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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농지 소멸 현황 및 개선방안 제안

[월간경실련 2023년 9,10월호] [시사포커스(4)] 농지 소멸 현황 및 개선방안 제안 오세형 경제정책국 부장 농업은 건강한 먹거리 제공과 식량안보의 역할 뿐만 아니라 쾌적한 경관 제공, 환경생태 보전 등의 공익적 가치가 크다. 그러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핵심기반은 농지이다. 농지는 식량안보와 식량자급률 제고, 농업의 경쟁력 확보, 기후위기 대응 등 농업이 갖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전이 중요하다. 시설농업·수직농업·식물공장 등이 등장했지만 그러한 방식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농지가 농지로서 기능해야 농업의 공익적 가치도 지켜질 수 있다. 여러 차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농지의 보전과 이용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농지의 감소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농지소멸의 실태와 주요 원인을 진단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농지보전의 중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대한민국(남한)의 국토 면적은 2021년 기준 100,431,849,364㎡, 1004만3,185ha 이다. 농지법상 농지는 전ㆍ답, 과수원, 그 밖에 법적 지목(地目)을 불문하고 실제로 농작물 경작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년생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와 그 토지의 개량시설과 그 토지에 설치하는 농축산물 생산시설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포함하도록 되어있다. 통계청은 ‘경지면적’, ‘농경지(전답과수원목장용지)’등을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각각의 경우 면적이 조금씩 다른데 세부적으로 포함되는 기준이 상이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최근 감소 추세는 조금 완화되고 있으나 농경지 면적은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다. 전 국토의 면적은 조금씩은 증가하기도 하지만 농지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잘 정리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인 농지는, 지난 LH농지투기사태에서도 확인했지만, 개발세력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농지는 다양한 요인으로 소멸된다. 대규모 산업단지 추진...

발행일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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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녀(覆面女)와 귀농녀(歸農女)의 인권_김성훈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복면녀(覆面女)와 귀농녀(歸農女)의 인권 [김성훈 칼럼] 세모(歲暮)에 누가 가냘픈 민초들을 울리는가!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 대표, 전 농림부 장관 며칠 후면 한(恨) 많고 설움 많던 계사년이 저물어 간다. 풀뿌리 백성(民草)들의 가슴엔 한이 넘치다 못해 냉기(冷氣)가 역연하다. 이 땅 위에서 제일 힘없고 가냘픈 농민이라는 이름의 백성들은 마치 고립무원의 절해고도(絶海孤島)에 갇혀 시름에 젖어있는 모습이다. 이제 울부짖을 힘마저 빠졌는지 애꿎은 생명을 내려놓는 민초들의 행렬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야속한 대통령의 사람들, 사람의 인권에도 차이가 있나?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작년 말 대선 막바지 서울의 한 사설 오피스텔에서 '댓글' 달기 공무(?)에 열중하다가 야당측이 현장을 덮치자 쇠문을 꼭 닫아 걸고 경찰의 퇴로 마련 도움마저 마다하며 흔적지우기에 골몰했던 그 복면녀(나중에 알려졌지만 서슬도 시퍼런 국정원의 여직원 김하영씨) 사건때 참으로 감동스러운 인간애가 연출되었다.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니온 여성 후보 박근혜 현 대통령께서 "가녀린 여인의 인권"이 그렇게 짓밟혀도 되느냐고 말씀하여 세간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공무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이란 잘못은 뒤로 밀쳐두고 오로지 여성 범법자의 인권만을 배려하는 대통령 후보의 너그럽고 섬세한 인품이 돋보였다. '저런 분이 대통령이 되시면 우리 같은 풀뿌리 민생들의 삶에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풍성히 펼쳐질 것' 같은 환상에 상당수 민초들이 빠져들었을지 모른다. 필자 또한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등 서민의 애환을 잘 살펴 주실 것이라는 자기최면에 걸렸던 모양이다. 선거 전날밤 국정원녀의 정치적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생뚱한 심야발표에도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으니 말이다. 그 복면녀 사건이 터진 지 꼭 1년이 지난 12월 13일, 밀양시 단장면 96번 송전탑 765KV 건설현장 인근의 동화전 마을 '황토방'에서 6년차 귀농녀인 부산 출신 권아...

발행일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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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칼럼]대선 후보들의 간과한 대북공약, 1% 선행조건

<25> 식량ㆍ농업 협력이 남북간 신뢰형성의 열쇠이다   1998년 11월 첫 번째로 속초항을 떠나 북한의 장전항으로 향하는 설봉호 선상에는 고 이보식(李輔植) 산림청장의 특명을 받은 산림 병해충 전문가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관광객의 신분으로 금강산 노송(老松; 소나무)들에 솔잎 혹파리병이 감염됐는가를 확인해 오라는 당부를 받고 나선 길이다. 2박3일 동안 남들은 풍악산(楓嶽山)의 절경에 황홀하여 관광에 여념이 없을 때 그의 카메라는 짐짓 금강산 비경을 찍는 척 봉래산의 낙락장송(落落長松)들의 잎, 가지와 줄기 상태를 담는 데 일편단심이었다.   수년내 사라질 운명의 금강산 노송들 귀국하여 농림장관실에서 당사자와 산림청장 등 관계자들이 함께 펼쳐 든 사진들을 판독하면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수천년동안 금강산의 비경과 함께 시인 묵객들의 찬탄의 대상이 되어 온 천연기념물과도 같은 낙락장송들이 솔잎혹파리의 공격을 받아 수년내 금강산에서 사라질 운명이었다. 앞으로 전개될 유병상태를 점검해 볼 때 그리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금강산의 솔잎혹파리들은 남쪽에서 건너 간 것으로 남측도 그 책임과 원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제시대 전라남도 목포에 입항한 목재와 함께 묻어 들어 온 솔잎혹파리들이 연평균 4㎞ 가량 북상하면서 남한의 숱한 소나무들을 쓰러뜨렸고 마침내 강원도 일원에서 완전히 퇴치된 것으로 믿어 왔던 터였다. 그 녀석들이 우리 민족의 성산, 세계적 자연ㆍ문화유산인 금강산에서 그것도 남한의 전문가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그 해충에 대한 사전 지식과 정보 그리고 방제용 약제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북녘 땅으로 넘어 간 것이다.   우리 민족 공통의 세계적 명승지 금강산까지 침입하다니, 그렇다고 지난 50년 동안 외교관계가 없었던 분단상태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모른 체 넘어가기엔 인류의 보편적인 양심과 우리 조상과 후손들에게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았다. 농림관료끼...

발행일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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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칼럼]나이 거꾸로 먹는 70객 정치인들에게 농민들 고통 쯤은…

날씨가 하도 덥고 찌는 듯하여 영혼(정신)과 육체가 따로 논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고 정신 나간 헛소리가 자주 나온다. 정권 말기에 들어 정신 나간 소리, 유체이탈의 화법이 성행하고 있다. 농업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중경광역시의 모종산이라는 곳에 800년이나 된 자연석 석각(石刻)공원이 있다. 돌 조각 수효를 모두 헤아리며 돌아보려면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 그 중 한 어미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석각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 아래 새겨진 당나라 때 시인 이태백의 경구가 예사롭지 않다. 이르되, "부은자 다(負恩者 多), 지은자 소(知恩者 小)", 풀이하면 "은혜를 입은 사람은 많으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적다"라는 뜻이다. 이 글귀를 읽으며 조각을 우러러보는 관람객들은 새삼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숙연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 지난 4월 30일 상하이 서교빈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청와대 우리나라,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돌아볼 때 해방(광복) 이후 오늘까지 농업, 농촌, 농민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 정도의 발전과 부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재물과 탐욕으로 눈이 어두운 물신(物神)주의자라 하더라도 이 땅의 산과 들과 내(川)와 강 그리고 호수와 바다 갯벌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러한 자연장관과 정주 휴식 공간, 공기와 생명수를 즐길 수 있었을까. 대자연과 농림업에 대하여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한한 은혜와 신세를 졌음에도 감사하기는커녕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내리치는 세태와 배은망덕의 정점에는 토건(土木建設) 세력이 있고 CEO 리더쉽이 있다. 이제는 복구는커녕 지탱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 나라의 농업 농촌과 산하를 황폐화 시키고 환경 생태계를 파괴하였다. 돈(物神)밖에 모르는 토건족들이 '녹색성장'이라는 딱지를 덕지덕지 4대강 언저리에 발라 놓아, 농토를 떠난 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아스팔트 농사(데모)나 지을 판이다. 토목건설과 FTA에 올인한 오직...

발행일 201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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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農政

한류스타 안성기ㆍ이영애ㆍ이병헌씨 등이 지난 6일 홍콩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반대시위 도중 구속됐다가 재판을 앞두고 있는 11명의 한국 농민ㆍ노동자들에게 귀국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내용이다. 2005년은 우리나라 농업ㆍ농촌ㆍ농민들에게 악몽(惡夢) 같은 한해였다. 유난히 많은 농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평소 순박하기만 하던 농민들이 왜 엄동설한에 서울의 백주노상에서 자식 또래의 전ㆍ의경들에게 방패로 찍히고 박달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맞아가면서 시위하는지 들어주는 이가 없다. 볏가마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농민들만 괜스레 매섭고 표독하게 비쳤다. 수입개방은 대세이며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데 왜 한국농민들만 저렇게 극렬하게 저항하는지 그 자초지종을 알아주는 이도 별로 없는 듯하다. 뭉뚱그려 국익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역자유화 협상으로 재미 보는 계층, 혜택 보는 산업은 따로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 농민들만의 몫이 되는 정책구조 때문이다. 대책이랍시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화와 현대화가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였으나 융자가 대부분인 지원대책은 IMF 환란을 맞아 사상누각으로 몽땅 농가부채가 됐다. 전국 평균농가들은 현재 연간소득보다 더 많은 액수의 부채를 안고 있다. 그중 연체이자가 17% 안팎인 악성부채만도 근 7조원이나 된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사람(농민)을 살리는 정책보다는 이루지도 못할 규모화 농업구조정책 위주로 흘러왔다. 반면 유럽연합(EU)ㆍ미국 등 선진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WTO가 금기시하는 가격 및 생산비 보조 대신에 WTO가 허용하는 농가소득보상 방식으로 정책을 180도 전환했다. 이른바 시장실패(市場失敗) 현상을 비시장경제적인 농가소득 직접보조와 교육ㆍ의료ㆍ문화ㆍ복지 등 농촌의 ‘삶의 질’ 향상 분야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직접지불액 규모는 농가소득의 40% 이상을 웃돌 정도다. ...

발행일 200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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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협상 부대조건까지 공개를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이 무르익고 있을 때 동아일보에 ‘정부 쌀 재협상, 불신만 키운다’라는 글(2004년 11월 15일자 참조)을 쓴 적이 있다. 그 협상안의 국회 비준을 전후하여 남녀 농업인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생령들이 죽어갈까 두렵다. 누가 무엇이 순박한 농업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WTO건 자유무역협정(FTA)이건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계층과 집단이 있고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있다. 뭉뚱그려 표현해 ‘국익’이라고 하지만 승자들의 이익은 아주 큰 반면, 패자와 탈락자에게는 살길이 아득하다. 그래서 우선 농민들을 살려 놓는 정책과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쌀값이 국제 시세보다 4배가량 높지만 이는 한국 농민이 못나고 게으른 탓이 아니다. 오히려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땅(논)값이 미국의 15배, 호주의 30배, 사회주의 중국의 200배나 된다. 그 결과 땅값(토지용역비)이 쌀 생산비의 44%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한국산 쌀의 생산비는 미국 캘리포니아산보다 3.9배쯤 높지만 생산 비 중에서 토지용역비를 빼고 비교하면 1.8배가량 높다. 이 땅값 때문에 규모를 어지간히 키워 봐도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대규모의 유리성(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은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 좋은 예가 세계에서 쌀 농장으로 가장 컸던 충남 서산의 현대아산농장이다. 340ha(약 100만 평) 넓이의 땅에 비행기와 트랙터로 농사를 지었지만 채산성이 낮아 지금은 조각내어 소규모 가족농들에 팔려 나갔다. 역대 정부의 천문학적인 농업구조 개선, 규모화 정책이 외환위기를 만나 좌절을 보게 된 이유도 이 같은 한국 농업의 구조적 함정 때문이다. 따라서 WTO 체제하 향후 농업정책은 가격경쟁이 아니라 비(非)가격 분야의 국제경쟁력부터 높이는 방향이 되어야 옳다. 이를 위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높은 생산력을 지속하면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품질과 안전...

발행일 200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