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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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혁신도시 그리고, 대운하

차진구  경실련 대운하감시단 사무국장  작년 대선을 앞두고 한 텔레비전 토론회 막바지에서 유권자의 자세와 선택기준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 교수는 “과거의 이념과 민주주의 같은 큰 담론에 따른 가치판단보다는 자신의 삶에 이익을 줄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후보자 선택기준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답변을 했다.  나는 기득권자 보다는 서민대중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후보자, 우리사회 발전을 이끌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막연하면서도 틀에 박힌 대답일 뿐이었다. 이런 게 유권자에게 먹혀들 리도, 구분해 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4개월 여 지난 작금에 그 교수의 말은 현실에 가까워졌다. 그 말에 대한 해석이 맞는 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도권의 유권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해 왔던 그 “실용”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벌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예산과 정책을 결정하고 감시하며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올바른 국가관이나 국가정책적 견해보다는 “내가 가진 땅 값을 올리는 능력”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번 18대 총선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유권자들은 “당신이 사는 지역의 땅 값을 올려 확실한 불로소득을 보장 하겠다”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졌다. 수년 전부터 각종 개발사업으로 땅 값 올리고, 민간투자사업으로 재벌특혜를 준다고 성명내고 폭로해온 경실련조차 미처 대응하지 못한 사이에 “뉴타운 지정과 건설” “경전철 조기건설” “특목고, 자사고 유치” “공원 녹지조성” 등으로 포장된 “땅 값 올리기 프로젝트”공약이 유권자들을 사로잡고 말았다.     지난 며칠 동안, ‘뉴타운’의 진실공방과 함께 ‘혁신도시’ 건설의 재검토니, 예정대로 추진이니, 계획수정 후 추진이라느니 하는 이명박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울고 웃는” 측은한 우리 유권자의 모습이 ‘9시뉴스’를 장식했다. 투자가 활성화되...

발행일 2008.04.21.

칼럼
대운하는 없다?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총선까지는 계획안 발표도, 반대운동에 대한 대응도 일체 자제하라는 함구령까지 내렸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인지, 정부와 여당은 대운하를 한다는 말 이외에는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 시민단체는 물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학교수들, 법조계 인사들, 종교계지도자들까지 나서서 대운하 건설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건설을 강행할 듯이 보인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들이라는 기괴한 논리를 앞세워, 또 정부의 재정투입도 없는, 즉 세금 한 푼 쓰지 않는 사업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운하 건설 논리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애초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목적은 새로운 물류시설을 만드는 것이었다. 운하를 통해 육상운송을 대체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수자원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건설업계에서는 대운하의 목적을 ‘내륙균형발전’과 ‘친환경적 물류시스템 구축’으로 둔갑시켰다.  대운하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내륙 운하를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본래의 취지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기막힌 논거가 제시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만들 때 내세웠던 균형발전과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기막히게 차용해온 것이다. 또 각종 특별법을 만들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노하우를 물려받아 ‘대운하특별법’을 만들어 일사천리로 진행할 태세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내륙 균형발전을 애타게 바라는 주민들의 함성으로 대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사실 노무현 정부가 보여준 가공할 국토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조장 정책이 이제 대운하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사실 운하는 이명박식 뉴딜정책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좀더 정확히...

발행일 2008.04.16.

칼럼
말로만 머슴

                                                         이근식 경실련 공동대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이라고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50년 전 자유당 시절 내가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말이다. 아마 이 대통령도 초등학교에서 배웠을 것이다. 공무원에는 물론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포함된다. 당시 자유당 정부는 말할 수 없이 부패하고 무능했으나 그래도 민주주의 교육 하나는 확실히 했던 덕에,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그 후 우리 국민들이 독재정권을 셋이나 무너뜨리고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오랜 군사독재 시절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국민의 하늘이었고, 국민은 공무원의 밥이었다. 그 후 두 김씨 대통령도 권위의식이 대단해 여전히 머슴이 아니라 나라님이었고, 전임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위주의를 청산했으나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말하기는 쉽고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 이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머슴이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맘대로 하려는 경우가 있다. 한반도 대운하가 그런 경우다. 총선 전에 대통령 측근들은 대선 승리로 대운하는 국민들의 승인을 받았다고 강변했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것은 대운하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아전인수이자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존경받던 어떤 목사는,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대운하를 건설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에도 국민들이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권력도 술처럼 냄새만으로도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원래 대운하는 대통령 후보가 내세울 구호가 못 된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새로운 시대정신과 비전을 제시해야지 어떻게 토목공사를 첫째 구호로 내세울 수 있는가? 취임식에서 선진국 원년을 선포한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후진국적 발상을 할 수 있는가?...

발행일 2008.03.31.

칼럼
운하건설, 재벌특혜 개발 사업으로 변질

                                                                    차진구 국장 (경실련 한반도대운하 TFT) 경실련은 특별법을 통한 운하개발 사업에 반대하며, 대운하 검증활동에 경실련의 모든 조직과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공동으로 행동해 나갈 것을 지난 18일 밝혔다.   무계획 대운하, 제대로 될까?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은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의 핵심공약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대선과정에서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어떠한 계획도 제시된 것이 없다. 단지, 대통력직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을 맡은 장석효 회장의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만든 계획이 있으며, 여기에 대운하 전도사라고 자칭, 타칭 불리고 있는 현 대통령정무수석실 추부길 팀장이 쓴 몇 권의 책을 통해 이명박 측근들의 계획을 접할 수 있을 뿐이다. 대통령 공약이면 만사 OK? 경실련은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해서 법률적 절차를 무시하고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추진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정부의 사업계획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질리 만무하고 타당성 검토나 사전영향성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기반시설 사업이 추진되려면, 중․장기계획이나 투자우선순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한 개인이 어딘가에 돈을 사용해도 그것이 어느 정도 큰 금액이면 우선순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운하는 이러한 절차도 없이 민간투자법상의 민간제안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이대통령의 언급만 있었다.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업이 일부 관료와 측근들에 의해 사업개시 시기가 발표되는가 하면, 임기 내 완공이라는 허무맹랑한 입장들이 발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건설 사업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한다면, 정부 주도의 사업계획을 수립하...

발행일 2008.03.25.