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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모르고 쓰는 일본말 들통 내기

[월간경실련 2024년 7,8월호][전문가칼럼] 모르고 쓰는 일본말 들통 내기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이해마다 광복절이면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는 일본어의 단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말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말 속에는 아직도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일반의 예상을 깨고 놀랍게도 빨리 사라진 단어들이 있다. 예컨대 ‘벤또’, ‘와리바시’, ‘요지’ 같은 단어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각각 ‘도시락’,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으로 대체되었다. ‘쓰봉’, ‘네지’, ‘와이로’ 등도 ‘(양복)바지’, ‘나사’, ‘뇌물’로 바뀌어 사라졌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국민학교’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학교’란, 일제가 황국신민을 양성하는 학교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1941년 <제4차 조선 교육령>의 공포를 통해 만든 말이다. 일본은 패전 후 다시 ‘소학교’로 복귀했는데도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계속 쓰다가 1995년에 이르러서야 광복절을 앞두고 폐지를 결정하였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이후 이 말은 정말 놀라운 속도로 사라지고 대신 ‘초등학교’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IMF의 금 모으기 운동에 버금가는 국민 단합의 예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우리 생활에서 여전히 폭넓게 쓰이고 있는 단어들도 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곤색’이다. 특히 옷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면 여전히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단어는 참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단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짙은 남색을 뜻하는 말인 ‘곤색’(紺色)은 사실은 일본식 한자어가 아니다. 이는 중국 오대의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에도 나오는 한어(漢語)계 한자어 ‘감색’(紺色)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감(紺)’을 일본어식 발음 ‘곤’(こん)으로 읽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감색 양복’과...

발행일 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