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정비, 어떻게 가야하는가? _ 김세용

관리자
발행일 2012.09.11. 조회수 54
도시개혁센터


도시 재정비, 어떻게 가야하는가?



김 세용(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본고는 행정포커스 9월호에 실린 글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작년 말부터 우리는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단어를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출구 전략’이 주는 의미는 여럿이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이제 우리 도시도 아무데서나 재개발이 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재정비 방식하고는 다른 방식이 나와야 할 때가 되었음을 ‘출구전략’이라는 단어의 대두는 알려준다.


  전국 여러 도시에서 시행하였던 뉴타운 정책은 주지하다시피 도시 재정비 정책의 한 종류이다. 도시 재정비는 광의적 의미에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종류를 살펴보면 도시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 사업, 주택재건축사업을 비롯해 최근 제도화된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도시 재정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단어는 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다. 이는 지난 반세기동안 이 두 형태의 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도시의 재정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업들이 소위 말하는 ‘돈 되는 사업’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우리들 뇌리에 가장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40여년간의 도시재정비를 간략하게 들여다보자. 우선, 1970년대는 경부고속도로·지하철 1호선 개통 등 국가기간사업을 추진하였고, 인구집중현상을 해결하고자 서울의 경우에는, 도심 이외의 새로운 부도심을 개발하였다. 즉, 강남이전을 통한 강북인구의 분산 정책을 실시하였고, 이 때 강동, 송파, 여의도 등의 개발도 본격화되었다. 이와 동시에 주택단지 개발 사업과 철거위주의 정책이 수반되었다. 구체적으로 자력재개발, 차관재개발, 위탁재개발 등이 실시되었으나 공동주택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주민의 소득수준이 미치지 못하였고, 공공의 지원도 부족하여 사업추진에 한계가 있었다.


  1980년대는 국제화 시대를 지향하는 정부정책을 통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개최하여 도심의 다양한 인프라 및 주거단지가 구축되었다. 서울의 경우에, 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비롯한 대단위 주거단지가 잠실을 중심으로 개발되었으며, 목동과 상계 택지개발사업이 시행되어 강남뿐만 아니라 서쪽과 동북쪽의 주거지 개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도시들도 합동재개발의 도입(1983년)을 계기로 크게 사업이 활성화 되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는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게 이르렀다. 이러한 재개발 방식은 민간자본의 주도적인 참여를 통해 주거지의 노후화를 크게 개선했으나, 경제적 가치를 추가하는 상업주의적 도시재생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재개발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공공성 확보를 위한 개발정책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즉, 상업주의에 편중된 무계획적인 난개발 등의 도시재생의 부작용을 개전하고자 계획용적률 도입, 기반시설 의무설치 등 계획적 관리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뉴타운 사업’을 중심으로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도시구조의 전면재구축이 시도되었다. 이는 개별 사업 간의 연계성 결여, 이해관계자간의 비리와 분쟁 등 기존 도시재정비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대량 공급된 주거지의 노후화를 개선하고자 광역 단위의 도시재정비 정책을 시도했고, 이 결과 나타난 것이 뉴타운사업이었다. 즉, 뉴타운 사업은 도시구조의 정비·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함께 영위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조성하고자 했으며, 노후·불량 주거지를 포함한 인근의 동일 생활권을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여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도시재생을 추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과다한 구역지정, 물리적인 주거환경정비에 치중, 원주민과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 미흡 등의 한계점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서 도시재정비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즉, 산업화 시대의 가치척도였던 경제적 논리에 의한 물리적인 도시재정비의 한계를 모색하고 사람과 장소 중심의 지속가능한 주거지정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시도되었다. 또한, 지역의 정체성과 커뮤니티 해체 등의 공동주택 위주의 전면 철거형 정비방식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사회·경제·문화·복지·환경 측면의 종합적인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역 주민간의 커뮤니티 위주의 새로운 주거지 정비방식을 유도하는 제도적 개선을 시도하여, 주거지 재생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적 변화를 많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도시재정비 사업은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자 측면의 해결수단으로 산업 성장의 큰 밑거름이 되었으나, 양적 성장만을 고려한 물리적 환경개선에 치중하여 종합적인 의미의 도시재정비에는 많은 한계점을 드러냈다. 즉, 사업성 위주의 정비사업, ‘전면철거’위주의 정비방식, 그리고 ‘점적개발’ 및 ‘난개발’이 성행한 도시재정비 방식이었다. 또한, 과도한 개별사업의 시행으로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이 미흡한 도시 슬럼화 현상 발생, 관련제도간의 연계성 부족으로 일관성 및 지속성이 결여된 도시재생 사업의 한계가 발생하였다.


  한편, 오늘날 우리의 도시는 급격한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및 핵가족화 등의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으며, ‘GNP 2만 달러 시대’의 선진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삶의 질 요구 등의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 현상과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이념이 강조되고 있으며,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재인식으로 전통 역사 주거지의 복원·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주거환경의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시재정비 관련 제도 및 사업은 물리적인 환경개선과 더불어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계획·관리개념으로 제도적 전환을 모색하고, 사람과 장소중심의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도시재생을 다양한 형태의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즉, 도시재정비에 있어서 물리적인 정비와 함께 사회적·문화적 재생을 시도하고, 대규모·일시적인 사업추진을 지양하는 한편 지역특성에 적합한 소규모·점진적인 형태로 개발하는 사람과 장소가 함께 정비되는 도시재생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본 게시물은 「월간 경실련」 2012년 9~10월호 '도시인'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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