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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인가?

[월간경실련 2023년 9,10월호] [전문가칼럼] 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인가?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배달’의 민족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배달’이란 무슨 뜻일까? 고대 국어시대에는 우리말 자료가 너무 부족하여 엄밀하게 학술적으로 공인된 어원을 말하는 것이 어렵지만, 여러 학자들이 ‘배달’을 ‘박달’에서 유래한 어휘로 추정한다. ‘박달’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달’부터 알아보자. ‘달’은 ‘땅’(地) 혹은 ‘산’(山)을 의미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볕이 잘 드는 곳을 일컫는 말인 ‘양달’에서, ‘양’은 ‘볕’(陽)이고 ‘달’은 땅을 말한다. 반대로 볕이 안 드는 곳을 말하는 ‘응달’의 경우 ‘응’은 ‘그늘 음’(陰)의 발음이 변한 것이다. 기울어진 곳을 가리키는 ‘비탈’이라는 말도 비스듬하다는 뜻의 ‘빗’에 땅을 뜻하는 ‘달’이 결합한 다음, 발음이 ‘탈’로 변한 말이다. 아사달(阿斯達)은 단군이 고조선을 개국할 때의 도읍이다. 이의 어원은 ‘처음’을 뜻하는 ‘아시’와 땅의 ‘달’이 결합한 단어로 분석된다. 요컨대 나라를 세울 때의 첫 번째 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박’은 무엇일까? ‘박’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공존하는데, 우선 하나는 ‘머리’를 뜻하는 말로 보는 것이다. ‘박치기’, ‘이마빡’(이마빼기) 등의 어휘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달’을 ‘땅’으로 해석할 경우 ‘박달’은 ‘머리 땅’이 되어 ‘첫 땅’(첫 도읍지)인 ‘아사달’과 짝을 이루고, ‘달’을 ‘산’으로 해석할 경우 ‘박달’은 ‘머리 산’, 즉 두산(頭山)이 되어 ‘첫 산’, 즉 일산’(一山)인 ‘아사달’과 역시 짝을 이루게 된다. 한편 다른 학설은 ‘박’을 밝다는 뜻의 ‘밝’에서 기원하는 말로 본다. ‘밝다’는 ‘불’(火)에서 출발한 ‘붉다’와 같은 어원을 가지는 단어이다. 붉으면 밝으니까 그리된 것이다. 또한 ‘박쥐’도 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두운 동굴에서 잘도 날아다니는 ‘눈이 밝은 쥐...

발행일 2023.09.25.

칼럼
[전문가칼럼] 아침, 내일 그리고 인샬라

[월간경실련 2022년 대선특집호] 아침, 내일 그리고 인샬라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우리나라를 서양에 소개할 때 흔히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명칭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아침이 고요해서가 아니었다. 상고 때부터 중국에서는 한반도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를 ‘조선’(朝鮮)이란 이름으로 불러왔다. 고조선(古 朝鮮,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 때부터 그러했다. ‘朝鮮’이라는 말에서 朝는 ‘아침 조’이고, 鮮은 ‘빛날 선’ 혹은 ‘고울 선’이다. 그러므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조선은 ‘아침해가 빛나는 나라’, ‘아침이 맑고 고운 나라’라고 불렀다는 뜻이 된다. 왜 이렇게 불렀을까?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조선은 동쪽에 자리잡고 있기에 아침을 먼저 맞이하며 햇빛이 빛나는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鮮을 ‘고요하다’로 새길 수도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19세기 구한말 이래 조선은 그 한자의 의미를 직역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로 서양에 소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다. 이제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을 만들어내는 문화강국이 되면서 세계를 호령하는 ‘Dynamic Korea’(역동적 대한민국)가 되었다. ‘역동적’이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을 여는 나라가 아니다. ‘역동적인 내일’을 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내일’을 나타내는 tomorrow (투모로우)가 ‘아침’을 가리키는 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내일’을 뜻하는 영어 단어 tomorrow는 전치사 to(at의 뜻)와 ‘아침’을 뜻하는 명사 morrow(모로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 morrow는 다양한 어형 변화를 거쳐 현대 영어의 morning(모닝)이 되었다. 요컨대 tomorrow는 ‘아침에’라는 뜻인데, ‘내일’을...

발행일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