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나는 신입이다!"

관리자
발행일 2011.06.15. 조회수 1251
스토리



최유미 정치입법팀 간사


"안녕하세요, 신입간사 최유미 입니다."

지난 6개월 간 제가 가장 자주 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 1일 처음 경실련에 들어와서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식상한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저에게 이 지면은 정신없이 지나간 지난 6개월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경실련에 들어오기 전까지 저는 거의 평생 학생의 신분을 끊어질 듯 이어가며 살아왔습니다. 간간히 아르바이트, 인턴, 자원 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였지요. 사실 갓 6개월 사회인 신분을 유지해 본 지금도 완벽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느낌 보다는 공중에 떠있던 발이 아주 조금은 무거워져 땅에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그 ‘아주 조금’이라는 책임감이 저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정치입법팀 신입 간사로서, 예전 같으면 슥-보고 지나쳤을 뉴스들을 채널 고정시키고 보게 될 때나 한 번 더 클릭해보게 될 때면 '아, 나도 시민운동 하는 간사구나-'싶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괜히 혀를 한 번 더 끌끌 차게 되고(안타깝게도 저희에게 일거리를 안겨주는 분들은 대개 '문제'를 일으킨 높은 분들이기 쉬우니까요.) TV를 보다가 업무와 관련된 소식이라도 나오면 어느새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열심히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시사는 민감할 뿐만 아니라 외면당하기 쉬운 주제이기도 하지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주말이나 휴일을 즐겁게 보내고 나서도 9시 저녁뉴스에서 어떤 놀랄만한, 혹은 내일의 업무가 될 만한 사건이 터져 보도되지는 않았을는지 레이더를 바짝 세우게 되기도 합니다. 간혹 주말이나 연휴기간에 중대한 발표를 즐겨 하는 분도 있는데 월요일을 두근두근 혹은 정신없게 만드는 그런 분들이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가야할 곳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며 만날 사람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월급날을 기다리는 설레임, 어떤 식당의 점심밥이 맛있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 팀원 및 사무국 활동가분들과의 돈독한 유대감, 말로만 듣던 입사 동기의 든든함 등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안정적인 느낌이 저의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니겠지만 저에게는 큰 변화이자 힘이기도 합니다.

저의 일상이 경실련으로 인해서 이렇게 변화하게 된 것에 비해 저는 경실련을, 혹은 경실련을 통해서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었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새삼 '아직 멀었구나. 역시 나는 아직 신입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실련에 들어온 후 약 한 달 동안 신입간사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1월부터 정치입법팀에 소속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고위공직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 이명박정부 3년 평가 사업, 석패율제도 논의와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 관련 대응, 4.27 재보궐 선거 및 정당공천제도와 관련한 대응,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 등 그 때 그 때 발생하는 정치적인 사안들에 대응하고 팀에서 계획한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한국 사회의 다이나믹함에 휘둘리며 아직은 정신없이 대응하기에만 바쁜 저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가까이에서는 팀장님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뿐만 아니라 사무국의 모든 활동가 분들이 내뿜는 전문가의 기운은 저에게 그야말로 엄청난 포스로 느껴졌습니다. 그 어떤 다른 전문가들 못지않게 자신의 분야에서 굉장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 곳이 이 곳 시민사회운동의 영역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지니고 있는 열정도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함께 생활하다 보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아직 감도 제대로 못 잡고 상황파악능력과 판단능력도 한참 떨어지는 저는 언제쯤 저런 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 반, 걱정 반입니다.

이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경실련에서 일함으로서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의 과실은 덩달아 맛볼 수 있어서 마치 무임승차라도 하고 있는 듯한, 감사하고도 죄송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학생의 신분일 때에는 이렇게 사회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내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주는 경실련에서의 활동은 제게 매우 신선하고 좋은 자극이 됩니다. 그만큼 저의 활동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또 이런 공신력을 얻게 된 만큼 시민들의 어려움을 더욱 생각하는 활동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밀려드는 민원을 모두 도와드릴 여력이 없는 현실의 안타까움도 있지만 말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받고 깨달은 만큼, 그보다 더 많이 돌려줄 수 있는 활동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은 아직 경력 6개월의 신입간사인 저입니다. 아직은 좀 더 배우고 내공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겠지요. 신입이라는 딱지, 어서 빨리 떼고 싶기도 하지만 신입으로서의 마음과 생각은 늘 간직하고 있는 활동가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 어리버리 신입을 가르치고 도와주시는 사무국의 활동가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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