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불매운동 독려 글만으로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보호에 위배

관리자
발행일 2009.01.20. 조회수 73
시민권익센터

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 80명, “광고주불매운동 ‘2차’라도 불법 아니다” 탄원서 제출


- 광고불매운동 독려 글만으로 처벌하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와
  표현의 자유보호에 위배…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존재하지 않아



1. 오늘(1/20) 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 80명은 2008년 8월 일간신문 광고주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인터넷다음 등에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된 소비자들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들의 행위가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표현행위이자 소비자주권행사이므로 처벌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2. 이들 법학교수 및 변호사들은 탄원서에서,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독려한 행위, 즉 소비자들의 소위 “2차불매운동”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불법으로 처벌받았다며 든 미국 등의 사례들은 공정거래법상 노조가 사용자의 거래처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을 규제한 것 일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적용되지도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특히 검찰이 어렵사리 찾아낸 사례들은 폭력행위가 수반되었거나,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공갈’과 같은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부과한 것이지 2차불매운동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3. 무엇보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소비자들이 실제 불매운동 여부와 무관하게 단순히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고 해서 사법처리를 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자신의 의견을 단순히 표현한 행위만으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죄형법정주의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불법행위를 촉구하는 주장이 실제로 심대한 불법행위를 발생시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 주장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리를 취하고 있다. 검찰이 적용하려고 하는 공동정범이론도 이 헌법적 원리가 부여하는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또한 공동정범이론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어떤 행위를 독려하는 상황에 적용된 사례가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끝


<탄 원 서>



사건번호 : 2008고단 5024, 2008고단 5623(병합)
피고인 : 이태봉 외 23인
탄원인 : 한상희 외 79인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이 땅에 법치주의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시는 재판장님의 노고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저희는 일간신문 광고주 불매운동 사건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온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모아 재판장님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저희의 관심은, 지난 2008년 8월 검찰과 법원이 일간신문 광고주를 상대로 한 불매운동을 펴도록 제안, 독려하는 글을 게시한 소비자들을 구속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소비자 불매운동은 처벌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으로 특정 업체의 제품이나 용역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므로 소비자의 불매행위 자체가 처벌되는 나라는 없습니다. '자유로운 판단'은 설득을 배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설득과정을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누구든지 다른 소비자들에게 특정 상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말도록 말, 글, 기타 평화적인 설득 수단으로 권유, 호소할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일간신문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도록 강압하였다거나,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또는 물리적 압박을 가하여 불매운동에 동참하도록 종용한 바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피고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게시하였으며, 그 글에 설득되거나 이미 스스로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으로 불매운동에 나아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한, 이러한 불매운동을 처벌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러한 불매운동을 권유, 호소, 설득하는 내용의 글을 출판,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습니다.


외국의 2차 보이코트 금지 법리는 소비자 불매운동에 적용될 수 없고, 유추적용의 대상이 될 수도 없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불매운동은 “죄 없는 광고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2차 불매운동”이니 처벌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2차 보이코트 금지 입법례를 거론하였습니다. 하지만 2차 보이코트 금지 법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나 그러한 힘을 담합을 통해 얻으려는 사업자들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2차 보이코트 금지 법리를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공정거래법은 도리어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이 향유하는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검찰은 한발 물러나 2차 보이코트 금지 법리를 소비자 불매운동에 유추적용 하려하고 있으나, 2차 보이크트 금지 법리는 사업자나 노동조합의 부당한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소비자를 처벌하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단결과 단체 조직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광고주들은 죄 없는 3자가 아닙니다.


불매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광고주들은 ‘죄 없는 제3자’가 아니라 불매의 궁극적 대상인 신문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의 발행부수로부터 이득을 얻는 사업자들이므로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1990년대에 있었던 나이키 사에 대한 불매운동도 전 세계적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운동의 궁극적 대상은 제3세계에서 아동노동을 착취하는 생산자들이었지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에 자신의 상표만을 붙여 유통한 나이키 사가 아니었습니다. 즉 검찰 측 논리를 따르자면 나이키 사에 대한 불매운동은 ‘2차 불매운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나이키 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당연히 허용된 소비자의 권리행사로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정 일간신문의 논조에 반대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그 신문 광고주들은 이들 소비자들이 혐오하는 일간 신문과의 협력관계에서 이득을 취하는 협력업체와 같은 지위에 있으므로 공히 불매운동의대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평화적인 소비자 불매운동이 처벌당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검찰은 ‘2차 불매운동’처럼 보이는 불매의사 고지 행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지운 사례들을 영장신청서에서 언급하였지만 검찰이 언급한 사례들은 폭력이나 기물손괴 행위가 있었거나, 불법영득의 의사로 공갈한 경우이거나, 소비자 불매운동의 목표가 될 수 없는 사적인 재화의 취득을 목표로 감행된 불매운동이었으므로, 언론소비자로서의 의사표시의 일환으로 행해진 이 사건 소비자 불매운동과는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항의전화가 폭주하면 위력을 구성한다는 주장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외국 사례의 정확한 내용이 드러나자 검찰은 이제 “2차 불매운동”이라서가 아니라 "외국의 사례와는 무관하게" 우리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므로 피고인들이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바꾸었습니다. 즉 일부 광고주들이 광고중단요청 전화를 너무 많이 받게 되어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며 이와 같은 항의전화의 폭주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문 전화가 쇄도하여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는 것은 ‘위력’이 아니고, 항의 전화가 쇄도하여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면 ‘위력’을 구성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어느 나라의 법 원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검찰의 주장은 결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것은 업무가 아니라는 말 밖에 되지 않으며 소비자 운동을 그 근본에서 부정하는 결과로 될 것입니다. 검찰은 또한 “항의를 하더라도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하면 위법하다”라고 하고 있으나 적은 수의 소비자들이 항의전화를 이따금씩 하면 ‘위력’을 형성하지 않으므로 적법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하여 불매의사를 고지하면 ‘위력’이 형성된다면, ‘효과적인 소비자운동은 모두 불법’이라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검사의 주장은 현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부여된 소비자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며 ‘위력’의 개념을 자의적, 편파적으로 구사하는 것입니다.


피고인들은 단순한 표현행위에 대해 재판받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건피고인들 대부분은 실제로 불매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불매운동을 제안, 권유, 호소하는 글을 올리거나 광고주들의 전화번호를 올렸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매운동 주창자들이 말이나 글, 피켓팅 등의 평화적 설득 수단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하도록 호소, 권유하였다면,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설득되어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지더라도 위법하지 않으며, 그 결과로 업체의 일반적 영업권 등이 방해 받더라도 이는 정당한 소비자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그 자체에 내재하는 위험이므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판례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광고주들의 연락처를 게시하는 행위와 실제로 광고주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위를 구분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표현(speech)과 행위(action) 간의 구분을 무분별하게 넘나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장을 거의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우리 헌법재판소는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촉구하는 주장이 실제로  위법 행위를 발생시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주장 자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른바 공모공동정범 이론을 동원하기만 하면 표현과 행위 간의 구분을 없앨 수 있는 듯 주장하나, 형법상의 공범 개념이 헌법적 기본권의 상위 개념은 아닐 것입니다.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이론이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아무런 경제적 이해관계나 기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공개적으로 어떤 행위를 독려하거나 제안하는 표현을 처벌하기 위해 적용된 적은 없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소비자 불매운동에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호소, 권유,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데 불과합니다.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소비자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불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소비자불매운동을, 그것도 직접 행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자발적으로 행하도록 인터넷을 통해 평화적으로 호소, 권유, 촉구한 것을 공모공동정범이론에 의율하여 처벌한다면,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죄형법정주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소비자권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적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 국제인권협약을 포함하는 국제 사회의 인권기준까지 위반한다는 의견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부디 사법부에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2009년 1월 20일


이하 탄원인 (가나다순)


강성명 변호사                                                  강영철 교수 (단국대학교 법학)
곽병선 교수 (군산대학교 법학)                          곽상진 교수 (경상대학교 법학)
구인호 변호사                                                  권정순 변호사 (권정순 법률사무소)
김기중 변호사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김남근 변호사 (부평종합법률사무소)
김대정 교수 (중앙대학교 법학)                          김두진 교수 (부경대학교 법학)
김명연 교수 (상지대학교 법학)                          김명철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김보라미 변호사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박순덕 변호사 (화연법률사무소)
김승환 교수 (전북대학교 법학)                          김제완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
김종서 교수 (배재대학교 법학)                          김종천 변호사 (법무법인 태웅)
김준엽 변호사                                                  김창록 교수 (경북대학교 법학)
김탁환 변호사                                                  김현수 변호사 (법률사무소 밀알)
김형태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김홍영 교수 (성균관대학교 법학)
나윤주 변호사 (대한 법무법인)                          노경래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법무법인 국민)                          박구진 변호사
박병도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박성하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박주민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박홍규 교수 (영남대학교 법학)
서경석 교수 (인하대학교 법학)                          서동용 변호사
서보학 교수 (경희대학교 법학)                          서선영 변호사
신용호 교수 (전주대학교 법학)                          엄형국 변호사 (법무법인 공감)
오동석 교수 (아주대학교 법학)                          오문완 교수 (울산대학교 법학)
오병두 교수 (홍익대학교 법학)                          오윤식 변호사(합동법률사무소 참터)
윤영철 교수 (한남대학교 법학)                          이경권 변호사 (법무법인 조율)
이대순 변호사 (법무법인 일신)                          이명헌 변호사 (수륜법률사무소)
이상훈 변호사 (이상훈법률사무소)                     이은희 교수 (충북대학교 법학)
이재승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이재정 변호사 (법무법인 가율)
이정훈 교수 (중앙대학교 법학)                          이헌욱 변호사 (법무법인 로텍스)
이현웅 변호사 (법무법인 정의)                          임종률 교수 (성균관대학교 법학)
임지봉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                          정경선 변호사 (법무법인 우현지산)
정인희 변호사                                                  정일배 변호사
정진형 변호사 (법무법인 지안)                          조경배 교수 (순천향대학교 법학)
조임영 교수 (영남대학교 법학)                          조형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화)
최강욱 변호사 (법무법인 청맥)                          최경섭 변호사
최낙건 변호사                                                  최민성 변호사
최성식 변호사                                                   최영규 교수 (경남대학교 법학)
최영동 변호사 (최영동법률사무소)                     최홍협 교수 (조선대학교 법학)
하태훈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                          한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위민)
한명옥 변호사                                                  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허일태 교수 (동아대학교 법학)                          허진민 변호사 (법무법인 청안)
황도수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                          황민호 변호사
황성기 교수 (한양대학교 법학)                          황필규 변호사 (공익변호사그룹공감)


[문의 : 시민권익센터 02-3673-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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