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산책] 혜화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곳

관리자
발행일 2022.12.02. 조회수 14114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우리들이야기(4)혜화산책]

혜화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곳


- 학림다방, 학전소극장 -


박지훈 경제정책국 간사



대학로, 서울을 대표하는 ‘대학 번화가’의 상징적인 곳이다.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문화와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1979년 개관한 아르코 예술관, 1981년 지어진 아르코 예술극장, 예술가의 집과 함께 ‘ㄷ’ 자의 구도로 배치된 붉은색 벽돌의 건물을 볼 수 있다. 가을의 정취, 마로니에공원의 은행나무와 단풍, 아름다운 건축물의 조화는 오로지 대학로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이번 혜화 산책은,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대학로’의 ‘학림다방’과 ‘학전블루 소극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깊어지는 가을,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중심지 ‘대학로’에 빠져보자.



사무실을 벗어나, 대로변에 있는 ‘학림다방’에 방문했다.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계단을 지나 도착한 곳엔 ‘1970년대 감성’이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젊은 청춘들 사이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신사들이 많았다. 낡은 테이블, LP판, 불편하고 좁은 좌석까지 요즘 카페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평일 낮에 방문했는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페의 감성을 느끼는 사이에 자리가 만석이 됐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마시지 못했다….


1956년 종로구 동숭동에 개업한 학림다방은, 서울대학교가 혜화에 있었던 그때 그 시절부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가 관악으로 이전하기까지, 문리대 학생들의 ‘아지트’로 사용됐다. 상호 관련해서 서울대학교 문리대학이 학림다방에 착안해 ‘학림제’라는 축제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있다. 학생들이 얼마나 자주 갔으면 ‘서울대학교 문리대 제25 강의실’이라는 애칭으로까지 불렸을까? 싶기도 하다.


1956년 대학로에 이양숙이 개업했고, 1975년에 강준혁·신선희가 운영하였다. 4대 사장인 이충렬 대표가 인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학림다방은 1981년 전국민주학생연맹이 첫 회합을 가진 장소로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이른바 ‘학림사건’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또한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2010년 MBC 드라마<지붕 뚫고 하이킥>, 2013년 SBS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 2016년 tvN 드라마<응답하라 1988> 촬영지로 알 려져 다양한 계층이 방문하게 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2014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연구 보존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학림은 단순히 추억과 기억만을 남기는 문화공간이 아니다. 다방 대부분이 커피믹스를 팔던 시절에 일찍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놓았다. 커피 맛을 위한 노력, 군사 독재 시절 대학 문화의 상징성,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되었던 역사는 근현대사를 담아내고 있다. 대학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내는 이곳은 ‘학림’이다.



대학로는 명실상부 한국의 ‘브로드웨이’다. 현재까지 대략 150개의 공연장이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나 많은 공연장이 몰린 곳이 대학로 말고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서 ‘대학로=연극’이라는 공식이 생기기까지 수많은 문화예술인의 노력으로 대학로가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곳을 설명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고, 게다가 좋은 극장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한곳을 결정해 독자분들께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한국적 정서를 뮤지컬에 녹아냈고 대학로를 대표하는 소극장인 ‘학전블루 소극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991년 3월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이 개관했다. 학전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교류와 접목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도약했다. 극단으로 시작하여 한국 사회를 자세히 담아낸 뮤지컬 창작, 소극장 최초 라이브 밴드 도입, 문화예술 간 접목을 통한 예술 인재의 발굴 등 명실상부 ‘대학로 예술문화’를 대표하는 곳이었다. 세상을 떠난 故 김광석이 가수 생활 10년을 맞아 1천 회 기념공연을 연 곳도 ‘학전’이다. 대한민국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국내 뮤지컬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게다가, 2004년부터 <학전 어린이 무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은 학전 소극장 ‘개관 30주년’의 해였다.


최근 대학로가 처음 조성되었을 때보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여러 소극장이 한성대 입구와 성북구로 밀려나는 경향이 보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탈 대학로’ 현상은, 순수예술과 상업성 사이에 고군분투하는 예술인들의 상황이 아닐까 싶다. 학전소극장 같은 다양한 소극장이 지속할 수 있길 기원한다. 대학로에 있는 경실련도 어려움에 부닥친 지역의 다양한 계층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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