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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人] 육교(陸橋)와 보행자의 권리

  육교(陸橋)와 보행자의 권리   류중석 (사)경실련도시개혁센터 이사장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       ▲ 예술의 전당 부근에 있는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한 아쿠아 아트 육교    “번잡한 도로나 철로 위를 사람들이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공중으로 건너질러 놓은 다리” 육교(陸橋)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이렇게 되어 있다. 지반고의 차이 등으로 불가피하게 놓은 육교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육교는 멀쩡한 평지에 사 람보다는 자동차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놓인 것이 대부분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도시개발 시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되었던 육교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보행자의 권리 와 도시미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서울 구반포 지역에 있는 철제빔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일반 육교의 모습. 대부분 불법 현수막이 여러개 걸려 있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  그렇지 않아도 좁은 보도의 대부분을 육교의 계단이 차지하고 있어서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보도가 좁아서 보행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다.     차량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육교가 이렇게 많이 건설된 것은 무단횡단으로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보행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다. 개발시대에는 육교를 많이 건설하는 것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었고 아무도 육교건설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았다.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육교를 많이 만들 어서 차량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보행약자들이 그 높은 육교 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길 한 번 건너기 위해서 그 높은 계단을 올라가기보다는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냥 지상에 서 무단횡단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건설한 육교 부근에서 무단횡단...

발행일 201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