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필터
스토리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김종철 교수, 그의 발언이 그립다

[월간경실련 2022년 5,6월호-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김종철 교수, 그의 발언이 그립다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며칠 전 대학 졸업 후, 20년 만에 후배를 만났습니다. 저와의 인연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날의 만남을 그는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인권 책을 선물 받아 읽어보았노라고, 그때 참여한 생태·환경강의가 지금도 떠오른다고, 같이 준비한 영화제도 생각난다고, 마치 어제 일처럼 제게 재잘대면서 이야기하더군요. 저는 오늘 일처럼 모든 것이 느껴지고, 수많은 사람과 함께 했던 일이기에 특별나게 생각하지 못한 것을 그만 후배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20여 년 동안 인권, 평화, 생태·환경 분야 문제를 풀고자 노력해왔고 지난 10년의 세월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출판, 서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심하며 살아왔기에 이와 분리된 삶을 생각할 수도 상상할 수 도 없을 정도로 사회 문제를 푸는 것이 곧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 동안 과연 인권이 얼마나 증진되었고, 평화는 공고화되었으며, 생태·환경은 개선되었을까, 문득 뒤돌아보면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다지 큰 성과가 있었을까 싶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과연 출판의 환경은 나아지고 서점 경영은 안정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이 또한 그렇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대학 1학년 때 통학버스를 황급히 타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1교시 수업 시간에 맞추려고 서둘러 나왔지만,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조금 늦게 정류장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학생이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넋을 잃은 채 서 있는데 마침 대학 로고가 새겨진 버스가 다가오는 걸 보고서 필사적으로 버스를 세우고서 탔는데, 알고 보니 교원 출근 버스였습니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모두 교수였다는. 좌석에 앉지도 못한 채 1년 시간 넘도록 서가면서 교수들의 찬 시선과 차가운 말을 들었습니...

발행일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