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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느 새 멀어져 가는 봄, 영화 동사서독을 기억한다

[문화산책] 어느 새 멀어져 가는 봄,  영화 동사서독을 기억한다 오세형 (사)경실련도시개혁센터 간사 dipsec@ccej.or.kr 아침저녁으로 쌀쌀함 때문에 봄이 왔는지 모르겠다가, 어느 새 뜨거운 열기마저 느껴져 이대로 봄이 가는 것인가 아쉬워하는 이 즈음이다. 성큼 멀어져가는 봄을 생각하며 떠오른 영화가 있으니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이다.  왕가위 감독과 동사서독을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영화읽기에 능하지 못한 나에게 한 차원 높은 영화읽기를 가르쳐준 친구다. 학업에 지치고 사랑에도 지친 시절, 친구의 자취방에서 함께 본 영화는 언제든 기억하고 찾게 되는 감동이 있는 영화로 내게 남았다. 왕가위 감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작들을 만들어냈다.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우리나라 광고에서도 패러디했던 장면들이 줄줄이 나오는 작품들의 감독. 한 번 쯤 왕가위식 표현과 영상미에 매료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사서독’ 역시 그의 필모그래피에 꼭 들어갈 영화 중 하나이다.  “해마다 봄이면 고향에는 복사꽃이 찬란하게 피지” 김용의 무협소설을 기초로 했지만, 이 영화는 칼부림과 각종 신기한 도술이 넘쳐나는 스펙타클한 무협영화가 아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상처 깊은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의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면서도, 기다려주지 않음에 상처받고, 그리워한다. 떠난 이를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을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배신한 사랑에 절망하여 방황하면서도 끊임없이 그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에 함몰되어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서로의 육체를 탐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다른 누군가를 담고 있다. 뒤틀린 사랑을 하는 등장인물들이 넘쳐난다. 온전히 자신의 욕망에 이끌려 행동하고 사랑하면서 조금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은 커다란 공허함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인 것이다. 그러나 ...

발행일 201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