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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_박경화 환경운동가 겸 작가

통일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 박경화 환경운동가, 작가 로저 셰퍼드, 전직 뉴질랜드 경찰관인 40대 후반의 이 사나이는 내가 가장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사람이다. 아마 2012년 어느 날이었을 게다.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다가 우연히 로저 셰퍼드의 사진전을 보게 되었다. 남쪽 백두대간뿐 아니라 북쪽 백두대간까지 종주를 하고, 그 사진을 모아 산림청 주최로 사진전을 열고 있었다. 강원도의 산보다 더 높고 장쾌하게 펼쳐진 개마고원 풍경과 인가 가까운 곳에는 나무 한 그루조차 없는 민둥산, 다양한 표정을 가진 금강산까지…, 우리에게는 미지의 세계 같은 북녘의 웅장한 산줄기들이 큰 액자 속에 담겨 있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우리 땅을 남반구 출신 사나이가 먼저 걸었다는 것이 몹시 부럽고도 배가 아팠다. 우리는 기껏해야 반쪽 백두대간만 볼 수 있는데, 남북 백두대간을 온전히 걸은 이가 우리 민족도 아닌 뉴질랜드 사람이 될 줄이야. 몇 달 후 로저 셰퍼드가 걸었던 북쪽 백두대간 종주는 텔레비전 다큐로도 방영되었다. 탐방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진흙탕길을 달리다가 낡은 차가 고장이 나고, 코펠과 버너가 아닌 냄비에 모닥불을 피워서 밥을 해 먹고, 빨치산 대원 같은 후줄근한 가이드 사내와 함께 종주하는 모습은 못내 안쓰러울 정도였지만 언젠가 나도 저 길을 걷고 말리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욕망이 불타올랐다. 도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본 개성공단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개성공단 뒤로는 아파트 여러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개성시가 보였다. 그 마을에 살면 세금도 내지 않고 군대면제라는 말에 남자들이 매우 부러워하는 대성동도 보이고 판문점도 어렴풋하게 보였다. 정말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10월 18일 경실련통일협회 민족화해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일환인 현장기행을 따라갔다.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임진각을 간다는 말에 두 번 고민할 틈도 없이 냉큼 같이 가겠다고 했다. 신라의 마지막왕인 경순왕릉과 연천군에 있는 북한...

발행일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