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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달, 이상 그리고 고갱

[문화산책] 달, 이상 그리고 고갱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를 다녀와서      박지호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jhpark@ccej.or.kr       선물을 준비해야하는 지인의 생일, 연말모임 때마다 서점으로 가곤 했다. 그리고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서머짓 몸의 ‘달과 6펜스’를 집어 들었다. 받는 사람들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늘 ‘달과 6펜스’의 맨 앞장에 넌지시 마음을 전하는 짧은 글귀를 적어 선물했다. 언제나 그랬다.   ‘달과 6펜스’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태백산맥’이 이데올로기에 대한 고뇌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줬다면, ‘달과 6펜스’는 이상의 추구와 그를 위한 노력의 시작을 가져다 준 책이다. 물질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는 책 제목부터 매력적이지 않은가, 달과 6펜스. 이 책은 다음 세계로 연결된다. 바로 고갱(외젠 앙리 폴 고갱, Euge‵ne Henri Paul Gauguin, 1848년 6월7일 ~ 1903년 5월8일)이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는 고갱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물론 모델만 폴 고갱이고 소설은 소설이다. 대부분 허구다. 하지만 그런건 중요치 않다. 고갱으로의 연결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고갱의 작품을 처음 만나본 곳은 오르셰 미술관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엔 드가에 빠져있어서였는지 솔직히 고갱의 작품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타히티의 여인들(Tahiti Women or on the Beach)’ 정도만 기억한다. 고갱의 대표작이기는 하나 그리 큰 인상을 주지 못했었다. 엽서도 사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고갱이 한국에 왔다. 세계 곳곳에서 다작을 하다 보니 어느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은 그의 작품을 모아서 서울시립미술관이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시작한 것이다. 허세와 낭만을 즐기는 내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남산을 걸어 내려와 들어간 서울시립...

발행일 201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