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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미 FTA의 先行 조건 (김성훈)

○만화와 같은 기묘한 앙상블 정부가 전격적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정부의 협상 추진방식과 협상 태도를 둘러싼 저항적 갈등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노무현정권과 앙숙관계 이었던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노정권을 편드는지 또는 미국편을 드는지 한․미FTA의 가공할 파괴력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은 유보한채 문제를 단순화시켜 친미냐 북미냐의 이분법적 편가르기에 신명이 나있다. 보수언론과 노무현정부가 손을 잡는 만화와 같은 희한한 앙상블이 목전에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 문제의 본질은 친노냐, 반노냐 또는 나아가서 개방이냐, 개방 반대냐 더더구나 친미냐 반미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의 삶의 패러다임과 우리 경제 문화 교육 의료 법률 등 모든 부문의 틀이 미국의 이해에 맞춰 바뀌어질 경우의 득실과 감당여부가 문제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비슷한 성격의 WTO 다자간 협상인 DDA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불쑥 뛰어든 한미FTA를 만사불문하고 추진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동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국가적 손익 명백히 밝히길 정부는 지난해까지 중장기 과제로 분류되어 있던 한․미FTA를 갑자기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청회가 파행으로 무산된 당일,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또한 각계의 의견수렴도 없이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배출가스 기준 완화, 수입 의약품값 인하 중단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협상도 해보지 않고 미리 양보했다. 한․미FTA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조사 연구도 미흡하다. 대외경제연구원이 그나마 발표했던 분석자료는 한 달만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4~5배나 부풀려 다시 발표하였다. 무역흑자 감소와 대량실업 발생 효과 등에 대해서는 수정발표 과정에서 축소되고 실종되었다. 무역수지 전망 등 긍정적 효과추정 발표 자체가 상부의 지시로 은폐·조작됐다는 의혹마저 있다. 이외에도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

발행일 200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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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自殺골' (김성훈)

지난달 ‘군사작전’을 펴듯 단 하루 만에 뚝딱 해치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선언에 대해 개시일자가 다가올수록 각계각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중에도 얼마 전까지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이었던 분들의 항명성 쓴소리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의 옷깃마저 여미게 하는 처절한 우국충정이 스며 있다. 한ㆍ미 FTA 협상을 졸속 추진 말고 신중히 하시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새 일거리를 만들지 말고 시작했던 개혁안들이나 잘 마무리 하시오! 정부 주장대로 앞으로 10개월 안에 한ㆍ미 FTA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마무리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이라는 고언(苦言)들이 그러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이) 못 가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그토록 저주해 마지않던 보수 언론들의 고무성 보도에 힘을 받은 것인가. 마지못해 한ㆍ미 FTA를 지지하고 나선 요즘 밀월 관계의 경제단체 대표들이 고마워서 인가, 아무튼 국민의 75.6%가 반대하는 여론(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속무역처리법(TPA) 일정에 맞추어 속전속결할 기세이다. 문제는 한ㆍ미 FTA가 장차 우리나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문화ㆍ법률ㆍ서비스산업ㆍ농업 등 전분야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를 가져올 부정적 파괴력에 비해 예상되는 국가적 이익은 추상적이고 희미하다는 사실이다. 이익이 크다는 연구 발표가 있기는 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외경제연구원의 한 박사님이 처음에는 한ㆍ미 FTA가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99%, 신규 고용 창출 0.63%, 후생 수준 1.73%를 개선할 것이라는 수치를 지난 2월2일 무산된 공청회에서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웬일인가. 그 한달 뒤인 3월3일에는 ‘그 연구원의 그 박사님’이 또 다른 세미나에서 한ㆍ미 FTA 체결로 실질 GDP가 7.75% 증가하...

발행일 200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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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식 한미 FTA

한마디로 ‘민주주의’란 “정당한 절차(due process)”를 말한다. ‘참여’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이해관계 당사자의 참여하에 정당한 논의 과정을 거친 의사 결정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발원국인 영국 등 구미 사회에서는 3C원칙에 따른 의사 결정 과정을 불문율(不文律)로 삼고 있다. 상식(Common sense)에 비춰 판단해보고, 대화와 토론(Conference)을 거쳐 정제된 의견을 도출하며, 그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타협(Compromise)안을 만들어낸다. 지난 2일,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 정부가 하루 만에 뚝딱 해치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선언은 민주주의도, 참여정부도 아닌 ‘관료주의 행정’의 표본이다. 하루 만에 공청회를 열고 그것이 무산됐음에도 당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서둘러 협상 개시를 확정한 다음, 그 다음날(날짜로는 같은 2월2일) 아침 미 국회의사당에서 두 나라 통상교섭 대표들이 공식적으로 협상 출범을 선언했다. 참여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오던 ‘선대책 후협상(先對策 後協商)’은 간데온데없고 협상도 하기 전에 스크린쿼터 50% 감축과 구제역 발생 지역 쇠고기 수입 재개정책을 먼저 발표했다. 백기(白旗)를 들고 협상장에 나선 셈이다. 이로 미뤄보아 내년 3월까지의 협상 종료를 기다리지 않아도 그 결과가 뻔히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협상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피해만 크고 실익이 적은 한ㆍ미 FTA를 쫓기듯 추진하는 배경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처럼 민주적 협의 및 통제 절차가 결여된 현재의 통상협상 절차와 기구 및 권한의 집중 현상은 지난 정권의 정부조직 실패 때문이다. 한ㆍ중 마늘 협상 실패, 잘못된 한ㆍ칠레 FTA 협상, 그리고 WTO 쌀 재협상 실패 등 정부가 추진해온 통상협상마다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피해자를 양산했다.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근본 원인이 다름 아닌 통상협상 조직 실패에 내재해 있다. 섣불리 무늬만 미국의 통상대표부(USTR)를 흉내내 통상교섭본...

발행일 200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