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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진보와 보수, 그것을 넘어서!

[월간경실련 2023년 1,2월호-우리들이야기(1)] 진보와 보수, 그것을 넘어서!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진보와 보수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동일한 사건을 놓고 그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예컨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진보는 사고의 원인을 재난 안전 시스템의 미비함과 운영의 잘못에서 찾으며 이로 인해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반면에 보수는 군중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좁은 공간을 앞다투어 이동하다가 일어난 사고라 보고,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운집한 군중들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간주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사회 시스템에서 찾는 진보의 시각과, 개인의 노력과 인내심의 부족에서 찾는 보수의 시각과 일치한다. 바로 이 때문에 보수는 진보에 대해 자신이 잘못을 해 놓고 문제만 생기면 남 탓, 사회 탓을 한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진보는 사회적 안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며, 만일 각자도생이 안전의 기본 수칙이라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며 비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처럼 우리 중 어떤 사람들을 진보로 만들고 어떤 사람들을 보수로 만드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정치학적으로는, 기득권 계층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경향으로 인해 사회에는 문제가 없고 모든 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보는 보수가 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개인적 노력 여하보다 사회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부(富)를 얻기가 어렵다고 보므로 진보가 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흔히 설명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기득권 계층이라도 진보를 선택하고 저소득층이라도 보수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보다는 다른 설명 방식을 찾아야 할 텐데, 조지 레이코프(G. Lakoff)의 인지언어학의 방식을 채택하여 말한다면, 내 생각에 진보와 보수의 사고의 차이는 국가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즉 진보는 국가를 하나의 공동체로, 특히 구성원 간의 협력을 기반으...

발행일 202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