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대학후기]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마을 - 전홍석

관리자
발행일 2014.03.17. 조회수 34
도시개혁센터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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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홍석 
                                        (경실련 도시대학 20기 수료생/고려대 건축학과 석사과정)


 


  내가 경실련에서 주최하는 도시대학의 ‘주민참여와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교육을 신청한 것은 순전히 마을만들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나는 학부시절 ‘도시계획’이란 수업을 수강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하여 잠깐 들은 적은 있었으나, 마을만들기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강좌를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주간 총 8강으로 구성된 경실련의 도시대학의 강좌는 다소 짧은 강좌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체계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강사진 또한 서울시 공무원, 국책연구원, 대학교수, 엔지니어링사, 마을 주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후반에는 마을만들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인 장수마을과 서원마을 답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초반부에는 주로 마을만들기 총론을 다루었다. 그리고 강의가 진행되면서 국내/외(주로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례를 꼼꼼이 살펴보는 것으로 범위가 확장되어 나갔다. 강의를 들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똑같은 사례를 가지고도 각각의 참여 주체들의 입장과 태도가 모두 달랐다는 것이었다. 참여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살기 좋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드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나 세부적으로는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연구원은 연구원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각각의 생각과 관점이 미묘하게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만들기가 기존의 다른 사업과 구별되는 것은 의사결정과정에 바로 그 공간의 주인인 주민이 참여주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사업은 관이 주도한 위에서 아래로의 계획 방식이었다면, 마을만들기는 주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아래에서 위로의 계획 방식인 것이다. 여기서 공무원과 전문가의 역할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계획하고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물질적으로, 기술적으로 돕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마을 주민들이 제대로 된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제대로’의 정의가 궁금해진다. 과연 어떤 마을이 제대로 된 마을일까? 마을만들기에 정답이 있을까? 여기서 김세용 교수(고려대)는 ‘마을만들기는 정해진 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고민하면서 스스로 찾아낸 답이 바로 정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이 바람직한 답을 찾을 수 있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주민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또한 정석 교수(가천대)는 어떻게 하면 주민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땅은 더 이상 사는(Buy) 곳이 아닌 사는(Live)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가 사는 마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며 평소에 무심코 지나가는 가로라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에 답사했던 장수마을과 서원마을은 여러 면에서 대조되는 곳이었다. 장수마을은 전쟁 동란 이후 산자락에 무허가주택이 들어와 다수의 불량주택이 밀집된 지역이었고, 서원마을은 한 때 그린벨트로 묶이긴 했으나 지금은 매우 양호한 저층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곳이었다. 위치도 장수마을은 서울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었고 서원마을은 서울 외곽에 홀로 독립된 채 위치해 있었다. 장수마을은 본래 주거환경개선지구으로 지정된 지역이었으나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여 지금은 서울성곽을 비롯한 주변의 다른 물리적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서원마을은 쾌적한 환경을 이웃에게 제공하기 위해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여 3층 주택을 2층으로 제한하고, 공동 가로의 확보를 위해서 자신의 담장을 허물어 내부를 주차공간으로 활용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그리고 마을을 위해 기꺼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다른 선진국과 같이 아름다운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저성장시대에 살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재개발/재건축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정주환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골몰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은 바로 자신의 손때와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고, 한곳에서 이웃과 오래오래 머물며, 애착을 가지고 우리가 스스로 가꾸어나가는 곳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땅을 사랑하는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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