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의료법·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논란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23.05.12. 조회수 1184
사회


국회 입법권 존중하고 또 다른 갈등 막기 위해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신중해야 한다


- 직역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


- 국민생명 볼모삼는 파렴치한 불법 집단행동에 선처없이 대처해야 -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범죄의사 면허제한)과 간호법의 대통령 거부권행사 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정치권의 갈등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법안과 관련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으로 상대방 직역을 비난하고 선동전을 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두 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17일 불법 진료거부를 예고했고, 간호단체는 파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 직역 간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해 보이며 그 과정에서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극한의 갈등과 대치 정국을 해소하기는커녕 불신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무능력한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입법 과정에서 직역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한 입법과 정책이었는가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자문하고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국회의 심사를 거쳤음에도 이해당사자의 실력행사에 속수무책이며,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바꾸는 정치권과 오락가락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억측과 마구잡이식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민은 누구의 말이 옳은지 혼란스럽다.

이제 법안에 대한 공은 정부에 넘어왔다.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 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 상식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으로 확대될 우려가 크다. 직역 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정부가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 논의를 방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삼는 파렴치한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의료인 면허제한법은 정부가 거부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의사단체 등은 의료법이 의료인을 압박하기 위한 악법이라 주장하며 거부할 것을 요구하나, 재론의 가치도 없다. 개정안은 다른 전문직에 적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금고 이상의 형은 선고받을 경우 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생명과 안전의 완전성을 다루는 누구보다 엄격한 자격이 요구되는 의료인에게는 오히려 타 전문직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형평성에 맞게 정상화하였고, 오히려 불가항력적인 의료과실이 발생하는 의료분야의 특성을 고려하여 업무상 과실에 대해서는 면허 제한을 제외하였다. 합리적 대안이므로 정부가 거부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정부는 간호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

복지부는 지난 1일 ‘정부가 간호법안 통과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에 대해 SNS 카드뉴스를 통해 밝혔는데, 설명이 충분치 않다. 의료현장은 보건의료인력의 협업이 필수인데 간호사 외에 다른 직역단체가 형평에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고,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 이하로 제한한 조항이 차별적이라는 내용이 전부다.

의료현장에서 협업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이견으로 의료계 내 극한의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도 의견이 수용되지 않은 일각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다른 직역단체가 반대한다는 것이 법안의 거부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반발하는 한 측의 입장을 근거로 우려를 표하는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판단과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형평성 관련 반대 측 주장이 무엇이고 사실이며 합리적인지, 국민의 이익과 부합하는지 등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부의 결정을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어야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사단체가 간호법에 반발하는 이유는 간호사 단독개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지만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간호사 단독개원은 불가하다. 노인 돌봄을 위한 요양기관 개설은 다른 법률에서 이미 허용하고 있다. 이런 마구잡이식 주장으로 반발하는 것도 정부가 수용할 것인가?

정부는 또한 간호법에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졸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이 차별적이라고 우려하였다. 현행 의료법 80조(간호조무사 자격)는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등학교 졸업자’ 또는 ‘고등학교 졸업학력 인정자’로 규정하고 있다. ‘고졸이하’로 제한한 것은 아니며 대학졸업자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다. 한편 시험응시자격 관련 전문대의 간호조무학과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법에 복지부령으로 만든 것이다. 간호법은 복지부가 만든 의료법 규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그걸 만들고 운영해온 정부가 학력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으로 생겨난 문제는 아니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면 문제임을 알고도 입법 과정에서 방치해 온 정부가 먼저 국민에게 사과하고 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논의하라.

이제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심각한 고령화 진행에 따라 우리사회 간호의 중요성과 역할 강화는 더욱 요구될 것이다. 직역 간의 이익 다툼이 아닌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법과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분명히 해야 국민도 납득할 것이며,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극한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의 혼란과 갈등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직역에게 휘둘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집단 진료거부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선처 없이 대응해야 한다. 경실련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정위 고발 등을 검토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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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의 : 경실련 사회정책국(02-766-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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