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경실련 -경제정의기업賞을 중심으로-

관리자
발행일 2009.11.17. 조회수 495
칼럼

 


나와 경실련 -경제정의기업賞을 중심으로-
                                                


김 홍 권(전 경제정의 연구소 이사)


 


1. 진로의 전환
  오래전부터의 교통사고후유증과 적성에 맞지 않는 마케팅 분야에서 나는 1987년 글이 있는 포토에세이분야를 새로 개척하기 위해서 자진은퇴를 결행했었다. 그 후 1-2년 동안 동아미술제나 UNESCO사진전과 같은 공모전에서 “자본 자유화”, “생의 의지”, “Reading the Bible”과 같은 주제로 입상,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도 되며 모처럼 자유롭고 또 열심히 새 길로 전진하고 있었다. 이는 내가 젊어서부터 사진과 글쓰기(시사평론 기고문집 “내가 본 세상” 2001년 참조)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89년 나는 “官民 합동의 대기업 종합평가 제도를 제안함”이라는 칼럼을 조선일보에 기고하고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그 것의 실현을 위해 1년 동안을 사전조사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한 이유는 1989년 당시 땅 투기, 탈세, 정경유착, 은행자금독식, 불공정 및 하도급거래, 산업재해, 건어물 사재기 적발에 이르기까지 천민자본주의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기업들의 모습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의 시작을 앞둔 기업권력시대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이와 같은 비윤리적인 기업윤리행태가 지속된다면 기업은 물론 나라에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어렵게 계획했던 포토에세이의 새 길을 접고 55세가 넘은 나이에 작은 소명의식으로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 전개과정 
 나는 신문에 기고한 기업평가시스템을 어느 단체와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 지 고민하다가 1990년 한국의 경영자賞제도를 오랜 동안 운영해오던 한국능률협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생면부지의 그 곳 연구원(이신형 현, 리서치코리아 대표)에게 전화로 설명했고 그의 즉각적인 반응과 적극적인 협력으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실련 창립회원이었던 나는 1991년 초 서경석 당시 경실련 사무총장을 찾아가서 설명했고 지적 통찰력이 뛰어난 그 분은 즉석에서 좋다고 인정하고 연구소 소관일 것이라면서 당시 경제정의연구소 소장 강철규 교수를 소개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내 기고내용을 중심으로 30여개의 기업관련 법의 준수여부와 사회 환원 등 적극적인 기업윤리를 정부자료를 갖고 실증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경제정의지수(KEJI Index)를 창출, 그해 12월에 제1회 대망의 경제정의기업상 시상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나는 “경실련이 인정하는 사람”의 격려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 강철규소장의 열정과 이현배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의 지원(1천5백 만 원의 차용)등이 없었다면 이 사업의 결실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불과 2-3년 안에 이렇게 내 인생의 좌표가 다시 급변할 수 있었던 것은 포토에세이보다는 이 사업이 상위의 가치라는 판단과 소비자운동의 기수 70년부터 랠프 네이다를 존경해왔던 법학도로서의 정의감과 나와 사회를 향한 합리적 효과주의라는 가치가 당시의 시대환경(기업문화)과 충돌하며 발생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이것은 경실련의 이상실현의 큰 한 방법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평가사업은 세계적 추세와도 부합되는 것이었고 일본의 아사히파운데이션(朝日財團)보다 4년 앞선 제도였다. 미국의 세계최대의 기업윤리평가단체인 CEP(The Concil on Economic priorities)가 이미 1969년부터 우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하고 있었고 시상한 후에도 “Shopping for a Better World라는 소비자 가이드책자를 만들어 밀리언셀러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CEP는 시상식을 시에라클럽에서 성대히 치렀는데 수상기업들은 그 자리에서 각각 1만5천 달러 씩을 기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2007년도 우리 전국지자체가 문화행사 등 시민단체에 지급한 전체보조금이 무려 3천2백억 원이나 되었지만 1990년대 당시 우리사회에는 NGO에 대한 사회기부가 더 미개발되고  재원과 인력부족 등으로 참으로 매우 고통스런 작업이었으므로 유익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지금도 매우 크다. 한편 초기 약 3년간을 실무로서는 자료수집부터 나 혼자 이 방대한 시상제도를 운영하였으면서도 어떤 재벌이 1억 원씩 5년간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한 제안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제2회 시상식 뒤에는 수상기업이 특정 재벌이라는 이유로 우리연구소 한 理事가 사퇴하였고 경실련노조가 해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3. 효과
 사회에는 건전한 평가제도가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절반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제1회 시상식 때의 사회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주요일간지의 장문의 사설은 시민단체의 새로운 필요한 가치와 사업의 적시성(適時性)을 인정하기도 하고 TV를 비롯하여 전 매스컴이 큰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가장 받고 싶은 상이었고 정부 쪽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의미 있는 우리사회 최초의 시상제도이기도하고 당시 경실련의 위상과 함께 그 시너지효과까지 크게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상 제1회 기업들의 종합성적은 평균 50점대에서 10년 후에는 60점대로 평균 약 10점의 완만한 상승을 시현하였다. 다만 평가항목 중 30대 기업집단의 환경오염, 공정거래 및 하도급법위반 10년간, 사회 환원 최근 3년간, 양성평등법 위반순위 등 중요한 부문은 수시로 평가 발표하여 많은 개선효과를 보았다. 


 기업윤리학의 불모지였던 대학에서도 새로 기업윤리강좌가 개설되기도 하고 이 평가제도는 우리기업에 대한 건전한 감시와 비판의 방법이면서도 우리사회에서 시민단체와 기업의 상호이해와 협력의 기회를 창출하는 효과도 큰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다행인 것은 재직 10여 년간 기업을 평가하는 일을 했었지만 기업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서 시종 독립채산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업이 건전하게 정부를 돕는 일이기도 했지만 정부의 자료협력이 대체로 잘되었다. 당시 청와대의 공동사업제안도 있었으나 우리는 수용하지 않았고 우리방향과 성격이 비슷했던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겨례신문과는 협력관계를 유지하였다.


 


4.맺음
 현재 경제정의기업상 외에도 기업의 사회책임(CSR)단체 등 다양한 평가제도가 있으나 정경유착등 기업의 비리가 근시안적 성장논리로 계속 면죄부를 받아가고 있는 상황은 NGO의 큰 한계이고 그 대안은 기업시민의 책임윤리의 향상과 함께 하루 빨리 우리사회 속에서 죽어가는 법을 재생시키고 정경유착 없는 권력구조를 만드는 문제이다. 반 기업정서문제는 말로만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도 보다 효과적인 전략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연구소 재직 시에 애써 준비하고도 내부사정으로 30대기업집단과 은행평가사업,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노사분규로 인한 각각의 사회경제적비용 조사 등 사업이 불발된 것은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단된 시민단체지원기금의 대안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기업평가사업이외에도 조세연구원(당시 현진권 박사)의 강권(强勸)으로 국세청, 경실련과 협력하여 근거과세를 통한 조세정의를 위해 실행에 성공한 신용카드활성화와 2000년도에는 KBS의 현장추적을 보고 연구소 理事자격으로 산림청을 독려, 골프장을 개발하다가 팽개친 전국 30여 개소 약 7백 만 평 중 상당부분을 원상회복시키는데 기여한 것 등은 다행스런 에필로그이다.
 


이제는 내 기업윤리창출의 정신이  종교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실증적 종교윤리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며 민, 관의 협력으로 작년에는 “좋은 종교 좋은 사회”-한국주요종교의  사회기여도 분석-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 것은 또 하나의 작은 결실이라 하겠다.
 사실 중심으로 정직하게 요약해 보았던 이 글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인가와 혹시 자기과시나 되지 않았는지 두렵다.



<약력>
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사무국장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연구실장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부소장(이사)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
현 한국종교사회연구소장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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