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연금개혁 시민대표단 숙의토론에 대한 경실련 입장

사회정책팀
발행일 2024.03.13. 조회수 19131
사회

구조개혁 없는 연금개혁안 공론화 중단해야

- 정부는 연금개혁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직접 추진하라 -

- 56조 국민연금과 57조 퇴직연금, 공적연금의 구조강화 논의가 우선 -

 

정부가 시작한 연금개혁 폭탄 돌리기의 다음 목적지는 시민이다. 지난해부터 연금개혁의 논의는 한 축으로는 5년마다 실시하는 국민연금 재정재계산을 통해서, 다른 한 축으로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를 통해서 이뤄졌다. 두 논의 모두 명확한 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새롭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에서 낸 안으로 다음 달에 시민대표단 숙의토론을 거쳐서 개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 이후, 20여 년 가까이 이어진 연금개혁 논의에서 정부와 전문가들도 합의하지 못했던 문제를 시민대표단을 모아놓고 결론을 내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연금개혁이 상당한 갈등 요인과 복잡한 쟁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런 무책임한 접근은 중단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대통령공약으로 약속했던 윤석열정부가 왜 결기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떠넘기는가. 5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았던 국민연금 재정재계산 4가지 안은 ‘4지선다’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윤석열 정부 재정재계산에서는 24개 안을 내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설상가상 이번 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의 줄다리기 논쟁과 개혁의 책임을 시민대표단에게 던진 채 아예 숨어버린 꼴이다. 12일 공론화위는 7개 주제 가운데 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 등 4개 주제를 함께 논의한다고 발표했는데, 또다시 국민연금을 재정안정화할 것인지 아니면 소득보장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 문제는 과거 국민연금재정재계산에서 5년마다 치열하게 논의했던 내용의 재탕일 뿐이다.

 

구조개혁을 위한 대안을 정부가 먼저 마련해야 한다. 국회에 연금특위를 설치하고 논의를 확대했던 것은 종합적인 관점에서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국민이 돈을 더 낼지, 적게 받을지 단편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체계를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22년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이 약 56조 원이고 퇴직연금 보험료 수입은 57조 원을 넘었다. 그런데도 퇴직연금을 노후소득보장 수단에 포함할지 합의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이 소득보장 강화인지 재정안정화 강화인지라는 무익한 논쟁만 반복하고 있다. 어느 하나의 안으로 정해진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재정안정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도에 대한 불안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처럼 공적연금에 적극적으로 조세를 투입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의 임무가 있는 정부가 도리어 국민 뒤에 숨을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대표단의 결론이 정부가 선호하는 안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고, 정부가 선호하지 않는 안이면 슬그머니 논의를 끝내면서 정치적 책임을 면할 요량인가. 연금개혁의 중요 결정을 시민에게 미룬 사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미 언론에서는 국민연금의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안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는데, 과연 시민대표단 논의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연금개혁은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다.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에 대한 추진 의지가 있다면 비판에 두려워 숨지 말고 책임지고 제도개선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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