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역운동을 시작하며

관리자
발행일 2009.06.18. 조회수 1796
스토리

다시 지역운동을 시작하며


박완기  협동 사무총장·수원경실련 사무처장


봄부터 다시 수원경실련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1993년 창립 때부터 수원경실련에서 일하다가 2001년 이후 중앙경실련에서 활동을 했으니 지역과 중앙운동을 절반씩 경험한 셈이다.

다시 지역운동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일상의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매일 신문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제도개혁과 정책대안의 제시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운동의 특성상 중앙경실련의 실국장들은 매일 뉴스를 꼼꼼히 체크하고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기자들의 전화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반면 지역에서는 그 부담이 훨씬 적다.

다음으로 경실련 회원분들을 포함해 훨씬 많은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면 전,현직 임원분들을 찾아뵙고 집행위원회가 있는 날은 꼭 뒷풀이를 거하게 한다. 경기도내에 있는 상근자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고 다른 지역경실련 사무실도 찾아간다. 지역경실련은 훨씬 인간적 정감이 넘친다.

사무실의 근무환경도 변했다. 수십 명의 상근자들로 북적거리는 동숭동 사무실이 아니라 세명의 단촐한 상근자와 넓지 않은 안락한 공간이 서로를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준다. 출퇴근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중앙경실련과 지역경실련의 운동패턴 차이가 보여주는 일상의 변화들이다. 이런 변화와 돌아온 것을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회원분들을보면 지역경실련 운동을 다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흔치 않게 지역과 중앙운동을 넘나들었던 것은 돌아켜보면 큰 복이다.

다시 지역경실련 활동을 시작하면서 희망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지역사회를 위해, 수원시민들과 함께 올해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부터 알던 한 기자에게 수원경실련 활동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더니 세 가지만 기억이 난다고 했다. 시외버스터미널 문제, 쓰레기봉투 값 문제, 이의동 개발문제였다.

15년 넘게 수원경실련에서 수많은 성명발표, 이슈제
기와 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자에게는 많은 성명이나 이슈보다는 지역사회를 바꾸고자 1-2년 이상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고 일정한 성과를 낸 단 세 가지 활동만 기억되고 있었다. 경실련하면 토지공개념, 한국은행 독립, 금융실명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등으로 인식되듯 역점사업이 중요한 것이었다.

수원경실련은 올해 광교신도시를 중점과제로 정했다. 판교신도시에 이어 수도권의 시민들의 관심이 크고 수원의 아파트값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광교신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하여 비판과 대안제시를 병행할 것이다. 몇 차례의 기자회견과 성명발표, 행정정보공개운동이 진행되었다. 중앙경실련의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의 영향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장기전세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여 시민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수원경실련은 광교신도시의 고분양가와 공공기관의 땅장사, 집장사 행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여 장기전세주택이나 환매조건부분양아파트 등 공공주택을 확충하여 무주택서민들에게 저렴한 아파트가 제공하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경기도 주택정책의 청사진이 제시되도록 집중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경실련과 지역경실련, 지역경실련과 지역경실련이 함께 힘을 모으는 모범적인 공동사업의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는 전국경실련의 공동사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미 몇 차례 회의를 통해 재건축과 재개발, 행정체제개편, 기초의원의 정당공천배제, 중소상인살리기 캠페인 등이 추진되고 있다. 중앙과 지역의 공감대가 깊은 행정체제개편, 기초의원정당공천 배제운동과 민생문제이자 지역경실련 다수에서 큰 관심을 가진 중소상인살리기 캠페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관련 제도의 개선과 경실련 공동사업의 성과를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회비를 통한 건전하고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마련하는 일이다.

지난 수년간 지역경실련들은 회비를 통한 안정적 재원구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덕분에 정부의 지원 없이도 지역경실련이 운영되는 토대가 갖추어졌으나 지역경실련의 재정구조는 그리 안정적이지 못하다.

특히 갑자기 상근자가 두 명이나 늘어난 수원경실련에서 이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회원확대와 회비를 중심으로 하는 안정적 재정구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지역경실련의 지속가능한 활동은 보장되지 않는다. 회원확대캠페인과 함께 회원확대의 방식도 고민되어야 한다.

운동과제의 선정과 운동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보장하고 이슈의 해결과정이 곧 회원확대의 과정이 되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쉽지는 않지만 연말까지는 수원경실련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재정구조를 확립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중앙과 지역경실련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앙경실련과 지역경실련 임원들의 교류가 활성화되어 경실련 운동의 통일성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영남, 호남, 경기 등 권역별 임원간담회 등이 활성화되고 중앙경실련 임원들의 순회간담회도 추진되었으면 한다. 상근자들의 교류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지역과 중앙의 인사교류, 중앙경실련 상근자들의 지역순환근무나 신규간사들이 지역경실련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도입 등이 추진되고 한동안 중단되었던 전국상근자수련회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뒤돌아보면 지역과 중앙경실련의 운동을 모두 경험했던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지역운동의 장점과 중앙운동의 장점을 함께 체험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전국경실련의 유대와 운동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지역과 중앙을 넘나드는 상근자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다시 지역경실련 활동을 시작하면서 중앙과 지역경실련이 각각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전국경실련 운동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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