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생색내기용 보유세제 개편안 반대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4.11.16. 조회수 2747
경제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완화’를 위한 근본적 세제개혁을 시행하라


정부와 여당은 11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체계 등을 발표함으로써 1년 이상 끌어온 보유세제 개편방안을 최종확정했다. 종래 시․군․구세로서 건물에 대해서는 재산세, 토지에 대해서는 종합토지세를 부과해 오던 것을 주택, 나대지, 사업용 토지, 사업용 건물의 4범주로 나누어 각각 지방세로서 재산세, 국세로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또한 과표를 현실화하여 공동주택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의 50%,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의 50%로 결정하였으며, 세율 단계를 단순화하여 누진도를 완화하는 동시에 세부담 급증을 방지하기 위해 세율을 전반적으로 인하하였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 기준은 각각 인별합산으로 주택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 초과, 나대지의 경우 공시지가 6억원 초과, 사업용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 40억원 초과로 결정되었다. 이와 함께 16일 추가 당정협의를 거쳐 개인간 거래에 한해 등록세율을 3%에서 1.5%로 인하하여 총 거래세율을 5.8%에서 4%로 낮추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정부 여당은 이번 개편방안을 통해 보유세 부담의 불형평 문제를 근본적으로 시정하고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완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유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라는 점에서는 이번 개편 방안은 높이 평가하고, 이 방안이 실행되면 그 동안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아파트 보유세 부담의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완화의 시각에서 볼 경우, 이번 개편 방안은 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보완이 시급하다.


첫째, 보유세 강화와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실현이라는 본래 취지가 완전히 퇴색되었다.


참여정부는 과표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통해 보유세 강화와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중과세를 실현하겠노라고 공언해 왔으나, 11월 11일 확정된 안을 보면 그 같은 취지는 완전히 실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언론들에서 마치 종합부동산세라는 조세가 기존 보유세에 추가로 더 부과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종합부동산세는 단지 기존의 보유세 과표구간(재산세는 6구간, 종토세는 9구간) 가운데 윗부분(종래 기초자치단체에서 징수)을 국세로 징수하는 것에 불과하며, 단지 세율구조를 단순화하고 과표현실화를 일정한 정도 실현한 변화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정치논리에 휘말려 실질적인 보유세 강화라는 목표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종부세 과세대상 기준을 높여서(주택의 경우 당초 5~6억원선이 거론되다가 9억원으로 후퇴) 과세 대상자를 대폭 축소시켰고, 과표현실화에 의한 세부담 증가를 염려하여 모든 과표구간에서 세율을 최대한 낮게 설정하였다. 또한 이도 모자라 개인의 연간 세부담 증가에 50%라는 상한선까지 설정했다.


정부는 전체 세수의 증가폭을 현재 세수 3.2조원의 10%(3,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보유세가 강화된다고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개편 방안의 허점들을 감안할 때 실제로 이 정도의 세수 증가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근본적 세제 개편 없이는 정부, 여당이 천명하고 있는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인하’는 구호에 불과하다.


정부와 여당은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를 인하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이번 방안으로는 그 원칙을 실현할 수가 없다.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는 패키지형으로 추진하는 것이 여러 모로 바람직한데, 거래세 세수 13조원(2003년)에 비교해서 보유세 증가 액수가 너무 미미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래세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 강화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거래세에 비해 보유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일반적이다. 2003년 기준으로 독일은 보유세와 거래세 비율이 64 : 36, 일본은 83 : 17, 영국은 79 : 21, 미국은 98 : 2에 이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보유세와 거래세 비율이 29 : 71로 거래세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보유세는 지방세 중 시․군․구세이고, 거래세인 취득세와 등록세는 지방세 중 광역자치단체세(광역시도의 재원이자 시군구의 조정교부금)이므로,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여 시군구의 재정을 보전하지 않고서는 거래세를 대폭 인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이번 보유세제 개편안은 한 마디로 기대에 못 미치는 매우 실망스러운 방안이다.


셋째, 새로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여러 가지 허점을 내포하고 있으나, 과세회피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정부 여당은 개인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고 있으나, 오히려 세부담이 감소하는 경우나 부동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한 과세 회피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종래 종합토지세에서 분리과세하면서 5%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던 사치성 토지(골프장, 별장 등)에 대한 과세 방법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런 토지를 나대지로 포함시킬 경우 세부담은 오히려 크게 감소할 것이다.


또한 기존 종합토지세의 경우 인별 전국 합산 과세했으나, 새로운 재산세의 경우 물건별 과세(주택의 경우)나 인별 시군구 관내합산 과세(나대지의 경우)로 바뀌고, 또 주택용 토지와 나대지의 과세가 분리되기 때문에 현재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다수 나올 수 있다. 


주택, 나대지, 사업용 토지를 분리하여 과세하기 때문에, 각 부동산을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에 약간씩 못 미치는 수준에서 보유하지만 합했을 때 수십억 원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부동산 재벌’이 종부세의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종합구멍세 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실련은 이와 같이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정부 여당의 보유세제 개편방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만, 동시에 이번 개편 방안을 비판하는 세간의 일부 잘못된 관점과 태도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유세 정상화의 명분과 정당성, 조세형평성과 안정성 등의 고려 없이 행해지는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아전인수격 해석과 비판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국세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이중과세라든지, 지방분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원칙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면 전혀 근거가 없다. 즉 보유세의 이원화는 이론적으로 전혀 잘못이 없다.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지방세를 감면해 주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다. 또한 토지와 부동산을 각급 정부가 공동 세원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다수 존재한다.


보유세 부담은 공공서비스에 비례해야 한다는 원칙을 생각하면 보유세를 이원화해서 국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은 강남의 기초자치단체가 제공해 온 공공서비스뿐 아니라 중앙정부가 제공해온 공공서비스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런 엉터리 논리를 가지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종합부동산세를 의미 있게 부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용두사미격이 되어 버린 보유세제 개편안에 대해서조차 보유세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여당 의원들은 누구를 대변하는 의원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이렇게 해서는 2004년 9월 15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보유세 실효세율 0.3~0.5%의 달성은 불가능하다. 사실 0.3~0.5%라는 보유세 강화 목표 수준도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참여정부로서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0.1%를 장기적으로 1.5% 정도로 끌어올려 ‘선진국형 토지세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은 정부, 여당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유세제 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문의: 정책실 경제정책팀 02-3673-2141]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