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Please remove yourselves”자신을 잊고 행복을 찾는 빠이(Pai)

관리자
발행일 2012.06.05. 조회수 621
칼럼

“Please remove yourselves”자신을 잊고 행복을 찾는 빠이(Pai)


 


김삼수 (사)경실련통일협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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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한 임금님이 살았다. 그 나라는 너무도 행복하여, 죄인도 없고, 맑고 청결하며 아름다운 나라였다. 다만 그 나라의 헌법 조문에는 ‘이나라 백성들은 고루 행복할 권리가 있다. 단 임금님 보다는 덜 행복할 이유가 있다’라고 되어 있었다.


 


임금님은 자기보다 행복해하는 촌주를 만나게 되고, 촌주 자리와 재산을 빼앗았고, 다음에는 처자식을 그와 갈라놓았다. 그래도 그가 행복해 하자, 처자식을 데려와 사형을 시키고,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그러나 임금님은 감옥에서도 그가 행복해 하고 있음을 알고, 손수 독배를 들고 그를 찾아갔다. 그는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법을 알았고, 가족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금님은 마지막까지 자신보다 행복한 그를 이기기 위해 독배를 가로채 자신이 마셔버렸다.



작가 박완서의 ‘마지막 임금님’이라는 글의 내용이다. 이 글은 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이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만연한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척도가 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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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Chiang Mai)에 가거들랑 빠이(Pai)를 다녀오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은 터라, 이른 아침 무작정 바이크를 타고 북쪽으로 달렸다.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762개의 굽이가 있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계속 달리다 보면 우리의 얼음골 같은 숲이 나오기도 하고, 굽이 돌아가는 길들에 속이 매스꺼울 때도 있다.



작은 동네식당들, 아름다운 숲, 산 정상의 아담한 휴게소들을 지나쳐 한참을 달리다보면 어느덧 확 트인 평야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곧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건설했지만, 전쟁이 끝나고 허물어졌다가 1975년에 평화를 생각하기 위해 다시 만들었다는 다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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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떼가 한가로이 목욕을 즐기는 풍경들을 뒤로 하고, 다시 한참을 가면 동화같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초입에 아담하게 지어진 유럽풍의 주택은 마치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부르는 것 같다. 빠이다.


예전에 빠이는 전쟁에 사용할 코끼리를 기르던 마을이었다고 하는데, 빠이의 어원도 코끼리의 수컷을 뜻하는 ‘쁠라이(Plai)’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일설에 빠이는 커다란 분지모양을 하고 있어, 모든 기운을 담아낸다고 한다. 아픈 사람이 오면 건강해져서 돌아간다는 풍수학적 의미가 강한 곳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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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안식처


이는 음악, 미술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기들만의 토양을 다지고 있는 곳이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이 자기들만의 예술적 감성을 투영하여 멋진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인종이 다른 친구들이 어우러져 꾸려가는 아담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미련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있는 저들의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옷가게에 들어가 본다. 빠이에는 이렇게 아담하고 예쁜 가게들이 참 많다. 동네는 작지만 보고 즐길만한 것들이 많은 곳이다. 시장도 구경하고, 군것질도 하고, 사원에도 들르고….밤이 되면 더욱 활기차지는 빠이는 너무도 여유롭다. 개미족들이 본다면 아마도 베짱이 마을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Please remove yourselves(당신을 잊으세요)”라는 문구가 걸려있듯, 빠이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원한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풍광들, 그리고 모든 사소한 것들까지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사람은 경험한 만큼만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그것을 대하는 자신의 시선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기억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것 같다.



혹시라도 빠이에 가게 된다면, 시간에 얽매여 의미 없는 시선으로 다가가는 여행이 아니라, 몸도 마음도 여유로운 여행을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 먼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은 바이크를 빌려 바람이 부는 곳으로 무작정 달려가 보고, 가까운 타파이(Tha Pai) 온천에 들른 다음,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가게들과 멋진 공연들을 감상하고, 아담한 술집에서 약간의 취기를 간직한 후, 빠이 강변의 분위기 좋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행복을 느껴보길 바란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빠이에서 물질만이 행복이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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