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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피해자를 지킬 수 있었던 기회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 – 특집. 이번이 마지막이길...(3)] 피해자를 지킬 수 있었던 기회 고은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지난 9월 14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여성 역무원 A씨가 살해당했다. 범인 전주환은 피해자 A씨의 직장 동료였다. 전주환은 피해자 A씨를 불법 촬영물로 협박해 지난 2021년 10월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다. 첫 고소 당시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기각했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한 차례 고소 후에도 A씨를 향한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만나달라고 강요하며 300여 차례의 문자와 전화를 남겼다. 피해가 계속되자 A씨는 한 번 더 전주환을 고소했다. 스토킹 범죄 혐의였다. 두 차례의 고소로 보건대, 피해가 지속적이고 더 강력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경찰은 구속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접촉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것이다. 또한 전주환은 고소당한 뒤 직위해제 되었지만 내부 전산망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전주환은 피해자 A씨가 당직 근무를 하는 날을 골라 계획적으로 살해를 저질렀다. 그렇게 일터에서 일하던 여성은 자신을 스토킹하는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통계에 따르면 1.4일마다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 내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있다고 한다. 스토킹은 개인적 차원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이 촉발한 젠더폭력 범죄다. 전주환에 의한 신당역 살해 사건 직후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피해자에게 “자신에 대해서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했다면”이라며 피해자를 탓했다.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무책임한 발언이다. 피해자는 경찰에 가해자를 신고했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극적으로 엄벌을 탄원하였으며, 접근금지 조치도 요청하였다. 현행법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을 해 온 것이다. ...

발행일 20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