주 등 상이한 이해관계자들간에 보험손익 및 투자손익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구분계리의 도입 없이는 생보사가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인정받을 수 없으며, 상장은 불가능하다.


주주의 돈이 아닌 남의 돈을 섞어놓은 채로 상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생보사 상장방안의 핵심 요소로서 자산 구분계리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하며, 나아가 자산 구분계리의 내용이 특정 생보사의 이익을 위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


2. 구분계리(account segmentation)는 일반계정 내에서 특정 보험상품종목을 다른 보험상품종목과 구분하여 회계 처리함으로써, 각 구분별로 재무상태⋅손익상황 등을 파악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한 보험회사의 내부관리 회계기법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기존의 유배당보험상품과 새로 도입되는 무배당보험상품간의 손익구분을 위하여 구분계리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현행 구분 계리제도 하에서는 보험손익은 유⋅무배당보험으로 구분되어 귀속주체가 명확하나, 투자손익은  유⋅무배당보험 구분 없이 통합 운용되고 사후적으로 각각의 책임준비금에 비례하여 배분하고 있을 뿐이다.(주;보험손익은 수입보험료에서 지급보험금과 사업비를 차감한 금액을 말하며, 투자손익은 자산운용을 통해 얻은 손익으로 정의된다)


이처럼 투자손익을 책임준비금에 비례하여 배분하는 평균준비금방식을 적용할 경우 ‘유⋅무배당보험 판매 비중의 변화’ 및 ‘투자자산의 처분시점’에 따라 계약자 몫이 달라지는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생보사들이 무배당보험 판매에만 주력하면서, 투자손익 배분기준인 유배당보험의 책임준비금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2005. 3 현재 22개 생보사 전체의 유배당보험 책임준비금 비중은 50.2%에 불과하다.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할 때 유배당보험의 비중은 1998회계년도의 85.9%에서 2004회계년도의 16.3%로 감소하였다(<표 1> 참조).


결국 현재 생보사 보유 투자자산의 대부분은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기여에 의해 형성되었으나, 최근 유배당보험 책임준비금의 비중이 급감함에 따라 투자손익은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주주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생보사 투자자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은 사실상 매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산의 경상 운용수익(투자자산의 배당⋅이자⋅임대료 수입) 이외에, 투자자산을 매각하여 실현된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자자산의 평가이익(시장가격과 장부가격의 차액) 중 더 많은 부분이 주주 몫으로 회계처리될 뿐만 아니라, 유배당보험 계약자 몫의 평가이익이 실현되어 실제 배당될 가능성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산구분계리의 도입 없이 평균준비금방식을 전제로 생보사 상장을 추진할 경우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이익 침해는 명약관화하며, 이는 (삼성생명⋅교보생명의) 과거 자산재평가차익의 내부유보액 처리 문제 및 배당의 적정성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표 1> 유배당보험의 점유율 추이 (단위: %)































 

FY1998


FY1999


FY2000


FY2001


FY2002


FY2003


FY2004


총수입보험료


85.9


77.6


56.6


36.9


28.0


21.0


16.3


보유계약건수


67.5


53.0


41.9


28.7


22.7


21.1


 8.5


3. 평균준비금방식의 투자손익 배분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계약자 이익의 침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회사 역시 삼성생명이다. 자산구분계리의 일차 대상이 되는 투자유가증권(계열사 주식 포함) 평가이익의 현황을 보면, 2005.3 현재 대형 3사가 전체 생보사의 96.8%를 차지하며,  특히 그 중 87.8%를 삼성생명이 차지하고 있다(<표 2> 참조).

<표 2> 각사별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 현황 (단위: 억원, %)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전체 생보사


2004.3


78,363(95.1)


1,892(2.3)


2,326(2.8)


82,391(100.0)


2005.3


65,136(87.8)


1,726(2.3)


4,944(6.7)


74,177(100.0)


삼성생명은 2005.3 현재 총 90.9조원의 자산(일반계정 83.4조원, 특별계정 7.6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일반계정의 주식투자는 7.5조원으로, 일반계정의 운용자산 74.5조원 대비 10.1%의 비중  을 차지하고 있어, 선진국의 주요 생보사에 비해 주식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성그룹의 61개 국내 계열사 중 삼성생명이 출자한 회사는 16개사이며, 그 중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일반 산업기업이 9개사이다. 이들 16개 계열사 중 (지분율 5.0% 이상으로, 사업보고서상 장부가액을 확인할 수 있는) 10개 계열사 주식가액의 합계가 6.9조원으로, 일반계정의 주식투자총액 7.5조원의 91.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 삼성전자 지분 7.2%의 장부가액이 5.3조원으로, 일반계정 주식투자총액 7.5조원의 70.8%에 이른다. 즉 삼성생명의 주식투자는 압도적으로 계열사 주식에 집중되어 있으며, 또한 그 대부분이 삼성전자 등의 산업기업 주식이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보유는 대부분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기여에 의해 형성되었으나, 이들 계약자 주식은 그룹이 존재하는 한 매각할 가능성이 없으며, 결국 그 평가이익이 실현되어 유배당계약자에게 배당될 가능성도 없다.


그런데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의 대부분이 삼성생명에 집중되어 있음으로 인해 유배당계약자의 이익을 공평하게 배려하는 구분계리방식, 특히 자산구분방식의 도입이 좌절되거나, 또는 과거 보험계약은 불문에 부치고 신규 판매되는 보험계약에 대해서만 자산구분방식을 적용하는 등의 왜곡이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자산 구분계리의 도입 여부 및 그 내용이 삼성생명의 이익에 위해 왜곡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다.


4. 구분계리방식은 그 범위를 자산부문에까지 확대할 것인지, 그리고 확정된 투자손익을 사전적으로 배분할 것인지 또는 사후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따라 일반적으로 ① 평균준비금/평균자산방식, ② 투자년도방식, ③ 자산구분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위 세 가지 방식 중에서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구분계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감독규정상 특정한 방법을 정하여 강제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미국의 뉴욕주 감독규정 제33조는 보험회사가 감독당국의 승인 없이 평균준비금방식이나 평균자산방식 중 선택하여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으며, 만일 투자년도방식이나 자산구분방식을 사용하려면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평균준비금/평균자산방식이 투자손익 배분을 위한 기본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회사의 성격(주식회사 또는 상호회사)에 따라 판매상품(무배당 또는 유배당)이 일정하여(예를 들면, 주식회사는 무배당상품을 판매) 우리나라와 같이 한 회사가 유⋅무배당상품을 동시에 판매함에 따른 주주-계약자간 이익배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1980년대 초의 고금리 상황에서 보험환경이 급변하고 생보사들도 회사형태와 무관하게유⋅무배당보험상품을 동시에 판매함에 따라 Prudential, Equitable, Hartford 등 유력 보험회사들을 중심으로 자산구분방식이 도입되었다. 1985년에 자산구분방식을 도입한 Prudential은 현재 20개의 구분(segment)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각 회사에 구분계리방식 선택의 자율성을 인정한 것은 주주-계약자간 이익배분의 형평성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한 회사가 유⋅무배당상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또한 각 상품의 판매비중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투자손익을 각 상품의 당기평균준비금을 기초로 배분하는 평균준비금방식만을 적용한다는 것은 주주-계약자간 형평성 시비를 방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 13일 상장자문위 공청회 자리에서 한 상장자문위원이 “유럽에서는 자산구분방식을 도입한 경우는 많지 않으며, 이에 따라 계약자에 의한 소송이 빈발하고 있다.”는 논리로 자산구분방식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자산구분방식의 도입에도 비용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비용은 이익배분의 형평성 훼손에 따른 비용(특히 소송비용)과 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한다. 더구나 보험계약자에게 집단소송이 허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익배분에 문제가 있으면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식의 태도야말로 상장자문위의 업계 편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생보사가 그 법적 성격의 측면에서는 주식회사임을 주장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상장자문위가 자산구분방식의 도입 필요성 내지 보험계약자 소송제도의 불비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것은 자기모순일 뿐이다.


5. 자산구분계리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투자손익의 배분 측면에서 주주-계약자간의 형평성 시비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초기에 판매된 고금리 유배당상품의 역마진 문제를 신규 판매된 무배당상품의 사업비차익으로 보전하는 계약자간 형평성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 된다.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자산구분계리를 도입을 통해 이러한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소할 때에만이 생보사들이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충족하고 상장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한편,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조만간 상장자문위 발표안에 대한 이론적⋅실증적 비판 보고서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문의 : 경제정책국 02-367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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