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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당신은 무엇을 혐오하십니까?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2)][활동가가 주목하는 이슈] 당신은 무엇을 혐오하십니까? - 혐오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하여 -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7월, 한 선수의 머리 길이를 둔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어딘가에서 ‘숏컷을 했으니 페미가 아니냐’는 여성혐오의 목소리가 있었고, 그에 대해 반대편에서는 그 선수가 남성혐오 표현을 쓴 것이 문제라는 식의 반박이었습니다. 올림픽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 논란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지속되어온 젠더 갈등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젠더 갈등이 아닌 그 안에 담겨있는 ‘혐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부터 ‘혐오’라는 단어는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익숙하고, 흔한 표현이 되었습니다. 여러 매체와 방송에서도 ‘극혐’과 같은 표현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우리 사회에서 혐오할 대상이 많아지기라도 한 것처럼 혐오는 점점 넓고,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갔고, 그것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사람들은 인종, 성별, 나이, 직업, 출생지역, 외모 등등 다양한 이유로 누군가를 거침없이 비하하고, 그것이 잘못이라는 인식도 없이 혐오 표현을 내뱉습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던진 혐오 표현은 역시 그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됩니다. 실제로 익명성에 기대어 혐오 표현이 넘쳐나는 온라인 공간, 특히 댓글창 같은 곳에 있는 표현들은 그 수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흔히 악플이라고 부르는 이 말들에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말들을 농담이라고 던지고, 화를 내는 사람이 오히려 옹졸하고 속이 좁은 사람으로 취급받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정말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농담이었을까요? ‘여자는 이래서 안 돼’, ‘남자는 그러면 안 돼’, ‘이래서 어디 출신들은 안돼’ 등 등 반복된 혐오 표현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망가뜨 렸습니다. 이처...

발행일 2021.10.06.

칼럼
협상의 법칙이나 비법이 존재하는가?

심준섭(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협상의 법칙이나 비법이 정말로 존재합니까? 협상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실 시중의 큰 서점에 가서 협상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협상 관련 서적들을 뒤지다 보면 우선 100가지도 넘는 협상 관련 서적의 종류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는 협상의 무슨 무슨 원칙, 전략, 비법이라고 쓰인 책들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협상가가 될 수 있는가에 관해 나름대로의 논리나 경험을 가지고 협상의 법칙이란 이름하에 다양한 협상 방법과 기술들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법칙들은 어떠한 협상 상황에도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처럼 보인다. 만일 이러한 법칙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협상을 처음 해보는 초보 협상가도 책에 적힌 법칙들만 잘 지킨다면 어떤 협상에서도 이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협상에서 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협상 법칙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실 속의 협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모든 협상은 서로 다른 모습을 띠며 정확하게 똑같은 협상이 다시 존재하기는 어렵다. 또한 가치를 창조하는 통합적 기술(integrative skill)과 자신의 몫을 주장하는 분배적 기술(distributive skill)이 뒤 섞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협상가들은 불확실성과 모호성 하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실제로 효과적인 협상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정말 어렵다. 그렇다면 신기루 같은 협상의 비법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협상 준비단계에서 자신이 당면한 협상을 꼼꼼히 분석하고 준비하는 편이 보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어떤 협상 상황에 놓여있던 모든 협상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협상준비단계에서 이러한 핵심 요소들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협상 체크리스트(negotiation checklist)”를 준비하는 것이다. 협상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자신에 관한 사항, ...

발행일 2008.10.09.

칼럼
좋은 갈등, 이상한 갈등, 나쁜 갈등

이선우 (사)경실련갈등해소센터 이사장 갈등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크게는 욕구갈등과 가치갈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좋은 갈등, 이상한 갈등, 나쁜 갈등의 세 종류로 구분하면서 이 갈등을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하여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좋은 갈등이란 정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어떠한 사익도 개입하지 않는 갈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갈등집단 간 가치의 아치는 있을지언정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동일한 경우이다. 이상한 갈등은 정작 갈등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없고 제3자들에 의한 제3자들을 위한 제3간 또는 제3자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소위 대리갈등 또는 갈등의 대리전으로 명명할 수 있다. 나쁜 갈등이란 사회와 국가를 위한 대승적 차원이 아니라 갈등당사자집단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진행되는 갈등 또는 서로 간 믿지 못하여 해소되지 않는 갈등을 말한다. 좋은 갈등이 착한 갈등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순수성과 솔직함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 갈등의 시작은 좋은 갈등들이다. 천성산 도롱뇽 생태습지보호, 새만금 갯벌보호, 노사 간 대립 등등 모두가 국가의 발전과 건강함을 위한 갈등들이다. 이상한 갈등이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인은 제쳐두고 손님들에 의한 갈등대리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주인의 주장보다 손님들의 입장만이 강조되기 때문에 갈등의 근본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가치는 멀어지고 손님들의 이해충족만이 남는 이상한 형국을 맞게 된다. 오랜 갈등 속에서 정작 내가 얻은 것은 없다고 하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 있는 갈등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나쁜 갈등은 애초부터 사회나 국가의 이익은 고려치 않고 갈등당사자집단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한 이기적인 갈등이거나 오랜 갈등 속에서 불신만 남고 커져 사회를 반목과 편 가르기로 지치게 만드는 갈등들이다. 그러면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너무나 순수하고 순진한 진단이지만 필자는 갈등의 핵심 속에서 솔...

발행일 200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