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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 칼럼] 정책선거 유감

정책선거 유감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kokh@ccej.or.kr   후보자의 정책은 후보들이 국내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당선된다면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국정운영에 임할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후보자는 유권자가 자신을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기제로서, 또한 유권자는 후보자 선택하는 기준으로서 정책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중요함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선거 때마다 정책선거를 학계나 시민단체, 언론 등에서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우리 선거가 정책보다는 지연이나 학연 등 전근대적 기준에 의해 좌우된다는 부정적 평가가 상존했기 때문에 이번 18대 대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정책선거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높다.   역대 우리 대선은 부족하지만 유권자들이 선택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후보들을 상징하는 정책공약이나 가치들이 제시된 바 있다. 71년 7대 대선 때는 박정희의 ‘경제개발론’ 대 DJ의 ‘대중경제론’, 대통령직선제로 다시 복귀한 87년 13대에서는 노태우의 ‘보통사람론’ 대 DJ,YS의 ‘군정종식론’, 92년 14대 때 YS의 ‘신한국창조론’ 대 DJ의 ‘정권교체론’, 97년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의 ‘세대교체론’, DJ의 ‘정권교체론’, 이인제의 ‘3김 청산론’, 2002년 16대 때에는 노무현의 ‘반부패 특권청산 정치개혁론’ 및 ‘지방분권론’이 제기되어 정책선거의 흐름이 유지된 바 있다. 나름대로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가치와 주장들이 정책으로 또는 슬로건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났다. 역대 대선이 오로지 이런 가치와 부합한 정책들에 의해서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제시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18대 대선은 법정 선거운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유력 후보들을 뚜렷하게 상징하는 정책이나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선거가 끝나면 이번 대선은 정책이나 공약 없는 선거로 기록될 듯싶다. 박근혜, 문재인...

발행일 201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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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성공하려면

  기존 민주당과 한국노총, 그리고 시민운동가 일부가 합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새롭게 탄생했다. 이들은 MB정부 5년을 실패한 정부라 강조하며 정통민주개혁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올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빼앗긴 정권을 되찾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치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불신 받는 상황에서 야당의 큰 변화는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정치부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정치발전을 위해서 여당과 함께 야당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탄생은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창당 이후 보여준 일련의 갈지자 행보들은 이러한 기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나눠먹기 협상에 응하다 이를 번복하고, 지역주의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 풀기보다는 정치개혁에 반하는 방식의 석패율제를 당론으로 확정하여 시민사회 비판에 직면하는가 하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의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자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다 철회하는 등 국민들의 정치개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리되고 절제된 행태로 재벌개혁을 추진해야 함에도 ‘재벌세’ 등을 주장하다 철회하는 등 잘못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이러한 행태들은 전신이었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 즉 ‘도로 열린우리당’, ‘도로 민주당’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민주통합당이 성공하려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하며, 이 두 정당의 전철을 밟아서는 결코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이 두 정당의 실패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보다 정책노선의 불철저함을 들 수 있다. 국민들은 2003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수를 넘기는 제1당을 만들어 주었으나 열린우리당은 불과 3년여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민주당 또한 ‘대안부재 정당’, ‘대권불임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듣다 3년 만에 민주통합당에 흡수되었다. 진보...

발행일 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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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 경실련 운동의 방향

고계현(경실련 사무총장)   2011년 초에 경실련은 과거와 다른 몇 가지 결의를 한바 있습니다. 첫째로 정치적 의제보다는 민생의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시민적 이익에 부합하다면 적극적으로 먼저 제기하고 실천하여 모든 사회적 이슈 한가운데 경실련이 위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시대흐름에 조응하여 SNS시스템을 활용하여 시민들과 직접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결의에 따라 사무국을 과거 실국 중심의 부서 단위에서 팀제로 전환하여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되 기동성을 확장하여 운동의 실행력을 높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위 결의대로 경실련 운동이 진행되었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민생의제 중심의 운동을 표방하여 MB물가 실태조사, 반값아파트 지속추진, SSM 등 영세자영업자 대책 마련, 대학 등록금 대응,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운동 등을 진행했지만 운동이 집요하지 못했으며 그 대안 또한 실질에 입각하여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명료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것저것 손대기는 했으나 성과로서 확정지을 수 있는 수준의 결과는 없었습니다. 사회적 현안과 이슈에 대해 속도감 있게 반응하여 경실련이 이슈의 중심 한가운데 있게 하자는 것도 의사결정 과정의 비효율성과 이슈에 대한 공부와 전문성 부족으로 실기한 것이 많았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책임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이슈는 발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조그마한 변화의 움직임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회원들과 시민들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운동과정을 SNS체제로의 전환한 부분입니다. 아직 오픈하지 않았지만 인터넷홈페이지는 경실련 운동이슈들이 실시간으로 SNS체제로 시민들과 소통될 수 있도록 개편 중에 있고, 상근활동가들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SNS체...

발행일 20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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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약총평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가 선거공약에 대해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한 선거공약서를 작성하여 유권자들에게 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선거운동이 상대 비방이나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방식 보다는 정책으로 진행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선거법 취지가 무시되어 철저히 네거티브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고 자격 없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요체인 선거의 의미를 약화시키는 행태다.  경실련은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유력후보자들의 공약을 제대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공약분석에 임하였다. 유력후보인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의 주택·도시, 부채해결대책, 일자리 문제, 복지, 시정운영 등 주요 공약이 선거법에 명시된대로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 등에 따라 잘 마련되어 있는지, 그리고 공약으로서 실행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폈다.  공약의 구체성, 적실성 측면에서 두 후보 간 근본적 차이는 없었다. 모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공통적으로 공약별 세부사업을 나열만 했지 우선순위는 없었으며 구체적인 이행절차 또한 구체적이지 못했다. 임기를 고려한 이행기한은 적시되어 있었으나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재원조달 방안은 아예 없거나 실행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모두 부채절감을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재원마련이 희박한 수조원대의 사업들 즉,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 공교육시설 1조원 투자 등을 공약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약의 가치측면에선 차이가 있었다. 나경원 후보 공약은 전체적으로 전임 오세훈 시장 정책과 유사하였다. 특히 공교육시설개선 1조원투자, 청년 창업공간 10만평 확충, 비강남권 재건축 완화...

발행일 201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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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이석연 그리고 시민단체, 시민사회

이석연과 박원순 고계현 경실련·사무총장     경실련과 같은 공익(public interest)적, 비영리(nonprofit) 시민단체는 존재론적으로 정치단체와 구분되어야 합니다. 구분이 모호하다면 공익성의 바탕아래 권력감시와 대안제시라는 시민단체 본래 역할 또한 정파적(partisan)으로 오해되고 이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 시민단체 존립 근거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공익적 시민단체는 정파적 중립성이라는 원칙으로 자신들을 노사모, 박사모 등 정치 서포터즈(supporters) 단체나 정당 주변의 정치조직과는 자신들을 구분하려 합니다. 물론 공익적 시민단체 또한 정책을 형성하고 이러한 정책들을 정치영역에 관철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 활동 또한 정치활동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선거에 후보자를 내고, 특정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직접적 정치활동은 지양하는 것이 공익적 시민단체 활동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과거 혹은 최근까지 시민단체 활동을 하였던 이석연, 박원순 두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언론은 ‘시민사회 후보’, ‘시민단체 후보’로 칭하며 마치 공익적 시민단체들이 이들을 위해 직접 선거운동에 나선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활동이 조직의 활동과 쉽게 구분되지 않는 풍토가 존재하더라도 사실이 이러한지는 엄정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시민단체가 직접적으로 이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공익적 시민단체 범주에 들어가기 어려운 뉴라이트 등 보수적 이념운동 단체 대표들이 시장후보로 이석연 변호사를 추대한 바는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공익적 시민단체를 포괄하는 ‘시민단체 후보’라고 칭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습니다. 특히 ‘시민사회’ 후보는 더욱 적절치 않습니다. 개념적으로 시민사회는 ...

발행일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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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퇴장이 의미하는 것

고계현(경실련 사무총장)   사실상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임투표로 진행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성립요건인 투표율1/3에 못 미치는 25.7%로 나타났다. ‘투표율 1/3에 못 미쳐 주민투표가 불성립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오 시장은 26일 시장직을 사퇴하였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오 시장은 서울시민들로부터 불신임 받아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보수의 가치를 끝까지 지키려 했다는 점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났으며 장기적으로 오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큰 힘이 될 거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민적 관점에서 어린이들의 먹거리 문제가 보수의 가치로 직접 연결되는지도 의문이지만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야당과의 타협을 통해 무상급식을 수용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비교하면 이러한 긍정적 평가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무상급식과 유사한 5세 이하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을 주장하고 있고, 이러한 주장들이 국회 등에서 계속 토론이 되면서 오 시장이 주장한 ‘무상급식 망국론’의 논거는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평가는 오 시장 지지자나 한나라당 내부의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자위적 차원의 주장이지 실체적 근거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간과해서 안되는 점은 개표를 못했기 때문에 25.7% 모두가 오 시장의 주장에 동의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오 시장이 투표와 연계하여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직 사퇴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의 절대다수가 투표 자체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견지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어떤 큰 계기가 없는 한 서울 전체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젊고 유능한, 그리고 정치적으로 전도유망했던 오 시장의 몰락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 시장 퇴장이 주는 여러 정...

발행일 201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