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필터
칼럼
[문화산책] 그녀, 사랑으로 달리다

그녀, 사랑으로 달리다 사랑이라는 정체성으로 이야기하는 영화 박진호 사회정책팀 간사 gino8429@ccej.or.kr 광화문의 한 귀퉁이에 작은 극장이 하나 있다. 100석 정도의 좌석이 있는 그 극장은 우리가 도심의 큰 극장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닌 독립영화 또는 예술영화 중심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그래서 보통 친구들에게 “너 그 영화 봤니?” 라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약간의 희열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 날은 아무런 일정 없이 서울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리고 발길이 멈춘 곳에 영화 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4명의 배우 중, 틸다 스윈튼의 얼 굴만 비추고 있는 포스터를 바라보며 어떤 영화일까라는 호기심이 일어 극장에 들어섰다. 아무리 작은 극장이라고 하더라도, 남자 혼자서 표를 구매하는 모습은 이상하게만 보이나보다. 아르바이트생은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세요?” 라고 묻는다. 난 당당하게 답한다. “네! 혼자예요”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밀라노에서 버려진 사랑   영화는 어두운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시작부터 지루함이 밀려오는 듯하다. 그리고 엠마가 등장한다. 엠마, 그녀는 한 재벌가문의 며느리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 고위층의 삶은 그 녀의 옷과 음식들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그녀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색색의 옷을 밝게 비쳐주는 치장된 보석들은 타인의 눈을 부시게 만들 뿐이며, 맛있는 음식들은 타인의 입맛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철저하게 타인의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하나의 사실,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이었다. 타인의 일상에 맞추어져버린 그녀의 삶, 그 속에서 사랑이라는 그...

발행일 201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