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0_[취재]반전평화를 외치는 현장을 찾아서

관리자
발행일 2002.12.09. 조회수 2528
정치

"전쟁은 평화를 이길 수 없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미국은 지난 20일 바그다그를 폭격함으로써 대이라크전을 시작했다. 충분히 예견된 전쟁이었다. 모든 전쟁을 막을 수만 있다면 물론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침략으로 점철되어온 세계사는 어김없이 전쟁이라는 약육강식의 질서가 21세기에도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모든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바람이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이처럼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만큼은 막을 수 있으리라 사람들은 믿었다. 그러나 막무가내 독불장군 미국을 막아낼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시 대통령의 양심에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있던 지구촌 사람들에게, 평화를 부르짖던 사람들에게, 전쟁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동시에 반전을 외치는 사람들의 가슴을 향해서도 총질을 해댄 것이다.


 


 "이라크공습을 즉각 중단하라"(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한국시각 20일 오전에 시작됐다. 침공소식이 외신을 타고 사람들의 눈과 귀로 빠르게 퍼지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계속하여 거리로 몰려 나왔다. 즉각적으로 대 이라크 전쟁을 중단하라고…, 전쟁으로 사라져갈 어린 아들딸들을 생각하라고… 


 




<사진>미국의 이라크 공습 첫날, 미대사관앞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릴레이 기자회견이 열렸다


 20일 미대사관 앞에서 각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라크공습을 즉각 중단하라'는 긴급 항의 집회를 가졌다. 경실련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반대한다' 'We are against the War'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경실련 김용철 부장은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의 염원을 미국이 저버리겠느냐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기에 전쟁이 이처럼 빨리 터질지 몰랐다"며 "바쁜 일상 중에 급작스레 각 단체들과 협력을 도모하기가 힘들었지만 우리는 끝까지 반전평화를 외치겠다"며 경실련의 뜻을 전했다. 이날 긴급 항의 집회는 저녁 늦게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No blood for oil!"
"부시의 한마디에 수백만이 고통, 제국의 침략 전쟁 NO"
"침략하는 나라 미국 부역하는 나라의 국민이고 싶지 않다."
"우리는 전쟁 없는 평화세계를 원한다"
"20세기 학살자 히틀러, 21세기 학살자 부시"
"Stop the War" 등등 부시 미국대통령을 성토하는 다양한 피켓을 들고 나와 반전을 강하게 호소했다.


 


 반전집회 멈출 수 없다(3월 21일)
 반전시위는 계속됐다. 경실련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 4개 단체는 21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절대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매주 화,금 정오에 열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 시민대회 첫날(21일)의 현장
 
 "국제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방어능력이 없는 국가를 폭격하는 것이 침략이지 어찌 전쟁인가,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 머리위로 폭탄을 쏟아 부을 수 있는지, 자신들은 자식도 없는가"
 
 이근식 교수(시립대)는 이렇게 강한 어조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계속해서 "미국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지 말고 솔직히 석유 때문에 전쟁하고 있다고 밝혀야 한다. 미국은 세계의 침략자이자 악의 세력이다. 이런 미국이 세계의 핵을 장악하고 있으니 정말 걱정스럽다"며 우려의 모습을 비쳤다.


 서경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대표는 "한반도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서라도 이라크 전쟁을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항의집회 앞을 지나가는 보통시민들도 함께 동참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도 "이라크전 이후 우리나라와 세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하며 충분히 평화적인 해결방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은 안타깝다"고 밝힌 후 "즉각적으로 이라크 침략을 멈춰라"는 구호를 힘있게 외쳤다.


 경실련은 앞으로도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멈출 때까지 매주 화, 금요일 낮12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반전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시민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쟁은 평화를 이길 수 없다(3월 22일)
 전세계가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가운데 주말 서울도심에서도 반전의 열기가 가득했다. 오후 2시 서울 시청앞 광장 평화염원 대회를 시작으로 오후 4시에는 종묘공원에서, 7시에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반전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진>평화를 기원하는 두드림, 난타 공연과 법고 연주


 


 2시 시청앞 광장에는 반전평화를 위한 울림이 있었다. 지축을 흔들고 사물을 깨우는 대고 연주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울림은 어디에서 오는가. 울림의 근원은 고요함이다. 사람들은 묵념을 했다. 묵념은 이라크전으로 희생되어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위한 고요한 침묵이었다. 그리고 울림은 시작됐다.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과 이라크전 지지를 맞바꾸는 것은 부도덕할 뿐 아니라 불가능한 거래입니다. 우리의 평화와 안위를 위해 어찌 남에게 눈물을 강요할 수 있으며, 또 우리가 불법적인 침공에 참여해놓고 앞으로 한반도에 위험이 닥쳤을 때 어떻게 평화를 말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할 수 있단 말입니까" 


 첫 울림은 이렇게 평화선언문을 통했다. 영화배우 안성기씨와 문소리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평화선언문을 낭독했다. 우리의 '국익'보다 정당성과 정의, 그리고 이라크 사람들의 '생명'이 더 중요함을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사진>영화배우 안성기씨와 문소리씨가 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이사장)는 "바그다드를 점령할 수 있어도 이라크 국민을 점령할 수 없습니다. 후세인을 무릎꿇게 할 수 있어도 세계의 양심과 정의는 무릎 꿇릴 수 없습니다. 전쟁은 평화를 이길 수 없습니다"라며 정의와 평화는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고 외쳤다.


이오경숙 한국여성연합 대표는 "어찌 손에 피를 묻히고 평화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의 파병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며 검은 차도르를 걸치고 나와 외쳤다. 


종교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강원룡 목사(평화포럼 이사장)는 "존 F 케네디는 '앞으로 오는 세상이 전쟁을 끝내느냐 아니면 전쟁이 인류를 끝내느냐의 기로에 설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세력이 반드시 승리하리라 봅니다"라며 평화의 전선으로 함께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일면 스님(봉선사 주지)은 "모든 전쟁은 우주의 조화와 생명의 조화를 파괴하는 것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어떤 명분도 있을 수 없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말했다.


 




       <사진>평화염원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전쟁 반대를 외쳤다. "STOP war!!"


 


"평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에도 평화를 가져야 합니다." 평화염원 대회를 위해 방한한 탁닛한 스님은 이렇게 말문을 열고, "핸드폰을 두 개 사서 하나는 남쪽 대통령에게 또 다른 하나는 북쪽 대통령에게 나눠줘서 남과 북이 매일 평화를 위한 통화를 했으면 좋겠다. 평화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동포애이며 미국은 이라크를 적으로 만들지 말고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명상을 통해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틱낫한 스님과 수행스님들


 


 사람들의 마음에 퍼지는 울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박문권씨는 기자에게 "우리나라가 더러운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절대 옳지 못하다. 그런데 믿고 뽑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와의 통화에서 전혀 고민의 흔적 없이 이라크전 지지를 밝힌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하게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관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물론 북핵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으나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보다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한다. 검사들과는 공개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보다 민감하고 중요한 이라크전 파병에 관해서는 전혀 여론수렴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동은 국민을 기만한 행동 아니냐"라며 현정부의 꼭두각시놀음을 꼬집었다.


 




<사진>전쟁을 상징하는 미사일 모형의 조형물을 시민들의 평화의 함성으로 터뜨렸다.


 


 이날 반전평화 집회는 광화문 네거리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은 즉각적인 전쟁중단과 이라크 지원파병 반대에 있다. 이 요구는 이라크전을 감행한 미국의 전쟁 논리보다, 더러운 전쟁을 지지한다는 우리정부의 입장보다도 더 분명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라크에 봄이 찾아 올 때까지, 사람들은 반전평화를 위해 계속하여 촛불을 켤 것임을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짐했다.



취재 : 양세훈 월간 경실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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