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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행복한 ‘느림’ 방비엥(Vangviang)

행복한 ‘느림’ 방비엥(Vangviang)    김삼수 (사)경실련통일협회 부장 tongil@ccej.or.kr       아주 어릴 적, 집 마당에서 돼지를 잡는 일이 많았다. 큰 수레에 수레만큼이나 거대한 돼지를 꽁꽁 묶어서 멱을 따고 피를 받아내면 돼지는 큰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돼지의 멱통은 어찌나 거대한지 아주 오랫동안 울부짖다 생을 마감하곤 했다.   그 모습을 문틈으로 힐끗 쳐다보다 다시는 불쌍한 돼지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선, 친구 녀석들과 뒷동산에 올라 개울에서 첨벙거리고, 대나무 숲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다 집에 들어가면 돼지는 보이지 않고 맛있는 돼지고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가졌던 다짐은 사라지고 이내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바빴던 유년시절의 단면은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추억이라 여겼다.   잊고 살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곳, 마치 시간여행을 통해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간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라오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선사하기 때문에 좀처럼 흥분을 감출 수 없는 곳이다.   동쪽으로 베트남, 남쪽으로 캄보디아, 서쪽으로 태국, 북서쪽으로 미얀마, 북쪽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동남아 유일의 내륙국인 라오스는 다수를 차지하는 라오민족 외에 68개 소수 민족이 섞여 살고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내륙에 갇혀있어 주변국들에 비해 많은 것들이 부족하다 보니 UN가입국 중에서 최빈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라오스는 질곡 많은 현대사를 간직한 곳이다. 3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졌지만 늘 주변 국가들의 침략에 힘들어 했으며,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다.   라오스로의 여행은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다. 어느 날 친구의 여권에서 라오스 비자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그 비자가 너무도 멋져 보여서 내 여권에도 꼭 라오스 비자를 받아보리라 다짐했었다. 2008년 9월 1일부터 15...

발행일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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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Please remove yourselves”자신을 잊고 행복을 찾는 빠이(Pai)

“Please remove yourselves”자신을 잊고 행복을 찾는 빠이(Pai)   김삼수 (사)경실련통일협회 부장     옛날 어느 나라에 한 임금님이 살았다. 그 나라는 너무도 행복하여, 죄인도 없고, 맑고 청결하며 아름다운 나라였다. 다만 그 나라의 헌법 조문에는 ‘이나라 백성들은 고루 행복할 권리가 있다. 단 임금님 보다는 덜 행복할 이유가 있다’라고 되어 있었다.   임금님은 자기보다 행복해하는 촌주를 만나게 되고, 촌주 자리와 재산을 빼앗았고, 다음에는 처자식을 그와 갈라놓았다. 그래도 그가 행복해 하자, 처자식을 데려와 사형을 시키고,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그러나 임금님은 감옥에서도 그가 행복해 하고 있음을 알고, 손수 독배를 들고 그를 찾아갔다. 그는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법을 알았고, 가족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금님은 마지막까지 자신보다 행복한 그를 이기기 위해 독배를 가로채 자신이 마셔버렸다. 작가 박완서의 ‘마지막 임금님’이라는 글의 내용이다. 이 글은 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이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만연한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척도가 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치앙마이(Chiang Mai)에 가거들랑 빠이(Pai)를 다녀오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은 터라, 이른 아침 무작정 바이크를 타고 북쪽으로 달렸다.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762개의 굽이가 있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계속 달리다 보면 우리의 얼음골 같은 숲이 나오기도 하고, 굽이 돌아가는 길들에 속이 매스꺼울 때도 있다. 작은 동네식당들, 아름다운 숲, 산 정상의 아담한 휴게소들을 지나쳐 한참을 달리다보면 어느덧 확 트인 평야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곧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건설했지만, 전쟁이 끝나고 허물어졌다가 1975년에 평화를 생각하기 위해 다시 만들었다는 다리가 나온다. ...

발행일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