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내에 부동산 폭탄 터질 겁니다”

관리자
발행일 2006.10.17. 조회수 629
칼럼

서울시의 후분양제 도입 발표 이후 경실련 관계자들도 무척 바빠졌다. 현 정부의 경제관료가 ‘사회주의적’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하면서 반대했던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 등을 그 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주장해 온 시민단체이기 때문이다. 후분양제에 대해서 여전히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오히려 경실련은 ‘꺾을 수 없는 대세’라며 느긋한 입장이다.


여의도의 한 커피전문점. 이 곳에서 라디오 시사경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홍종학 경실련 정책위원장(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경제학자의 차갑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홍 교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자신의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요? 엉터리가 하나 둘이 아닙니다. 이대로 둔다면 내년이나 늦어도 후년쯤에는 큰 사달이 날 겁니다.”


집값이 너무 높다. 이제 서민들은 높은 집값에 체념해 ‘내 집 마련의 꿈’도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정부는 “집값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홍 교수는 높은 집값 때문에 결국 한국경제가 ‘사달’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후년이 홍 교수가 제시한 데드라인이다. 한국경제의 종말에 대한 홍 교수의 생각은 명확하다.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 이상 한국경제는 결국 두 가지의 갈림길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봉이 5천만 원인 월급쟁이가 서울에 있는 5억원이 넘는 32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못삽니다. 어느 토론회에 가니 지역에 살다 서울로 올라온 연봉 1억원에 이르는 분도 집 사기가 어려워 전세에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자기 소득만으로는 주택을 구입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택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현재 주택관련대출은 6백조 원이 넘었다. 이자율 5%를 생각한다면 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이자로만 연간 30조 원이 없어진다. 이래서는 소비가 증가하려야 증가할 수가 없다. 한국은행은 주거비가 15%밖에 반영되지 않은 소비자 물가지수를 근거로 끊임없이 저금리 정책을 쓴다. 주택대출은 늘어나고 이에 비례해 집값도 같이 오른다.


홍 교수가 염려하는 장기불황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임금은 끊임없이 오르지만 일반 시민들의 실질소득은 늘지 않는다. 소비가 늘지 않는다면 불황을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장기불황의 시작이 아니면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가 올 거라고 홍 교수는 내다봤다. 정부는 뛰어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통화팽창이라는 방법으로 맞서고 있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이 큰 분기점이다.


홍 교수는 “분명 참여정부가 말하는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은 가능하다”면서도 “참여정부가 지금처럼 한다면 내년 대선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에 큰 일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홍 교수의 부동산 경기 연착륙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른 정책은 서서히 추진하되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택지개발만은 공영개발을 통해 값싼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매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곳에서 살 사람들에게는 싼 가격에 분양해야 한다.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 역시 그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홍 교수는 “민간건설업체들이 어렵다고 앓는 소리를 하지만 최근 그들의 이익을 보면 수조 원에 이른다”며 “결국 국민들에게 수조 원을 뽑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의 표현대로라면 ‘바다이야기’보다 수백 배 큰 도박판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야당과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세금이 올라서 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땅을 사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현실은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일할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홍 교수는 참여정부의 엉터리 부동산 정책이 전국적인 도박판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담보만 있으면 대출자의 소득과 관계없이 대출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주택금융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시한폭탄입니다. 미국은 총부채상환비율 등을 철저하게 고려해 실질적으로 1가구 1주택이 아닌 경우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가장 시장적이라는 미국조차 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무분별한 대출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들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홍 교수는 소비자 물가지수에 주거비의 비중이 15%밖에 되지 않는 사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이 수치가 40%에 이른다. 집값이 뛰더라도 소비자 물가지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전월세 상승분만이 해당된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다. 한국은행은 소비자 물가지수를 바탕으로 금리를 책정한다. 홍 교수는 이런 현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시장에서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관련해서는 재경부, 건교부, 금감원, 한국은행, 청와대 등 경제부처 모두의 잘못”이라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기능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후분양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왜곡된 주택시장에서 어떤 기능을 할지 자신할 수 없다”며 “철저하게 반시장적이고 기업에 대한 특혜성 정책을 쓴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한 주택시장의 정상화는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습니다. 서울시는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정부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철지난 분양원가공개를 외칠 것이 아니라. 공공분양주택정책 등을 들고 나와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 시켜야죠. 정부만 의지를 갖고 투기 근절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쓰면 됩니다.”


홍 교수는 부동산 대란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그렇게 되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홍 교수의 말대로 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갔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정부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높다. 이 눈높이를 맞추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이제 정부의 몫이다.


시민의신문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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