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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스탠리의 도시락'에 어떤 젓가락을 올려놓겠습니까?

‘스탠리의 도시락’에 어떤 젓가락을 올려놓겠습니까?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에 담긴 상처와 희망의 만찬 정의정 국제팀 간사 ejeong@ccej.or.kr      나는 ‘반 급식 세대’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야 급식이 생겼었고, 고등학생 때는 대기업에서 하는 학교 급식이 있었지만 맛이 없어서 도시락을 두 개나 싸가지고 다녔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엄마의 도시락 편지이다. 유별나다면 유별날까, 매일 매일 한마디씩 도시락에 넣어주는 엄마의 도시락 편지를 열어보며 어쩔 땐 울컥하는 마음도 생겼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재빨리 편지를 감추고는 했다. 난 늘 반찬을 빼앗기는 쪽이었다. 젓가락만 들고 어슬렁어슬렁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반찬을 집어 먹는 녀석들이 어찌나 얄미웠던지…. 하지만 역시나 말 한마디 못하는 소심쟁이었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다 보면, 자기 밥은 다 먹어놓고, 반찬만 계속 집어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지난 학창시절의 점심시간을 보는듯하다. 도시락에 담긴 엄마의 사랑과 그것을 나누어 먹는 혹은 빼앗아 먹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영화 첫 장면부터 스탠리의 얼굴엔 멍이 들어 있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말썽쟁이 스탠리가 자신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선생님을 친구들과 함께 쫓아내고 자신의 꿈과 사랑을 알아가는 귀여운 성장영화이다. 대부분의 성장영화가 그렇듯 해피엔딩이지만 스탠리의 성장 안에는 결론적으로 미소 지을 수만은 없는 씁쓸함이 있다. 시선을 끌어들이는 스탠리의 표정, 절로 입가를 둥글게 만드는 친구들의 다양한 캐릭터. 이러한 스탠리와 친구들의 유쾌한 움직임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는 선생님들, 조카를 학대하는 삼촌, 이에 무심한 어른들이 눈에 보인다. 스탠리는 잘 씻지도 않고 책도 찢어져 있고 엉뚱하지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창의력이 넘치는 아이다. 많은 선생님들은 이런 스탠리를 말썽꾸러기라 여기지만, 상냥한 로지 선생님만은 스탠리의 글짓기...

발행일 201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