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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초연한 척 했던 나도 유죄 - 영화 ‘디태치먼트(Detachment)’를 보고

   디태치먼트. 제목마저 생소한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박범신 작가의 말마따나 ‘나도 유죄’이기 때문인가. 영화가 끝나는 순간, 아니 보는 내내 더욱 더 미안하고 또 미안해졌다. 내 마음과 같은지 한국포스터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우리의 아이들, 지금 괜찮은가요?” 디태치먼트의 사전적 의미는 분리, 초연, 무관심이다. 미국에서는 2011년에 개봉한 영화가 3년이 지나서야 우리의 곁으로 오게 된 것은 이 시기에 우리가 회피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인 듯 하다.    미국의 한 도시 외곽에 있는 고등학교에 헨리 바스(애드리언 브로디 분)가 부임한 다. 그는 한 달짜리 기간제 교사이다. 헨리는 교사 중 평가도 높고 실제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교육체계 안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그의 교실에는 ‘중2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만 가득하다. 비단 헨리의 교실 뿐 만이 아니라 모든 교실에서 ‘수업’은 사라졌다. 선생님이 무얼 하든 신경도 쓰지 않는 아이들. 한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히틀러를 찬양하는 영상을 틀어놓기도 한다.    영화 속 학생들은 혼돈 속에서 방황한다. 문제는 선생님들 역시 방황을 한다는 것이다. 상담교사는 매일 같이 찾아오는 아이들을 버거워한다. 모두가 능수능란하다고 인정하는 노(老)교사는 사실 약으로 버티며 견디고 있었다. 전직 교사였던 한 사람은 매일 교무실로 전화해 아이들을 해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의 고충을 적나라하게 배설한다. 선생님을 무시하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 학생을 퇴학시켰더니, 학부모가 찾아와 인종차별이라고 학교를 뒤집어 놓고선 선생님을 또 다시 무시하고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교육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괴감에 빠지게 된다. 교육체계의 붕괴, 성적제일주의, 팽배한 이기주의, 선생님의 자질 부족…. 어떤 것이...

발행일 201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