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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평화를 묻다] 적토(赤土)에 흩뿌려진 커피향, 쁠레이꾸(Pleiku)

적토(赤土)에 흩뿌려진 커피향, 쁠레이꾸(Pleiku) 김삼수 정치입법팀 팀장 tongil@ccej.or.kr 2004년 봄이 막 시작되는 때로 기억한다. 방현석 선배와 처음 만나서 술 한잔 기울였던 기억. 아마도 방현석 선배는 나를 잊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 기억이라 그 당시 무슨 얘기를 그렇게 구성지게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랍스터를 먹는 시간」이라는 소설책에 친히 자필 사인을 해주었고, 내 이름을 ‘김상수’라고 적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기억의 전부다.    방 선배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상처와 우리의 부채의식을 적나라하게 그리기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내가 베트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그 책을 읽었던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베트남을 여행하기 전 지난 시기의 고난과 분쟁의 흔적들이 그들의 생활 속에 많이 남아있으리라 여겼다. 베트남 왕조는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늘 따라다녔고, 마지막 왕조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막을 내렸다. 1955년부터 근 20년 동안 진행된 베트남 전쟁까지 아픈 경험과 치열한 생존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나의 기우에 불과했다.       시작부터 무거워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베트남으로 떠나보자. 베트남은 인도차이나반도의 동부에 위치하며, 북 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라오스 및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남중국해에 면해 있다. 동남아시아 본토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이고, 해안선의 길이가 3250㎞에 달한다.    베트남의 곳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이 필요하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여행자들은 보통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누어 여행에 나서고 있다. 어디를 갈지 숱하게 고민했지만, 여름 성수기에 그 어렵다는 항공권을 확보한 이후 자연스럽게 남부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지도...

발행일 201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