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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후보, 권력, 국회의원의 정의 - 선거의 꿈인가?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전문가칼럼] 후보, 권력, 국회의원의 정의 - 선거의 꿈인가?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앞으로 4년간 우리 지역의 삶을 결정지을 국회의원을 잘 결정해야 한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확신이 잘 안 선다면, 결정의 기준에 대해 한 번 곰곰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보다 민주주의 제도가 앞서 확립되었던 유럽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면 말이다.  ‘후보’라는 말은 영어로 candidate인데, 이 말은 라틴어의 candidatus에서 온 것으로 ‘흰색 옷을 입은’이라는 뜻이다. 공직에 지망하는 사람들을 ‘흰 옷을 입은 사람’으로 지칭했다는 뜻인데, 흰 옷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토가(toga)라는 길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다녔는데, 요즘 대학의 졸업식 때 학생들이 학위를 수여받을 때 입는 옷의 원조이다.  candidate와 어원을 같이하는 단어로 candle(촛불)을 들 수 있는데, 촛불이 빛을 내는 물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빛을 흰색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요컨대 candidate과 candle 모두가 ‘빛’을 뜻하는 라틴어 candela(칸델라)에서 온 말인데, 칸델라는 빛의 세기, 즉 광도(光度)의 단위로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일단 후보들은 당선이 되면 엄청난 권력을 얻는다. 힘, 특히 정치적인 힘을 power(파워)라고 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힘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power는 앵글로 프랑스어(Anglo-French, 영국의 노르만 왕조에서 사용한 프랑스 말)인 pouair(푸에르)에서 온 말로 고대 프랑스어(Old French) povoir(포부아르)로부터 기원한 것인데, 그 뜻은 ‘능력’이었다. 그러니까 능력이 있으니까 권력을 가질만 하다는 것이다. 능력을 뜻하는 povoir는 현대 프랑스어의 동사 pouvoir(푸부...

발행일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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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경실련 30주년에 부처

[월간경실련 2019년 11,12월호] 경실련 30주년에 부처 조연성 경실련 재벌개혁위원/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경실련 소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동산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이 다수의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박탈감과 생계 위협 속에 몰아넣었던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제정의의 기치를 내걸고 시민운동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처럼 경실련은 불로소득과 경제정의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시민단체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30세면 이립(而立)이라는 너무나 잘 알려진 표현처럼 경실련은 지난 세월의 경험과 축적된 시민운동 역량에 기반해 뜻을 세울 때이다. 학문의 뜻을 세우라는 공자(孔子)의 말을 산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뜻’이라는 의미를 생각할 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는 있다. ‘뜻’은 여러 층위에서 적용이 가능한 말이다. 개인도 뜻을 세울 수 있으며, 사회 안의 여러 공동체 역시 모두 뜻을 세울 수 있다. 뜻이라 함은 건강한 시대정신과 더불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모습들이 역사에서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돌아볼 때, 지금 현실에 적합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1989년 이후로 한국사회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지식할 수 있고, 이에 맞는 ‘뜻’을 세우는데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1987년 항쟁 이후 한국사회는 짐짓 민주화 열풍에 힘입어 상당한 수준의 진보를 전개한듯하였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사회는 변화했으며, 크고 작은 역동이 우리 안에 발생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시절을 지내면서도 변화는 유효했다. 최소한 어느 정권이던 사회정의와 평등을 전면에 내걸고 시작한 점에서는 그러하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 사회는 퇴화한 시대상과 너무 오랫동안 직면하며 살아왔다. 10년에 치지 못하는 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지만 경제정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거듭된 실정 속에서 우리사회가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발행일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