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은행법 개정안 철회와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정 촉구를 위한 경제학자100인 기자회견

관리자
발행일 2002.02.14. 조회수 2943
경제

정부의 은행법 개정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증권관련집단소송법안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1. 지난 2001년 11월 26일 재정경제부는 동일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확대하고 산업자본이 2년 이내에 금융 주력자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10%를 초과하여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즉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법무부는 지난 12월 27일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두 법안은 현재 계류 중에 있으며 이번 2월 임시국회시 심의될 예정이다.


2.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재경부는 은행소유규제를 국제기준에 맞게 사전적인 소유제한은 완화하되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함으로써 건전한 금융자본의 출현을 유도하고 은행의 자율책임경영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유화된 은행의 조기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의 회수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과 같은 미흡한 금융감독 수준과 당국의 금융감독수행의지의 부족, 여전히 미진한 은행지배구조개선 하에서 개정안과 같이 은행의 사전적 규제를 푸는 것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허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산업자본의 제2금융권 지배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게 될 경우 금융기관의 사금고화, 부당한 계열사 지원, 경쟁제한과 경제력 집중 심화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그 결과 우리 경제의 개혁과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3. 선진국의 성공적인 은행경영의 열쇠는 소유구조의 여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자본시장과 증권시장의 규율에 따라 건전성과 수익성 위주로 자율적이며 효율적으로 은행을 경영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금융감독 및 책임경영 시스템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의 주인 찾기라는 명분으로 은행에 대한 사전적인 소유제한을 완화하기보다는 현재의 미흡한 금융감독체계를 강화하고 은행의 지배구조가 일정정도 개선된 이후에 이러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4. 선진국의 경우 소유한도 제한은 없지만 일정지분 이상 보유시 승인하는 형태를 취하여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통해 부적격자를 배제하고 철저한 금융감독으로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에 대처하고 있다.


또한 은행의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어 있어 미국 씨티그룹의 경우 5대 주주의 은행주식 비율이 평균 4%미만임에도 불구하고 건전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은행의 책임경영체제와 동일인의 은행주식 소유한도확대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5. 현행 소유한도제도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정부의 은행법 개정의 주요한 논리이나 이 역시도 명분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은행법시행령 제5조에 의하면 외국인의 국내은행소유 자격에 대해 “국제적 신인도 여하, 탈법사실여부, 신용질서교란여부, 자기자본비율의 적정성, 금융기관의 지배주주로서의 적합성, 당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산업의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 등의 조건을 엄격히 심사하여 국제적으로 검증된 외국인으로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과연 우리 산업자본이 국제적 정합성에 의해 모범사례를 보인 금융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제2금융권의 경영사례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매우 부정적이다. 따라서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거꾸로 은행경영 부자격자가 오히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실보다는 국적여하에 따른 국민적 정서를 악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6. 은행의 民營化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지만, 민영화가 반드시 재벌에 의한 民有化를 뜻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적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감독 및 보상시스템을 마련하여 은행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자연히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 의해 소유분산이 이루어지게 되어 자본시장에서 큰 부작용 없이 합리적 민유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현재의 소유한도 하에서도 과점적 지배주주 그룹들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은행 중에 가장 경영실적이 양호하여 선진국 은행 수준에 육박하는 신한은행의 경우 동일인 대주주의 소유지분이 2%에도 미치지 않지만 현행법 체계 하에서도 소유 및 지배구조에 큰 문제없이 경쟁력 있는 은행을 경영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바, 금번 은행법 개정안이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명분은 국내 재벌과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터 주기 위한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하다.


7. 우리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정부의 은행법 개정안이 출자총액제한제의 실질적 폐지,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완화, 대규모기업집단지정제의 폐지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정책 후퇴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제라도 재벌의 시장지배로 인한 폐해를 인식하여 초기 개혁정책의 기조를 다시금 회복해야 할 것이다.


8. 결론적으로 정부는 은행주식 소유제한 완화를 주장하기 이전에 금융감독체계의 선진화와 재벌의 형태와 폐해에 대한 시정, 그리고 은행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된 이후에 이와 같은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함으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허용하는 금번 정부의 은행법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9. 아울러 증권관련집단소송법안과 관련해서는 이 법안의 제정으로 인해 기업활동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소액 다수 투자자들의 실질적 구제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집단소송제기로 인한 기업의 대외신뢰도 추락과 주가하락, 금융기관의 자금회수․거래업체의 현금결제 요구 등으로 인한 기업경영의 위축․기업도산 등을 이유로 그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10. 그러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는 다수의 증권투자자들이 분식회계, 부실감사, 허위공시,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신탁재산 불법운용 등 각종 불법행위로 재산권의 손해를 당했을 경우, 증권분쟁에 있어서 피해구제를 보다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기업지배구조상에서 이 제도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정책이며, 최근 금융비리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한 다수 투자자들의 권익보호와 증권시장의 신뢰성 회복에 실질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많은 소비자가 동일한 사건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 통일적인 소송진행을 통해 소송의 개인적ㆍ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인 소송경제 도모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근거로 볼 때 증권관련집단소송제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11. 집단소송 제도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도 수행하는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전적 교정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02년 2월 14일



변형윤(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김윤환(고려대 경제학, 명예교수), 이종훈(중앙대 경제학, 명예교수), 이근식(시립대 경제학), 권영준(경희대 국제경영학부), 정운찬(서울대 경제학), 김대환(인하대 경제통상학부), 이필상(고려대 경영학), 장하성(고려대 경영학), 이성섭(숭실대 경제학), 최정표(건국대 경제학), 윤건영(연세대 경제학), 나성린(한양대 경제학), 장오현(동국대 경제학), 김경수(성균관대 경제학), 장상환(경상대 경제학), 김상조(한성대 무역학), 이의영(군산대 경제학), 홍종학(경원대 경제학), 함시창(상명대 경제학),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 곽만순(카톨릭대 경제학), 장지상(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이민원(광주대 경제통상학부), 황신준(상지대 경제학), 김종걸(한양대 국제대학원), 신범철(경기대 경제학), 서희열(강남대 세무학), 김진욱(건국대 경제학), 진태홍(홍익대 경제학), 강명헌(단국대 경제학), 강호영(경북대 경제학), 곽세영(청주대 경영학부), 구석모(세종대 경제무역학), 기우걸(조선대 경제학), 김 헌(천안대 경영학), 김관영(한양대 경제학부), 김문겸(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부), 김진방(인하대 경제학), 박정수(시립대 행정학), 백삼균(방송대 경영학), 신성휘(시립대 경제학), 안일준(성명대 경영학부), 유경문(서경대 경제학), 이균봉(부산대 경영학부), 장시원(방송대 경제학), 전성인(홍익대 경제학), 최배근(건국대 경제학), 허찬영(한남대 경영학), 손명환(충남대 경제학), 양영식(충남대 경제학), 윤봉한 (중앙대 경제학), 노택선(한국외국어대 경제학), 성효용(성신여대 경제학), 최진배(경성대 경제통상학부), 최병돈(한림대 경영학부), 김정식(연세대 경제학), 배영목(충북대 경제학), 이헌창(고려대 경제학), 조복현(한밭대 경제학), 김상조(상명대 경영학부), 홍장표(부경대 경제학부), 정영섭(건국대 경제학), 김흥식(동국대 경영학), 이재율(계명대 경제학), 장덕주(국민대 경제학), 전병헌(고려대 경제학), 최병호(부산대 경제학), 박병희(순천대 경제학), 안철원(서울시립대 경제학), 구정모(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김호범(부산대 경제학), 장세진(인하대 경제학부), 박경로(서울대 경제학), 김기원(방송대 경제학), 박 경(목원대 경제학), 송태복(한남대 경제학), 김형기(경북대 경제통상학), 박상수(제주대 경제학), 류동민(충남대 경제학), 유재우(국민대 경제학), 김형욱(홍익대 경영학), 류지수(영남대 경제학), 권광식(방송대 경제학부), 김윤자(한신대 국제경제학), 이재웅(서강대 경영학부), 조태훈(건국대 경영학), 조준모(숭실대 경제통상학부), 허 식(중앙대 산업경제학), 김선봉(신흥대 경영학), 황신모(청주대 경제학), 김기흥(경기대 경제학), 김대식(한양대 경영학), 김무성(부산대 경영학부), 유극렬(동덕여대 경영경제학부), 정진근(한림대 경제학부), 최용일(한성대 무역학), 현영석(한남대 경영학부), 윤석원(중앙대 산업경제학), 이정우(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최성용(서울여대 경영경제학부), 한상인(경일대 경제학), 김종웅(경산대 경제학), 김철교(배재대 경영정보학), 노상채(조선대 경제무역학부), 김지수(영남대 경영학부), 정기문(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김영산(한양대 경제학부), 이정희(중앙대 산업경제학), 이병천(강원대 경제무역학부), 유철규(성공회대 경제학), 김명직(한양대 경제학), 김우찬(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영학과), 이우택(한양대 경영학부), 남병탁(경일대 경제학), 김기흥(경기대 경제학), 김주한(경원대 경제학) / 이상 서명자 총 1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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