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검증 8- 교육정책 : 대학입시제도 분야

관리자
발행일 2002.12.03. 조회수 2623
사회

< 경실련 정책검증팀>


강태중(중앙대 교육학과, 경실련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김현철(성균관대 교육학과, 경실련 교육위원)
김재춘(영남대 교육대학원부원장, 경실련 교육위원)


1. 쟁점별 후보 입장 및 문제점


대선 후보들의 교육에 관한 정책을 살펴보면, 입장이 서로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들이 먼저 눈에 띈다. 이를테면, 교육의 주요 문제에 대해 세 후보의 입장이 대동소이하다. 대학입시제도는 대학의 자율화 방향으로 풀어가고,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유아 교육 문제는 정부가 적극 지원하거나 떠맡을 것이고, 교육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고 비중 있게 확대해 가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와 같이 표면적으로 유사하게 드러나는 공약들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후보들간에 중요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1) 먼저, 대학입학제도와 관련된 정책을 보면, 이회창 후보가 가장 급진적이다. 이회창 후보는, 입학 문제에 관한 한, 2007년까지 “완전 자율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완전자율화는, 비록 자율화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국영수 중심의 필답고사 즉 대학의 본고사 부활 허용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대학이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도 학생 선발에서 대학의 자율권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데 동의하지만, 이른바 국영수 위주의 대학별 입시 부활과 같은 문제를 묵인하는 수준까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한편, 정몽준 후보는 대학 자율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지만, 그 인정을 위해서는 먼저 “학생과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다.


- 이회창 후보가 주장하는 대학입학제도의 완전 자율화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대학입학제도가 완전 자율화될 경우, 상당수의 상위권 대학들은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국영수 위주의 본고사가 부활될 경우 초․중등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재편될 것이고,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공교육의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회창 후보가 제시하는 대학입학제도의 완전자율화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될 필요가 있다.


(2)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서도 세 후보는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문항 곤란도를 낮추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자격시험으로 수능시험의 성격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회창 후보는 수능시험을 장기적으로 유형과 수준을 달리하는 표준화된 학력 평가 시험으로 발전시키고, 대학입시에의 반영 여부는 대학 선택에 맡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몽준 후보는 지역이나 대학에 따라 다양한 시행 방식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 수능시험과 관련된 후보들의 입장에는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노무현 후보가 제시한 수능의 자격시험 방안은 현재도 수시 모집에서 수능 성적이 일종의 자격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적용 대상이 모든 학생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노 후보는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를 낮추어야 하며, 대학별 시험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에 대한 본고사를 치르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대학에서 학력고사의 성격을 가진 유일한 시험이 되는데, 이의 난이도를 낮추게 되면 현실적으로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으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변별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후보의 정책과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 이회창 후보가 제시한 수능 점수의 대학입시에의 반영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길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의미 없는 제안이다.


- 정몽준 후보의 경우 학생선발은 지역과 대학에 따라 다양하게 실시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학입학시험 제도는 고교 교육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현행 대학입학시험 제도는 과거에 비하여 수험생의 학력에 대한 비중이 감소되어 있다. 지역과 대학에 따라 다양하게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것이 학생선발기준으로 학력의 비중을 약화시켜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고교생들의 학력저하 문제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과 대학에 따른 다양한 선발방식에는 본고사를 포함한 과거의 대학입학제도로의 회귀도 허용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 대학입학제도와 관련하여 최근에 쟁점으로 부각한 “지역할당제”와 “기여입학제” 문제와 관련하여 세 후보는 입장은 부분적으로 같고 부분적으로 다르다. 세 후보 모두 지역할당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에,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기여입학제를 장기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반하여 노무현 후보는 유보적인 입장을, 그리고 정몽준 후보는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


- 이회창 후보가 긍정적으로 보는 기여입학제의 허용은 유수 사립 대학의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이기는 하지만, 대학 입학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파장과 서울 지역의 사립대와 지방 사립대간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입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부문에서 기여입학제의 수용은 부의 세습을 가능하게 하여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점이 있는 정책이다.


(4) 대학입학제도 문제 못지 않게 논란이 많은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에 대해서는 정몽준 후보가 가장 급진적인 입장을 보인다. 그는 수요자의 요구를 존중하는 교육체제를 지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평준화 정책의 해제를 제안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도 정몽준 후보에 비해서는 온건하지만 노무현 후보에 비해서는 급진적이다. 즉, 평준화 정책의 골격을 깨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보지만, 경쟁 원리를 점진적으로 들여와야 하고 이를 위하여 “자율적인” 학교를 늘려가야 하며, 궁극적으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길을 정책적으로 달리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노무현 후보는 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며 문제를 보완해 간다는 입장에서 이회창 후보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 때 보완이 경쟁을 조장하거나 특수 목적의 학교를 설립하는 방식이기보다는 교육적 다양성을 살리는 학교들을 만들어 가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정몽준 후보가 주장하는 고등학교 평준화의 급격한 해제는 하향 평준화라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학교간의 격차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게 됨으로써 중학교 교육의 입시화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보다 극단적인 교육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검토가 요청된다. 아울러 대학입시제도의 자율화와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면서도 고교 평준화 정책에는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급격한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정책간 상호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5) 교육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세 후보가 한결 같이 과감하게 우선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GDP의 7%라는 숫자를 내걸고 투자를 공약하고 있으며, 정몽준 후보는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과감한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거론하는 숫자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하면서 GDP 6% 정도의 투자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교육에 관하여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은 매우 반가운 소식으로 들린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숫자만 높이는 것은 교육재정 확보 방안이 ‘공약’(空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회창 후보의 7% 수준의 재정 투자 공약은 이제까지 6% 수준으로 내걸었던 재정 투자 공약조차도 지키지 못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공허하게 들린다.


2. 총괄 평가


(1) 세 후보의 교육에 대한 정책을 검토해 보면 크게 두 흐름을 읽을 수 있다.


-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교육에 자율와 경쟁을 통한 수월성 추구라는 시장의 원리를 중시하고 있는데 반하여, 노무현 후보는 모두에게 동일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평등성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 이회창 후보의 대학입시의 완전 자율화 정책이나 고등학교 평준화를 큰 폭으로 보완하여 공립과 사립 학교의 방향을 별도로 설정한다는 정책은 자율과 경쟁을 통한 시장 경제 원리를 교육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 정몽준 후보의 고교 평준화 제도를 해제하고 교육 시스템을 시장 중심으로 개혁한다는 정책은 시장 경제 원리의 교육에 대한 적용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학입시 제도의 자율화와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는 정몽준 후보의 정책은 평준화 해제와 같이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초ㆍ중등 정책과는 상호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 노무현 후보는 고교 평준화나 대학 입시제도 등에 있어서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현행의 정책 노선을 대체로 따를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회창 후보나 정몽준 후보와 구별된다. 요컨대,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교육의 수월성을 일차적으로 강조하면서 교육의 공공성도 고려하고자 노력한다면, 노무현 후보는 교육의 평등성과 공공성을 일차적으로 강조하면서 교육의 수월성 또한 추구할 것임을 제안하고 있다.


(2) 대통령 후보들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그리고 이들이 교육 정책을 공약대로 실천할 경우 우리 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경우 우리 교육에서는 빠른 속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강조되어 온 공공성 위주의 교육 정책들이 수월성 위주의 교육 정책으로 빠른 속도로 변화될 것이고, 그 결과 차기 정권의 교육 정책은 현 정권의 교육 정책과의 연속성보다는 변혁성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 반면, 노무현 후보의 경우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대체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현행 교육과의 연속성이 더 강하게 드러날 것이다.


(3) 대통령 후보들의 교육 정책을 검토해 보면, 한편으로 세 후보 모두 한국 교육을 바르게 이끄는 방안에 대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했다기보다는 단순히 교육에 관련된 민원을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안이하게 교육 정책을 제안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입시 부담은 가급적 덜어주고, 공부는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할 수 있게 해주고, 보수가 적다는 사람들에게는 올려주고, 운영이 어려워지는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높이겠다 라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제안된 공약들은 의례 서로 상충하는 부분을 가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동시에 이행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민원 해결”식의 교육 정책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교육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데 있다. 후보들은 ‘우는 아이 달래는’ 방식으로 소박하게 교육 문제에 접근하기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바람직한 교육을 구상하고 구현하려는 심지 있는 접근을 보여야 할 것이다.


(4) 다른 한편, 세 후보는 모두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하여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교육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특성화니 경쟁력 강화니 하는 슬로건과 교육의 공공적 측면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을 조화롭게 실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세 후보 모두 안이하게 한편으로 교육의 특성화와 경쟁력 신장을 강조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좀 더 신실하게 교육의 문제를 걱정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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