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후보, 권력, 국회의원의 정의 - 선거의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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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4.01. 조회수 25942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전문가칼럼]

후보, 권력, 국회의원의 정의 - 선거의 꿈인가?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앞으로 4년간 우리 지역의 삶을 결정지을 국회의원을 잘 결정해야 한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확신이 잘 안 선다면, 결정의 기준에 대해 한 번 곰곰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보다 민주주의 제도가 앞서 확립되었던 유럽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면 말이다.

 ‘후보’라는 말은 영어로 candidate인데, 이 말은 라틴어의 candidatus에서 온 것으로 ‘흰색 옷을 입은’이라는 뜻이다. 공직에 지망하는 사람들을 ‘흰 옷을 입은 사람’으로 지칭했다는 뜻인데, 흰 옷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토가(toga)라는 길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다녔는데, 요즘 대학의 졸업식 때 학생들이 학위를 수여받을 때 입는 옷의 원조이다.

 candidate와 어원을 같이하는 단어로 candle(촛불)을 들 수 있는데, 촛불이 빛을 내는 물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빛을 흰색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요컨대 candidate과 candle 모두가 ‘빛’을 뜻하는 라틴어 candela(칸델라)에서 온 말인데, 칸델라는 빛의 세기, 즉 광도(光度)의 단위로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일단 후보들은 당선이 되면 엄청난 권력을 얻는다. 힘, 특히 정치적인 힘을 power(파워)라고 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힘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power는 앵글로 프랑스어(Anglo-French, 영국의 노르만 왕조에서 사용한 프랑스 말)인 pouair(푸에르)에서 온 말로 고대 프랑스어(Old French) povoir(포부아르)로부터 기원한 것인데, 그 뜻은 ‘능력’이었다. 그러니까 능력이 있으니까 권력을 가질만 하다는 것이다. 능력을 뜻하는 povoir는 현대 프랑스어의 동사 pouvoir(푸부아르, ‘~할 수 있다’, 영어의 can에 해당하는 단어)가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갖춘 이를 ‘힘’, ‘권력’을 가진 이로 간주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할 수 있다’는 뜻에서 ‘권력’이라는 단어를 파생시킨 여러 언어들이 있는데, 예컨대 스페인어 poder와 이탈리아어 potere가 모두 ‘할 수 있다’는 동사에서 ‘권력’이라는 명사를 파생시켰다.

 이상에서 말한 것을 요약해 보면, 정직하고 청렴결백한 도덕성을 갖춘 후보자(candidate)를 대표자로 선출하고 그들로 하여금 권력층(power)을 구성할 때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기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어떤 사람들로 규정했을까? 우선 미국에서는 의원을 congressman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의회’를 뜻하는 congress는 ‘만남’을 뜻하는 라틴어 congressus에서 기원한 말로, ‘함께’를 뜻하는 com과 ‘발걸음’을 뜻하는 gradi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즉 ‘함께 걷는’ 행위로부터 ‘모임’이라는 어휘가 형성이 되고 이것이 정치분야로 확장되어 ‘의회’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말의 역사로 볼 때, 국회의원은 국민과 함께 걷는 사람, 국민과 함께 만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국회의원은 ‘member of Parliament’(흔히 MP로 약칭)이라 하는데, 여기서 Parliament는 프랑스어 parler(말하다)에서 온 말이라는 것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의회는 국정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곳이고 의원은 ‘국민과 함께 대화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편, 위에서 권력층은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부의 장관들도 당연히 여기에 속할 것이므로, 내친 김에 ‘장관’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영어에서 장관을 가리키는 말은 주지하다시피 minister인데, 이 말은 처음부터 장관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다. 이는 처음에는 예배를 진행하는 성직자, 즉 ‘목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말의 본래 뜻은 ‘부하, 종’이었다. 라틴어 minister에서 출발하여 ‘하인, 집사, 관리자’ 등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menistre를 통해 영어에 유입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목사’가 ‘하인, 종’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불렸을까? 그것은 목사란 바로 하느님의 종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minister라는 단어에 ‘덜’, ‘더 작은’을 뜻하는 minus(라틴어 ‘미누스’, 영어 ‘마이너스’), minor(라틴어 ‘미노르’, 영어 ‘마이너’)라는 어근이 포함되어 있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작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겸손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4세기부터 사용된 ‘목사’라는 뜻으로부터, 1620년대부터는 정치분야로도 확장되어 ‘국가 수반에 의해 정부 부서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 즉 ‘장관’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이제 요약해 보자.
 국민의 삶에 촛불처럼 환한 빛을 비춰주는 정직하고 청렴한 도덕성이 있는 후보(candidate)를 뽑자. 그리하여 그들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권력을 가지도록 만들자. 그리고 임기 중에는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걷고, 국민과 함께 대화하는 사람이 되게 하자. 궁극적으로, 목사가 바로 하느님의 종으로 규정되듯이, 자신이 진정으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부족한 사람이라는 겸손함을 품고 사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선거가 이러한 꿈을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꽃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한낱 꿈에 불과할까?
 그저 모두 단어의 정의만으로 연결한 것일 뿐인데! 

댓글 (1)

어원으로 설명을 해주시니 이해가 넘 잘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