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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다] 지속가능한 삶, 평화로 가는 길

지속가능한 삶, 평화로 가는 길             가나에서 만난 라이베리아 난민들 정의정 국제팀 간사 ejeong@ccej.or.kr         ▲부드부람난민캠프, PCO학교, 유치원반   “굿모닝 안뜨 쩡, 하우알유 투데이.”   작은 입들이 꼬물꼬물 합창을 한다. 5살에서 8살가량 된 15명의 유치원반 학생들 중 대부분이 ‘다행히’ 학교에 나왔다. 난민캠프 어린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나에서 이방인인 이들은 10년 이상의 긴 난민생활과 일자리 부족으로 늘 배고프다. 때로는 부모와 함께 장사에 나서야하기도 하고, 길에서 배고픔을 달래줄 누군가를 찾기도 한다. 너무나 아프지만 약을 먹지 못해서, 혹은 너무나 배가 고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학생들의 공책 맨 앞면에는 ‘신이시여, 오늘도 학교에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쓰여있다. ‘나에게 공부하는 게 그리 감사할 기회였 던가.’ 1+5=6, 8-4=4와 같은 간단한 수학공식을 가르치다 뒤쳐진 학생들을 봐주고 있노라면, 교실 반대쪽에서는 서로 지우개 조각을 던지고 연필을 조각내 던지는 개구쟁이들의 장난이 시작된다. 캠프의 누군가는 내게 아프리카 아이들은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다르지 않다. 가끔씩 진행되는 미술시간에는 한 반 아이들이 색연필 2다스를 돌려쓰는 까닭에 한 명이 쓸 수 있는 색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색깔을 돌려가며 자기만의 예술본능을 펼쳐본다. 어느 날 한 여학생은 눈에 띄게 예쁜 그림을 그려와 자랑을 늘어놓았다. 6살의 솜씨라고 보기 어려운 실력에, ‘아니, 이 아이가 미술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라 생각하며 이 아이의 재능을 살려주고픈 마음에 색연필 한 다스를 구입했다. 친구들과 함께 집에 가는 그 아이가 혼자 남을 때까지 기다리다 조용히 불러서 물어보니, 그 그림은 초등반에 있는 오빠가 그린 그림이었다. ‘순간 아찔~’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해왔기에, 색연필은 다시 내 가방으로...

발행일 201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