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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4천원의 반란을 꿈꾼다

4천원의 반란을 꿈꾼다   정회성 미디어워치 간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시대의 노동일기 뉴스엔 늘 통계가 등장한다. 금리, 환율, 출생률, 스마트폰 가입인구추세, 건강상태와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영양섭취의 황금비율까지 통계는 숫자로 그려낸 삶의 총체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지표다. 다만, 숫자엔 영혼이 없다. ‘60대 여성 사망원인 1위 골다공증’이란 통계 속에 일생을 가족에게 바쳐온 어머니의 고단함은 묻어나지 않는다. 통계의 맹점이다. 보기 쉽고 활용하기에도 편리하지만, 상상력을 헤치고 무관심은 증식시킨다. 「4천원 인생」은 건조한 숫자와 무심한 통계에 사람의 얼굴을 입혀보자는 동기에서 출발한다. 4천원은 최저임금을 상징하는 숫자다. 사람다움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이자 대물림하는 가난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시사주간지 <한겨레 21>의 네 기자는 식당, 가구공장, 대형마트 납품업체, 중소제조공장에 각각 위장취업해 최저임금 뒤에 숨은 삶의 모습을 발굴하고 전했다. 「4천원 인생」은 그 이야기를 하나로 엮은 책이다. 「4천원 인생」 이전까지 미디어는 ‘노동자’에게 붉은 머리띠와 억센 팔뚝질로 몽니부리는 이미지를 덧칠해왔다. 하지만 ‘노동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다른 이름이기에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시대의 노동일기’란 부제는 「4천원 인생」이 전하는 진성성의 실체다.   가난의 잔혹사 「4천원 인생」은 친절한 책이 아니다. 기성 미디어 속 ‘체험, 삶의 현장’처럼 노동의 신성과 땀의 가치를 전도하지 않을뿐더러 ‘극한직업’이나 ‘생활의 달인’처럼 현장이 지닌 스펙터클 혹은 숙련된 노동의 경이로움을 비춰주지도 않는다. 고되게 일해도 가난하고, 가난해서 고된 일밖에 할 수 없는 이들의 일상을 그저 담담하게 서술할 뿐이다.   그럼에도 <한겨레 21>의 네 기자가 구조적 분석이나 대안 제시라는 목적 없이 한 달씩 현장에 머물며 기사를 써내려간 까닭은 ‘97년’...

발행일 201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