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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기-행] 처음엔 태백

[월간경실련 1,2월호][윤서기-행] 처음엔 태백 최윤석 회원    새해가 밝기도 했거니와, 첫 번째 원고이니만큼 ‘시작’과 관련된 장소를 찾다가 태백을 선택했다. AI의 위협을 걱정하고 달 뒤편에 비행선을 보내는 시대라지만, 왠지 모르게 매년 이맘때가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운’을 손에 쥐고 싶어진다. 빠짐없이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순수한 성의가 아닐까 싶다. 또다시 어느 틈엔가 부쩍 가까워져 있을 연말의 스스로에 대한.  한강과 낙동강은 물론 한반도 여러 정맥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예의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한다면, 옛사람들에게는 태백산이야말로 가장 그럴듯한 장소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선지 그곳에서는 까마득한 상고시대부터 무언가를 염원하는 제사가 행해졌다. 오늘날에도 천제단에서는 단군왕검을 기리는 제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DNA에 각인된 태고의 기억이 나를 태백으로 이끌었다는 말인데, 풀어놓고 보니 이런 ‘도를 아십니까’ 류의 장광설도 신년 벽두니까 가능하지 싶다. 황지(潢池), 전설 따라 천삼백 리  퇴근을 조금 일찍 하고 곧장 태백으로 내달렸다. 창문을 다 올렸으니, 찬바람이 들어올 리 없는데도 티 없이 맑은 하늘에 눈이 시렸다. 반대로 오후의 햇살은 헐벗은 숲의 정경에까지 온기를 불어넣고 있었기에, 메마른 나무들로 뒤덮인 산 능선이 마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커다란 리트리버의 등허리처럼 윤기나게 빛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태백을 위시한 한강수계 영서산간의 도시들을 떠올릴 때 가장 앞에 있는 이미지는 이 자연일 것이다.  그런 태백에서 유일하게 야경 명소로 알려진 곳이 황지연못이다. 규모는 작지만, 소도시가 심혈을 기울여 가꾸고 매만진 도심 속의 쉼터는 나름의 아기자기한 운치가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작은 웅덩이에서 장장 천삼백리에 이르는 낙동강 물줄기가 시작된다. 그 흥미로운 어필 포인트는 황지연못으로 하여금 일반적인 도심 공원과는 다른 아우...

발행일 202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