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칼럼] 식품공급 시스템과 음식문화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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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10.28. 조회수 679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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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유태교, 이슬람교의 공통적인 성경인 '창세기'의 제2장을 보면 에덴동산을 언급하고 있다. 그곳에서 하느님은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식물)들을 흙에서 자라게 하셨다." 인간과 기타 생명체를 번성시켜줄 다양한 음식의 근원을 마련해 준 것이다.

신(神)의 위대한 설계에 역행하는 식품공급 시스템

그러나 지난 40-50년 전부터 농업생산이 산업화되고 식품산업이 극소수 대기업의 손아귀에 장악되면서 현실은 그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한 지난 반세기 동안 원래 신체의 모든 기관을 형성하며 생리작용을 활성화시키거나 신체의 대외적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음식(먹거리)소비의 문화가 화학농법에 의한 급격한 산업화와 식품 대기업들의 독과점화로 농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과정이 통째로 탐욕과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전락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식품공급체계는 신의 섭리에 반하여 인류의 건강과 환경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오히려 심각한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단적인 사례가 식품산업의 메카인 미국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사는 린다 부인은 그 아이가 최근 초등교육 예비학교에 다니는 유치원장으로부터 "아이에게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서 보내려면 왜 그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치의사의 의료소견서를 제출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것이 미 연방정부가 하달한 예비학교 점심 도시락 관련 지침이라고 친절히 밝히고 있다. 린다씨는 예비학교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점심에 GMO(유전자조작) 식품이 포함돼 있고 아이스크림과 기타 식음료에는 칼로리만 높을 뿐, 기초 영양성분이 결핍되고 게다가 안전하지도 않는 유해 첨가제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직접 집에서 정성들여 도시락을 만들어 보냈던 것이다. 이 통지문이 사진과 함께 공개되자 미국 전역의 학부모사회와 일반시민들 사이에서는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식품체계가 어떻게 되어서 미 연방정부마저 식품대기업들의 앞잡이가 되어 GMO 식품과 가공식품을 옹호하게 되었느냐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비만증: 만병의 근원

미국의 저명한 의료 및 건강전문가들은 미국이 세계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는 최강의 나라이지만 국민건강 측면에서는 가장 취약한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구체적인 사실들이 새삼스레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실로 미국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뚱뚱하다 못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만증에 시달려 유럽 아시아 등 이웃 선진국들보다 3배나 되는 돈을 의료서비스에 지출하고 있으며, 나쁜 건강으로 인해 지금 많은 미국인들이 아주 불행한 인생살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폴 Z. 필쩌 著, 건강관리 혁명, 김성철역, 2013년판). 전 국민에 비만(obesity)현상이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병, 우울증, 변비, 수면 호흡 정지, 신장 장애, 간과 폐 질환, 각종 암등, 중증 질병들이 모두 비만증(肥滿症)과 운동부족에 기인한다. (Joel Fuhrman, Eat to Live, Little Brown 출판사, 2011).

세계 최강 미국, 그러나 건강부문은 세계 최악

구체적으로 미국 질병관리예방본부에 의하면 2010년 현재 미국인의 61%가 과체중(over-weight)이며 더 좁혀 비만증 환자가 30.6%로 분류되었다. 2012년의 유엔(UN) 자료는 미국의 비만증 환자가 31.8%로 늘어났으며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인구의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30%가 과체중 또는 비만현상을 나타내고 있어 미국의 미래전망을 대단히 어둡게 하고 있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비만증이라는 전염병(?)이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비만은 만성적인 질병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야 시민들 스스로 비만증을 하늘이 내린 천벌이라고들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는 흡연 인구가 약 19%, 상습 음주 중독자는 6%에 불과하다. 비만증 비율(30.6%)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이다. 마침내 미 의료당국은 비만증으로 인해 미국에서 해마다 30만명 가량이 죽어간다고 공식발표하였다.

비만증의 주 원인은 한마디로 지방질 식품과 가공식품의 과다섭취이다. 운동부족은 부차적인 이유이다. 화학농법, 유전자조작 등으로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상실된 농축산 식품 및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주의적 조건하에 생육된 축산제품, 과다한 지방질 인스턴트 식품 그리고 화학물질 또는 유전자조작 식품에서 추출한 액상과당 등 유해한 첨가물들이 첨가되어 대공장에서 찍어낸 식음료품들이 그 주범이다. 오늘날 식품공급 사슬을 지배하고 있는 한 줌의 거대 식품기업들은 인체기관 및 세포 형성에 필수적인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물질(minerals) 등 기본 영양요소가 결핍된 색깔과 맛만 달콤하게 만든 식음료품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거미줄 같은 유통망과 광고망을 동원해 현대인의 식단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유전자조작 농식품에 색깔과 맛을 더하는 지방질을 추가로 첨가하고 화학적 향료와 나트륨(소금), 인공 색소와 방부제를 투입한 패스트푸드(fast food)가 그 대표이다. 고열량을 내지만 필수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단백질 성분이 현저히 낮아 영양의 불균형과 신체 안전에 위해(危害)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상용화된 과다 지방 및 가공식품의 섭취가 미국이 당면한 국민 건강의 취약점이 되고 있다.

주범은 과다 지방 및 유해 가공식품 섭취

지방은 고체형 지방질(비계), 액체형 기름 그리고 동물성 식품에서 유래한 콜레스테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나치게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비만해질 뿐만 아니라 저질 콜레스테롤이 동맥 혈관을 막거나 혈관의 흐름을 방해하여 심장마비, 심부전 등을 일으킨다. 미국은 지난 반세기동안 지방(脂肪)식품이 미국인 평균 식단에서 거의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저학력 저소득층의 인구에서는 50% 이상의 칼로리를 지방에서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 소요열량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내가 되어야 균형된 식사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맥도날드 딜럭스 햄버거 한 개에 총열량 810 칼로리, 그중 61%인 490 칼로리가 지방에서 나온다. 거기에 기름으로 튀긴 감자(프렌치프라이)까지 더하면 성인 기준 1.5일분의 지방 소요량을 단 한 개의 햄버거로 섭취하게 된다. 햄버거에 곁들인 일부 채소류는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우다보니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물질등이 얼마나 보충될지 미지수이다. (폴 Z. 필쩌, 건강관리혁명)

어린이들의 조기 성장통: 성장촉진제

지방질의 과다 섭취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경제성을 이유로 동식물 생육에 과다 투입되고 있는 항생제, 성장촉진제 및 제초제 등의 폐해이다. 제초제 등 고(高)독성 농약의 폐해는 이미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유해성과 더불어 일반인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성장촉진제나 항생제 투입의 심각성은 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화학적 합성제인 항생제는 과용 또는 남용될 경우 그에 내성을 갖는 새로운 생명체의 출현을 불러온다. 그리고 유전자조작제인 성장촉진 호르몬(rBGH)은 비육우나 젖소등 가축에 투입할 경우 그 제조사인 몬산토의 비공개 정부 제출자료대로 8-17%의 증체 또는 증산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25% 가량의 젖소에서 유방 감염, 유방암, 결장암을 유발한다. 이를 퇴치하기 위해 다시 항생제가 투입된다.

그런데 최근 청소년들의 키와 가슴(유방) 부분이 현저히 커지고 어린 소녀들의 초경(初經)현상이 수년씩 빨라진 조기 성숙화의 변화를 두고 성장호르몬을 투입한 가축들의 살코기와 우유에서 그 원인을 찾는 이야기들이 미국 사회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기형 성장통 현상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2천5백 두의 소 사육이 인구 41만1천명 도시 규모만큼 분뇨를 발생하고 있으며, 도살과정의 비위생적인 처리로 인해 세균 감염과 질병발생의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공장식 농업 축산의 건강 및 환경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현상이다.(Karl Webber ed, Food Inc., 2009, New York)

미국화한 우리나라 식품공급체계의 위험성

지금까지 소개한 '건강ㆍ질병 최빈국' 미국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식문화의 서구화(정확히 말해 미국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과 함께 거대 가공식품회사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서 전체 식품공급체계를 장악하고 있다. 국민들, 특히 어린이들이 해가 다르게 미국식 소비=비만화의 길로 내닫고 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우리가 매일 수퍼마켓 또는 편의점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이 어디서 유래하였고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자문해 볼 때이다.

식품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정부당국은 유럽식 GMO의 완전표시제의 실시를 머뭇거리고 정부가 일단 표시를 인증한 식품(예, 두부, 콩나물)마저 그 관리가 부실하다. 괜스레 이런 글을 쓰는지 모를 만큼 무신경이다. 오히려 일부 식품대기업들의 장학생들이 "유기농은 비싸다. 영양가 차이는 별로 없다" 등등의 험담을 늘어 놓고 있으며 엉뚱한 이유를 달아 그 안전성과 인체에의 기여효과마저 폄훼한다. 광화문 한복판에 진출해 있는 몬산토 등 유수 식품회사 장학생들이 정부와 연구기관, 학계에 꽤 들여 박혀 있는 모양새다.

진짜 그들이 주목하고 연구햐야 할 대목은 싸구려 정크푸드(junk food)나 GMO 가공식품 그리고 유해 식품첨가물등을 과다 계속 섭취할 경우 인체에 어떠한 결과를 소비자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지 규명하는 것이다. 신체적 질병과 정신적 고통의 대가와 그에 따른 의료비 지출부터 계산해 보았으면 싶다.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에는 현재 식품섭취에 기인한 상당량의 현대 질병관련 발생통계가 축적되어 있다. 비만, 치매, 불임률,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유방암 등 각종 유병통계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일부 어른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각종 성인병과 비만, 대머리 현상이 이제 어린이 층에까지 번지고 있다.

각계 각층에 뿌리 내린 국내외 식품대기업 장학생들

우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건강부터 먼저 배려하는 식품소비 안전성 임상 연구와 정책이 좀더 활발히 전개되어야겠다. 미국화한 국민의 식문화(食文化) 패턴과 보통 국민들의 비만환자(?) 증가가 과연 정상적인 현상인지도 검증해 보아야 한다. 공장식 농축업과 산업화한 거대 식품기업들의 독과점화 행태, 과다한 액상과당과 GMO 농산식품들의 수입 증가, 그리고 유해색소 등 첨가제로 맛과 향기, 모양을 꾸민 가공 식음료품 소비의 위해성 등에 대하여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 정권 차원 또는 부처나 담당 기관들이 거대 식품유통업체 및 제조산업들과 동침 또는 동행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왜 북미지역에 순수 유기농축산물과 그 가공제품만을 취급하는 Wholefood(온전한 식품) 마켓이 최근에 부쩍 번창하고 식품 네트워크 수퍼마켓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라나는지, 왜 파머스마켓(farmar's market: 가족농 직접 출하시장)이나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운동, 젊은 전문요리사(chef)들이 속속 늘어나는지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으면 싶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한살림, 아이쿱, 생협, 무공이네가 이렇다할 정부 특혜가 없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자생적인 각종 꾸러미(소비자-농민 직거래) 운영단체, 사회적 기업, 자생적 식품관련 협동조합이 속속 생겨나는 배경이 무어라고 해석해야 할지 궁금하다. 앞으로 유기농 식당, 토종 식품점 등이 속속 출현하고, 나아가 콜라와 소다수, 햄버거, 핫도그 등의 정크푸드를 학교 구내에서는 물론 인근 지역에서의 판매를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산지는 물론 주요 재료의 성분에 관한 식당 메뉴표시제라든 친환경 농업식품 생산자들에 의한 자발적인 '비GMO 표시운동' 그리고 '동물복지 표시의 축산물' 시장출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책임지고 대답해야 할 당국자들이 침묵하거나 호도하는 사이에 2012년 한 해에만도 790여만톤의 GMO 콩과 옥수수, 147만톤의 GMO 유래의 액상과당, 카놀라유, 과자류 등 수십만톤의 GMO 성분의 가공식품이 수입되었다는 점이다. 수퍼마켓에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이들 주요 메이커들의 식음료 상품들엔 눈을 씻고 보아도 GMO 표시가 전혀 없다. 그러면 그 많은 GMO 식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 상태가 계속 방치될 경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어린이의 3분의 1 이상이 당뇨병(미국 질병관리 예방본부 추계, 2010) 등 각종 성인병 질환으로 고통받게 될 날이 곧 다가올지 모른다. 아니, 지금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혁신이 필요한 현 식품공급 사슬과 식문화

우리나라의 농축산업 생산 방식과 식품 공급체계에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하고 식문화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여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민건강 지키기도 환경생태계 보전도, 식품산업의 왜곡현상을 바로 잡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사회악, 불량식품 근절이 헛공약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각계각층에 뿌리내린 국내외 식품대기업 장학생들이 뭐라고 말하든, "건강하게 살기 위하여 올바로 먹자"라는 시민(단체)들의 자각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의 도시와 농산어촌으로 번져 나갈 날이 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이 에덴동산을 만들 때 설계한 원형이며, 오늘날의 시대정신(Zeitgeist)이고 현대의 세계 사조(思潮)이기 때문이다.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경실련 소비자정의 대표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3102512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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