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필터
칼럼
[동숭동책방골목]그저 사람,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예담 아마  우리나라에서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흐의  그림을 단 한 번도 못 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고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화가다. 그런데 고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흐라고 하면 ‘천재’, ‘광기’, ‘괴짜’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고흐는 그저 ‘광기어린 괴짜’일까? 고흐는 1872년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생 테오에게 668통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어머니와 여동생, 고갱 등에게 쓴 편지도 남아있다. 그 편지들을 선별해 번역한 책이 바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이다. 이 책은 편지가 쓰여진 시절에 대한 약간의 설명과 그림을 곁들여 그의 편지를 시간적 흐름에 따라 나열하고 있다. 그림만큼이나 고흐의 글 솜씨와 표현력도 수려해 마치 소설을 읽는 듯이 읽게 된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오롯이 그의 마음의 흐름을 따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 후원자이자 동반자였던 동생에게 썼던 편지들 속의 고흐는 천재도, 괴짜도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반복하며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고 말한다. 동생에게 신세지는 것을 너무 미안해하며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는 그냥 그런 ‘사람’이자 ‘화가’였다.  그의 편지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이 구절이 조금의 영향이라도 줄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타라스콩...

발행일 2014.04.11.

칼럼
[동숭동책방골목]‘결혼식’말고 ‘결혼’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스님의 주례사> 법륜, 휴   2년  반을  사귄  남자친구와  갑작스레  결혼을  발표하자  집에는  한  차례  큰 풍파가  닥쳤다. 어쨌든  부모님은  우리의  결혼을  허락했고,  더  큰  문제들은 그때부터  발생했다.  평소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는  허례허식이  강하다고  생각했기에 우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고자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나  결혼식은 신랑신부의 날이라기보다는 부모님들의 축의금 회수와 각종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나의 행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작은 것 하나부터 사사건건 부모님과, 남자친구와 부딪치면서 결혼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싶어 인터넷의 블로그를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혼에도 스펙이 필요하다는 사실. 인터넷의 상담 공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스펙과 여자친구, 남자친구의 스펙을 비교하며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묻고 있었다.  물론 사랑해서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요즘은 결혼도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또한 ‘결혼 준비’라는 것은 ‘결혼식 준비’의 개념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좋은 결혼식장, 드레스, 집, 예물에 관한 것은 열심히 준비하지만 정작 결혼 후 마음가짐이나, 두 사람이 어떤 인생을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준비는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는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다.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것 보다는 “가장 욕심을 많이 내는 거래”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들 덕 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결혼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 때문에 망설여지는 이유도 ...

발행일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