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 창(窓)-개발도상국 원조사업의 진실 혹은 대담

관리자
발행일 2003.10.14. 조회수 1991
정치

는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7월 14일에 환경재단과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가 주관한 토론회에 다녀왔더랬습니다. 토론회의 이름은 <한국개발원조(ODA) 개선방안: 세계와 더불어 사는 길>이었죠. 우리 국제연대에서도 ODA 사업에 관심이 참으로 많아서 지난 4월에 1차 정책 포럼을 하였을 때도 이 주제로 하였었답니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남의 나라 더 많이 도와주자는 구호가 자칫하면 묻혀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이 시기에 외교통상부가 후원이 되어 이런 토론회가 열린다니 조금은 놀라우면서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모든 참석자와 토론자들은 1) 대외원조금액(ODA)의 증액과 2) ODA 금액 가운데 무상원조 금액의 증액을 공통적으로 주장하며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합일된 의견을 보여 주었죠. 하지만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가 보아야 할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어 조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토론회에 참석하셨던 한 교수님께서 토론 시간에 "우리는 왜 개도국 원조를 하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약간 철학적으로 원조 행위에 접근하셨죠. 그리고 나아가 양적으로 원조금액을 늘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효과적인 원조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수혜국이 원하는, 즉 받는 사람의 실정에 맞는 지원방식이 필요할 것이라는 논의를 하셨습니다.

 

인적으로 이 논의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원조'라는 행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인간 삶의 전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우리는 살면서 남에게 베풀고 또 받으며 살아가니까요. 전적으로 받으면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작금의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ODA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이코노미의 네트워크가 형성된 판국에 우리 경제의 불황이 곧 다른 경제의 불황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고, WTO, IMF 등의 국제경제기구들과 미국은 "세계화"의 목표아래 시장경제로의 편입과 국내시장의 문호 개방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죠. 각 국은 서로가 서로의 새로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며 초기에 진입하여 First Mover Advantage를 누리기를 열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를 계기로 불황에서 탈피해보겠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80년대에 미국은 자국의 불황을 타개하고자 남미를 주축으로 한 개발도상국 국가들에게 일명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는 민영화 추진 및 규제완화 기제를 전파시켰으며 이를 충실히 따른 남미 국가들의 노력(?) 덕분에 미국경제는 회복을 할 수 있었다는 견해가 있을 정도이지요. 하지만 선진국의 ODA 지원금액은 해가 갈수록 낮아져서 60년대에 GDP 대비 0.48-0.34%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0.22% 정도 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즉 국가들은 서로의 시장을 탐하면서도 서로에게 '주는 행위'는 별로 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럼, 한국은 어떤가요? 저 본인이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에 한국은 참 독특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스스로를 아직도 가난한 나라라고 보는 경향이 아주 강한 것 같으니까 말이에요. 물론 배고픔의 고통에 시달리는 절대빈민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만 GNP 대비 사회복지 재정의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를 빈곤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이나 빈곤감도 심각하고 말이죠. 그래서 아직 한국은 다른 개발도상국가들에게 '퍼주기'를 해줄 수 있는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주는 행위'는 정말 말 그대로 삶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21세기의 팍팍한 국제질서를 견뎌 나가는 마지막 비상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국제연대 김도혜 였습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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